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삼성-LG, 교차구매 아직 '생색내기' 수준

삼성과 LG간 역사적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교차구매는 성사됐으나, 아직은 '생색내기' 수준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는 모니터용 LCD 패널을 주고받기로 합의했다.

LG전자가 12월부터 월 4만장 규모로 56㎝(22인치) LCD를 삼성전자에서 들여오고, 삼성전자는 내년 1월부터 같은 규모로 43㎝(17인치) LCD를 LG디스플레이(LGD)에서 사오기로 했다. 양측의 연간 교차구매 총 1천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과 LG는 10여년 전 LCD 사업에 진출해 세계 1~2위로 도약하기까지 상대방에 패널을 공급한 적이 없다. TV, 모니터, 노트북 등 완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와 LG전자는 자체적으로 공급받지 못하는 패널을 비싼 물류비를 내면까지 대만에서 들여올 정도였다.

지난해 5월 디스플레이산업협회의 출범과 함께 추진된 삼성과 LG의 교차구매는 이같은 배경과, 1년여의 '산통' 끝에 결실을 맺은 셈이다.

양측이 향후 패널 교차구매를 확대 등의 물꼬를 튼 것만큼 의미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그동안 양측이 추진했던 TV용 패널 교차구매는 아니어서 일각에서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않다.

이번 교차구매가 시장에 대한 파급력이 큰 TV용 패널 대신, 영향력이 덜한 모니터용 패널인 탓이다.

모니터용 패널은 크기가 표준화돼 있고, 삼성과 LG 모두 같은 기술방식(TN)을 적용하고 있다. 모니터 시장은 평판 TV 시장에 비해 성장성이 높지 않고, 시장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은 상태. 삼성전자와 LGD는 델, HP 등 주요 모니터 제조사들을 고객으로 확보해 제품 수급에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TV용 LCD는 시장규모가 크고 성장성도 높아 삼성과 LG의 교차구매로 우리나라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서로 조달이 여의치 않은 크기의 패널이 존재하고 면적도 크기 때문에, 마케팅을 확대하거나 시황에 적절히 대응토록 해주는 등 단순 주고받기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지식경제부 주최로 열린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전략 보고회'에서 삼성전자가 94㎝(37인치) 패널을 LGD에서, LG전자가 132㎝(52인치) 패널을 삼성전자에서 각각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도 TV용 패널의 시너지 효과를 감안한 것이었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이번 삼성과 LG의 교차구매로 연간 6천만달러 규모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양측의 교차구매가 시작되면서 심리적으로 수직계열화를 완화시켜, 국내 장비·부품업체가 삼성과 LG에 자유롭게 납품을 하도록 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삼성과 LG의 LCD 교차구매가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려면, 대만에서 대거 들여오는 TV용 LCD 패널에 대한 주고받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LGD의 연매출 합계가 30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연간 1천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이번 교차구매 규모도 더 확대돼야 할 것으로 요구된다.

한 시장조사기관 임원은 "삼성과 LG가 수급에 큰 지장이 없는 모니터용 패널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오히려 TV용 패널에서 한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대만기업들이 기뻐할 일"이라며 "중장기적으로 LCD 시장에 파급력이 높은 TV용 패널의 교차구매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