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이 꿈에도 그리던 1위 자리를 드디어 거머쥐었다. 역대 유닉스 서버 업체들이 올린 분기 매출액 중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기염도 토했다.
2일 한국IDC가 최근 발표한 '2분기 국내 서버 시장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IBM은 매출액 기준으로 전체 시장에서 51%를 점유, 1위를 차지했다. 한국IBM의 라이벌 한국HP는 32.7%의 점유율을 차지, 오랫동안 지켜왔던 1위 자리를 한국IBM에 내줬다.
특히 한국IBM은 이번 분기 3개월 동안에 매출액 1천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역대 유닉스 서버 판매 사상 최고의 분기 매출이다. 이전에는 한국HP가 지난 2006년 4분기에 81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 분기 최고 기록이었다.
◆'총알탄' 파워6 출시 후 HP 아이테니엄 압도
한국IBM은 지난 2006년 3분기에 전국 시군구 서버 교체 프로젝트에 유닉스 서버를 대량 공급하면서 HP를 근소한 차로 따돌리고 시장 1위를 점한 적은 있었지만, 이는 '대형 공급건 1개에 의한 성과'라며 업계에서 평가절하 됐었다.
점유율 격차도 크지 않아, 이후 곧바로 한국HP에 1위 자리를 다시 내줬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지난해 5월 연산속도(클럭스피드)가 4GHz에 달하는 최고속 RISC 프로세서 파워6를 출시하면서 부터다. 유닉스 서버에 대한 편향이 유독 심한 국내 서버 시장에서 IBM의 파워6는 곧장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파워6의 출시로 가격이 대폭 인하된 파워5+ 서버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에 2007년 2분기부터 한국IBM과 한국HP의 시장 점유율은 오차기록 범위 안에서만 가려질 정도로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였다.
더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적인 감소세와는 정반대로 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은 연속으로 '유닉스 특수'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ERP 프로젝트를 비롯 금융권의 차세대 시스템 도입 수요 등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이는 이번 2분기에 절정을 이뤘다.
실제 2분기 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은 198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 시장 규모를 형성했다. 이례적인 유닉스 특수에 파워6의 인기가 맞물리면서 한국IBM의 '1천억원 매출'이 가능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인텔이 유닉스 서버용 프로세서인 아이테니엄의 후속 버전 쿼드코어 투킬라와 펄슨에 대한 로드맵을 공개했지만, 파워6가 이미 장악한 국내 시장에서 2009년에 출시될 제품 '청사진'만으로는 구매 기업들의 관심을 돌리기에 역부족이었던 점도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HP 유닉스 시스템 총괄 이선임 부장은 "2분기에는 실제 영업 상황과 관계없이 단순한 회계상 매출액 구분으로 인해 경쟁사와 점유율 차이가 생긴 것일뿐, 3분기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일축했다.
◆'특수' 사라진 하반기가 진검승부
한국IBM이 한국HP와 접전을 벌이다가 이번에 큰 차이로 시장 1위를 차지했지만, 이같은 강세가 3분기와 4분기, 내년까지 지속될 지는 불확실하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ERP나 금융권의 차세대 시스템 도입이 거의 마무리 돼 더이상 '유닉스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HP는 2분기에 신한은행에 최고급형 서버인 슈퍼돔을 막대한 규모로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적이 반영되는 3분기면 상황은 다시 혼전 양상으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IBM 엔터프라이즈비즈니스 총괄 탁정욱 상무는 "사실 하반기에는 마땅한 대형 프로젝트나 수요 촉발 요인이 없어 고민이 된다"면서도 "하지만 파워6에 대한 기업 고객들의 선호도가 아주 높고 인지도도 크게 향상됐기 때문에, 대형 프로젝트 대신 채널 영업이나 개별 영업을 강화해 난국을 헤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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