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의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시행령·시행규칙안 제정 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다.
당초 지난 6월 22일 본격 발효될 예정이었던 시행령 및 규칙은 업계 반발 등으로 한차례 진통을 겪은 데 이어 법제처가 협의과정에서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시행 일정에 차질이 우려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시행령·시행규칙안 제정이 마지막 단계인 법제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으면서 법안 발효 등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그동안 IT 서비스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로 여겨졌던 도급·하도급 관련 폐단을 줄이고 소프트웨어 기술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합리적인 평가를 골자로 한 것. 지난 4월 21일 입법 예고됐다.
당초 업계의 만성적인 문제를 뜯어고친다는 취지에 맞춰 파격적인 제도 개선을 단행했으나 해당 업계가 "취지에는 공감하나 방법에는 찬성할 수 없다"며 반발해 한차례 진통을 겪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 4월에 입법 예고했던 시행안보다 상당부분 시행규칙 등을 완화, 법제처 협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 협단체 등은 정부안이 상당 폭 업계 의견을 반영했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협단체 관계자는 "입법예고됐던 법안에서 업계의 의견을 대폭 수용한 쪽으로 방향이 많이 수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업체들과 격렬한 마찰을 빚었던 학력-경력 인정 문제와 기술사 신고제도 등의 안건에서 정부가 업계 의견에 귀를 귀울여 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수정안으로 업계 반발이 일단락 되고 나니 이번엔 법제처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사업자들의 논리를 반영한 게 오히려 '학력-경력 폐지' 등과 같은 법안의 기본 취지를 저해했다는 게 법제처측 해석이다.
특히 입법예고안에서는 국가기술자격증에 의해서만 '특급기술자'를 인정하기로 하는 등 기존 '기술자 경력 등급' 제도를 상당부분 수정했지만, 최종안에서는 현행 그대로 기존 등급을 수용하는 방안으로 선회한 게 문제가 됐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법제처에서는 '기존 등급'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해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2일 발효될 예정이었던 법은 한달 이상 늦어져 빨라야 이달 말이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수정안이 사업자들의 논리로 강제성은 사라지고 사실상 '권고' 수준의 솜방망이 법안이 됐다는 지적까지 있어 논란이 더욱 가중될 조짐이다.
이에대해 지경부 소프트웨어산업과 김동혁 과장은 "시행령은 이제 막판 단순 '부처 협의'과정을 거치고 있을 뿐"이라면서 "법제처와의 협의도 법안 조문 수정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을 뿐"이라며 이같은 논란을 일축했다.
◆기술자 등록 및 관리 주무기관도 못 정해
시행령의 또 다른 논란이었던 '기술자 신고제'도 법안 시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목.
기술자 신고제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하는 기술자들을 정부가 지정한 기관에 일괄 등록,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게 골자.
업계가 이를 "장점보다는 기술자들을 옥죄는 또 다른 규제"라며 강력 반발하자 정부가 사실상 자율 의지에 맡기는 '신고제'로 바꿔놓은 상태다.
문제는 자율이든, 강제든 기술자들이 등록을 하고 경력 관리를 맡길 주무기관 조차 아직 선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재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이 주무 기관 물망에 올라있는 상태다.
KOSA 측은 "국내 소프트웨어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미 협회에 등록돼 있어 기술자들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상태"라며 "공공성을 갖춰야 하는 KIPA보다 이익 단체인 KOSA가 기술자들의 이익을 보다 적극적으로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KIPA 관계자는 "두 기관 모두 역량은 충분한 상태인데 아직 지경부가 어떤 기관을 주무 기관으로 할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법안이 본격 시행되려면 주무 기관이 속히 결정돼야 원활한 행정 집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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