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하반기부터 고용량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탑재한 노트북PC들이 대거 선을 보일 전망이다.
SSD는 메모리반도체를 이용해 만드는 디지털기기 저장장치로, 자기디스크(플래터)와 바늘 모양의 헤더로 구성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SSD는 성능과 소비전력, 발열, 소음, 충격 등 면에서 HDD보다 우수하지만 가격이 크게 높다는 게 단점이다.
아직까지 SSD는 고가 프리미엄 노트북에 탑재되거나, 작은 용량으로 저가 울트라 모바일 PC(UMPC)에 적용돼 왔다. 따라서 가격이나 용량 면에서 일반 노트북 사용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하반기부터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을 비롯한 주요 업체들이 저가 고용량 SSD를 경쟁적으로 내놓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아직 '2% 부족한' SSD 노트북
2008년 들어 애플과 레노버가 출시한 '맥북에어' '씽크패드 X300'은 각각 64기가바이트(GB) 용량의 SSD를 탑재하고 있다. 제품 가격은 300만원대로 이들보다 더 넉넉한 저장용량을 가진 HDD 탑재 노트북들보다 2~3배 가량 비싼 편이다.
SSD는 비싼 노트북과 함께 초저가 노트북에도 활발히 탑재되고 있다. 대표적인 미니노트북 'Eee PC'는 HDD 대신 4GB 용량의 SSD를 탑재했다. 대만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델과 HP 등 주요 노트북 제조사들도 1~8GB 용량의 저가 노트북을 출시할 예정이다.
1대만으로 1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하는 고가 SSD가 50만원 안팎의 저가 노트북에 탑재되는 '역설적인' 상황은 SSD 제조사들이 저용량 제품을 아주 싸게 공급하고 있기 때문. 보통 SSD는 낸드플래시메모리로 만드는데, 낸드플래시는 성능이 우수한 싱글 레벨 셀(SLC)과 가격이 싸고 대용량 구현이 유리한 멀티 레벨 셀(MLC) 방식으로 나뉜다.
업계에 따르면 SSD 제조사들이 MLC 낸드플래시를 활용한 저용량 SSD를 10만원대까지 가격을 낮춰 공급하면서 저가 노트북과 '궁합'이 맞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 저가 노트북 이용자 중 용량은 작지만 SSD의 성능과 '제로' 수준의 소음, 낮은 발열 등 이점을 체험해보려는 수요도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부족함 채운 SSD 노트북 확산전망
SSD 제조사들의 저가전략 및 용량 늘리기 경쟁은 SSD 시장이 확대되면서 더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자연스레 일반 소비자들이 가격·용량에서 만족할만한 SSD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오는 7~8월경 MLC 낸드플래시 기반 80GB 용량의 SSD를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80GB SSD는 노트북 시장을 잡기 위한 전략제품"이라며 "델을 비롯해 주요 노트북 제조사들과 제품 공급을 위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인텔은 지난 2007년 말 국내에서 열린 SSD 사업설명회에서 2008년 중 초당 250메가바이트(MB/s)의 규칙적 읽기속도와 50MB/s의 쓰기속도를 내는 MLC 낸드플래시 기반 SSD를 내놓을 것이라 밝혔다. 이 정도 수준이면 MLC 낸드플래시를 쓰고도 일반 HDD 기반 노트북보다 월등히 빠른 데이터 처리성능을 보일 수 있다.
인텔의 MLC 기반 SSD 시장공략은 삼성전자, 도시바 등 글로벌 기업들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반 중급 노트북에 원활히 쓰일 수 있을 정도로 SSD 가격은 떨어지고, 용량은 128GB까지 확대돼 부족함이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도시바를 비롯해 대만의 에이데이터, 리데이터 등 기업들은 2008년 초부터 128GB SSD를 선보이며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
세계 PC의 제조지가 되고 있는 대만의 기업들은 SSD 탑재 노트북 출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SSD 기업 엠트론의 한종철 이사는 "대만의 주요 노트북 제조사들은 SSD 탑재 제품의 출시 및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며 "현지 거래선들과 MLC 기반 SSD의 공급을 위해 여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07년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활발히 SSD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 하반기 노트북용 SSD 시장에선 MLC 낸드플래시의 안정적인 수급 여건을 확보하고 있는 인텔, 삼성전자, 도시바-샌디스크-엠트론과 대만의 기업군 간 '4파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SSD 탑재 시스템 전문기업 ONS의 이기택 이사는 "하반기 SSD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까지 떨어지면 노트북시장에서 HDD는 적잖은 점유율을 빼앗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곧 소비가전기기 분야에서 MLC 기반 SSD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SSD 시장규모도 적잖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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