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플래시카드 1위 기업 샌디스크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사업이 위기를 맞은 것으로 파악된다.
8일 국내 SSD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샌디스크는 이렇다 할 새 제품을 내놓지 못한 채, 해외에서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전문가는 "유럽 등 일부 지역에서 샌디스크의 SSD 관련 인력이동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에서도 샌디스크 SSD는 성능이 떨어져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샌디스크가 인수한 SSD 콘트롤러가 원활한 성능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회사 측에서 현재 국내외 다른 SSD 콘트롤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샌디스크 본사 측은 "개별적인 업계의 소문에 대해선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SSD는 메모리반도체를 활용해 만드는 디지털기기 저장장치로, 최근 플래시메모리 가격하락과 함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와 경합을 벌이고 있다. SSD의 강점은 높은 성능과 낮은 소비전력 및 발열, 충격에 강한 내구성 등이다. SSD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두뇌' 역할을 하는 콘트롤러 반도체다.
샌디스크는 지난 2006년 이스라엘의 콘트롤러 전문기업 엠시스템즈를 16억달러(한화 약 1조6천450억원)의 거금을 들여 인수했다. 이어 지난해 초부터 32기가바이트(GB) 및 64GB 용량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 경쟁사 대비 성능이 너무 떨어진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국내 SSD 전문기업이 집계한 결과 멀티 레벨 셀(MLC) 낸드플래시 기반 샌디스크 SSD의 규칙적 읽기 및 쓰기속도는 초당 67메가바이트(MB/s), 47MB/s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 인텔 등은 동급 제품으로 200MB/s 이상의 읽기속도와 80~160MB/s의 쓰기속도를 확보해 하반기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태. 최근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MLC 낸드플래시 기반 SSD로 250MB/s, 100MB/s의 읽기 및 쓰기속도를 확보해 연말경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샌디스크는 지난 6월 대만 '컴퓨텍스 2008'에서 초저가 PC에 맞춘 저가의 4~16GB SSD를 선보였으나, 고성능 새 제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엘리 하라리 샌디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PC 운영체제(OS) '윈도비스타'는 SSD가 최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하는데 최적화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윈도비스타에 적합한 콘트롤러를 적용해 새로운 SSD를 내년 초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국내 한 SSD 기업 임원은 "샌디스크만이 윈도비스타 환경에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SSD 내부 구조를 변경하려면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만큼, 샌디스크가 기술격차를 해소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2007~2008년 SSD 관련 기술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싱글 레벨 셀(SLC) 대비 성능이 떨어지는 MLC 기반 낸드플래시를 쓰면서도 성능이 지난해 초보다 2~3배 나아지고 있고, 저장용량도 단일 제품이 1테라바이트(TB)에 이를 만큼 확대되고 있다.
가격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50% 이상 저렴해지고, 랜덤 읽기·쓰기 속도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도 적용되는 등 SSD의 취약점이 개선되고 있는 상태.
삼성전자, 엠트론, 오픈네트(ONS), 인디링스 등 국내 기업들이 세계 SSD 시장의 형성과 기술 개선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성능 격차로 한 순간에 경쟁력을 잃고 마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면밀한 대처가 요구된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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