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혁 어울림그룹 대표는 요즘 살얼음판을 딛는 기분이다. 최근 어울림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보안관제서비스 업체 넷시큐어테크놀러지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먹잇감이 될 뻔했기 때문.
지난 달 현 경영진의 해임과 신임 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한 임시주주총회에서 안건이 모두 부결돼 경영권을 사수하는 데는 일단 성공했지만, 앞으로 추가적인 인수합병 시도가 계속될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놓기 힘든 상황이다.
◆"적대적 M&A 시도로 마음 고생"
또 2003년 25세 젊은 나이에 코스닥 등록 기업인 넷시큐어를 인수하며 최연소 코스닥 CEO로 보안업계 주목을 받았던 박 대표로서는 경영권을 위협받는 지금의 상황은 어울림그룹의 수장으로서 능력을 재평가받는 시험대에 놓인 것과 다름 없다.
특히 지난 2007년 넷시큐어, 어울림정보기술, 어울림네트웍스 등 3개 코스닥 상장사를 비롯해 10여개 관계사를 어울림그룹으로 통합시키며, 확장을 꾀했던 박 대표에게 있어 현재는 숨고르기가 필요한 중대한 순간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96년 인터컴소프트웨어를 창업,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보안업계로 발을 넓히며, 넷시큐어, 어울림정보기술을 대표 보안업체로 키웠다.
하지만 점차 어울림에프엔씨, 어울림레포츠, 어울림모터스 등 보안과 전혀 무관한 사업에 뛰어들면서 '보안업계 이단아'라는 호칭을 얻었다.
보안업계에서도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난을 수없이 받는가 하면, 젊은 나이에 그룹을 이끈다는 이유로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어울림그룹 수장 자리, 시험대 올라"
최근 수제 국산 스포츠카를 판매하는 어울림모터스에 전력을 집중하면서, 이제 보안사업은 접는것 아니냐는 의혹도 수차례 받았다. 급기야 주요 계열사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적대적 M&A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일 양재동 어울림그룹 빌딩에서 박동혁 대표를 만나 최근 심경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 일답.
- 힘들게 넷시큐어의 경영권을 방어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느낀 점이 있다면.
"넷시큐어 등 보안업체를 비롯한 IT업체를 경영하면서 내수 시장의 한계를 계속 느껴왔다. 보안시장은 장밋빛 전망에 비해 성장 속도가 더딘 편이다. 이에 따라 2006년부터 해외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해부터 말레이시아에 보안장비인 가상사설망(VPN)을 공급하는 등 해외 실적이 가시화되고 있다.
넷시큐어는 인수합병을 시도하는측의 주장과 달리 올해 최대 매출을 기록,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그간 주가관리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던 것은 인정한다. 이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내년 1월중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무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 임시주주총회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계열사를 통폐합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유명무실한 계열사도 있었다. 어울림그룹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말해달라.
"주총 전부터 계열사 정리 작업은 진행중이었다. 크게 IT계열사와 비 IT계열사로 나눴으며, 어울림에프엔씨, 어울림나노기술, 어울림레포츠는 어울림에프엔씨로 합병해 단독법인이 됐다.
내년 상반기 넷시큐어, 어울림정보기술, 어울림네트웍스 등 코스닥 상장 3사를 제외하고, 비상장 계열사를 어울림모터스로 합병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10여개에 이르는 계열사가 4개로 통합된다."
◆어울림모터스, 어울림그룹 '주축'으로
- 어울림모터스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모터스는 그간 해왔던 사업과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이에 대한 전망과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데.
"전세계 경기 침체로 제조업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어울림모터스는 순수 제조업체가 아니다. 신차 엔지니어링, 튜닝 사업도 진행중이다.
모터스의 국산 스포츠카 '스피라'는 라인을 통해 대량생산되는 자동차가 아니라 수제로 만들어지는 차다. 주문을 받고 생산에 들어가기 때문에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초기자본이 많이 투입되다 보니 적자설이 돌고 있더라. 열매가 열리기까지는 물론 시간이 필요하다. 자동차 사업은 그냥 뛰어든 것이 아니다. 스피라는 현재 인증을 받고 있으며, 전시용이 아닌 누구나 탈 수 있는 차가 되기 위한 작업을 밟고 있다."
◆"어울림 그룹 군살 제거한다"
- 넷시큐어 주요 주주가 경영진과 회사를 상대로 법원에 잇달아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16개에 이르는 소송이 진행중이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지.
"경기가 안좋은 데다 IT업계가 침체되다 보니, 기업사냥꾼 입장에서 M&A 적기라 판단했나 보다. M&A를 시도한 주주의 주장대로 넷시큐어 재무구조의 건전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경영권을 노렸다면, 보안 사업에 대한 뚜렷한 사업계획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그들의 사업계획 내용을 보니 보안사업에 대한 열정이 엿보이지 않았다. 또 기존 임직원에 대한 계획도 없었다. 오히려 이번 기회가 내부 직원들을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어울림그룹의 군살을 빼 조직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주가 관리에도 신경쓸 계획이다."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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