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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이학수·김인주 '회장님은 아무 것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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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한남동에 자리잡고 있는 삼성특검 사무실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 중에서 두 사람의 표정이 달라 눈길을 끌었다. 이학수 부회장(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에 삼성 구조조정본부(이하 구조본)가 개입했다고 시인한 이후이다.

한 사람은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삼성그룹 전법무팀장). 또 다른 한 사람은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이었다.

두 사람은 한때 '같은 밥'을 먹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시차를 두고 삼성특검팀에 출석한 이들의 표정은 '극과극'이었다.

김 변호사의 표정은 밝았다. 김인주 사장은 묵묵부답으로 머리를 숙인 모습이었다.

김 변호사의 얼굴표정이 밝은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수사성과가 있기 때문일 터이다. 지난해 10월말 첫 의혹을 폭로한 이후를 떠올렸을 수도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그 뒤를 이어 바통을 넘겨받은 삼성특검팀의 수사는 한동안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답답하고 자신의 의혹 폭로가 또 다시 묻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그의 표정은 무겁지 않았다.

김인주 사장의 묵묵부답은 앞으로의 일을 말해준다. 아마도 구속될 것이란 각오를 다졌을 수도 있다. 이학수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검토 단계에 와 있다.

'이학수·김인주 라인'이 무너지는 것을 두고 '그렇고 그런 결과'가 될 것이란 지적이 있다.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이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각오를 했다면 앞으로 일이 복잡해진다. 그렇게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두 사람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최측근이다.

한국 재벌에서 총수를 떠 받드는 최측근은 총수를 위해 모든 희생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상식으로 통한다. 총수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자세가 덕담처럼 들리기도 했다. 술자리에서는 무용담이 된다.

'이학수·김인주 라인'이 '구조본이(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에) 관여했지만 회장님은 전혀 모르시는 일'이라며 '구조본이 책임질 일이지만 회장님은 아무 죄가 없다'고 말하는 순간을 떠 올려 본다.

삼성특검팀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부닥칠 수 있는 시나리오이다. 현재 차명계좌,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 등에서 성과를 올린 특검팀이지만 물증없이 관련자 진술만으로 이건희 회장을 사법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다음주에 이건희 회장은 소환될 예정이다. 삼성그룹 '2인자'가 인정한 사안인 만큼 그 사실을 총수가 알고 있지 않았느냐에 조사가 집중될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 역시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한마디 한다면 이제 어떤 방법이 있을까.

상식적으로 구조본은 그룹의 모든 크고 작은 일들에 관여하게 돼 있다. 그 진행과정과 결과는 당연히 총수에 보고되리라는 것은 상식. 그러나 상식보다는 물증과 객관적 증거가 있어야 하는 검찰 수사에서 과연 어떤 결과가 일어날 지 지켜볼 일이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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