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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연중기획-일어서라 IT]IT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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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산업 활력 되찾아 경제위기 극복 앞장서야

IT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IT산업은 한국 경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시킨 '영웅'이었다. '디지털 한강의 기적'을 창출했다. 아프리카에서도, 남미에서도 '코리아' 하면 'IT강국'으로 통했다. 일본도 IT에 관한 한, 한국에 열등감을 품었다. 'IT코리아'는 대한민국이 '1류'임을 알리는 최고의 국가브랜드였다.

그랬던 한국의 IT가 활력을 잃었다. 경제 위기가 오기 전부터 그랬다. 정부는 IT산업을 강력하게 이끌고 나가던 동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IT업체들은 과거와 같은 열정과 패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민·관 할 것 없이 '방전된 배터리' 같은 모습이다.

전대미문의 세계적인 경제침체와 불황이 현실화됐다. 우리나라도 '마이너스 성장' 위험에 직면해 있다. IT산업은 과거 'IMF 환란' 때 나락에 빠진 한국을 살린 구원투수였다. IT산업은 다시 열정과 패기를 되살려 일어서야 한다. 한국 경제에 희망을 쏘아 올려야 한다. 아이뉴스24는 '일어서라 IT'를 2009년 연중기획의 화두로 걸었다. 한국 IT산업의 위기를 진단하고 'IT코리아 2.0'을 지향하는 방향과 대안 모색에 나선다. [편집자 주]


[프롤로그] IT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 IMF의 추억

11년 전인 지난 1997년. 연초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새해 벽두, 한보철강이 부도를 냈다. 무려 5조원대였다. 신호탄에 불과했다. 진로·삼미 등이 잇따라 부도를 내며 나가떨어졌다. 다른 대기업들도 자금난에 내몰렸다. 7월엔 재계 랭킹 8위였던 기아마저 부도를 맞았다.

설상가상 격으로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통화가 폭락했다. 홍콩 증시가 붕괴됐다. 이들 국가에 투자했던 종금사 등 금융권은 달러가 완전히 말라버렸다. 투자자들이 속속 한국을 떠났다. 증시는 폭락했다. 환율은 폭등했다. 11월21일 임창렬 경제부총리는 "IMF 자금 지원을 요청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한다. 임명된 지 이틀만이었다.

'경제식민통치'로 불린 IMF체제는 그렇게 시작됐다. IMF체제에서 국민은 암흑기를 보냈다. 은행, 대기업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100만 명이 넘는 실업자가 생겨났다. 직장을 구하지 못한 대졸자들이 'IMF세대'로 전락했다. 직장을 유지한 사람들도 훨씬 얇아진 월급봉투를 받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유학생들은 눈물을 머금고 귀국해야 했다.

# 위기에 빛난 IT

온 나라가 대기업 부도와 불황으로 어수선하던 97년 9월.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이 태어난다. 그 해 6월 정통부로부터 제2시내전화사업자로 선정된 뒤다.

신윤식 사장은 어느날 미국시장 조사팀으로부터 보고를 받는다. "미국에서 ADSL이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ADSL은 전화선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당시로는 최신기술이었다. 신 사장은 '성공'을 직감했다. 연구소에 기술개발 특명을 내린다. 99년4월 하나로통신은 세계 최초로 ADSL 상용화에 성공한다. 가수 유승준을 광고모델로 내세운 ADSL은 '대박'을 터뜨린다. 뒤이어 6월엔 KT도 ADSL서비스에 나선다. '인터넷 인프라 세계 최강' 한국의 신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 뒤 인터넷은 '빅뱅'이었다. 98년 2만명에 불과했던 인터넷 가입자는 3년6개월만에 1천만을 돌파했다(2008년 9월 현재는 1천526만). KT와 하나로통신은 상용화 이후 4년간 11조원을 초고속 인터넷망에 투자했다. 그 결과 관련 산업에 생산유발액 17조원, 부가가치 유발액 5조8천억원, 고용유발효과 59만명 등의 파급효과를 낳았다. ADSL 모뎀 등을 생산하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등장했다. IMF세대 청년들은 인터넷의 가능성에 열광해 인터넷솔루션·게임·상거래 등 분야에서 수많은 기업들을 창업했다.

초고속 인터넷은 한국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촉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가 한국에서 구현됐다. 철강·자동차·조선·화학 등 굴뚝산업에도 인터넷이 접목됐다. 기획, 설계, 생산, 영업 방식이 혁신됐다. 현재 한국의 철강·조선·자동차 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것은 이미 IT가 깊숙히 접목돼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IT로 무장한 기업들은 비용이 크게 줄고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 개인은 앞선 정보경쟁력으로 무장했다.

한국은 총체적으로 '인터넷 신경망'을 매개로 디지털경제의 프레임이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 세계 각국은 찬탄을 금치 못했다. 그 뒤 40여 나라가 한국을 본 따서 '정통부'를 만들었다.

이들의 경쟁 속에 날이 새면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과거 국내 휴대폰시장을 장악했던 모토로라는 급기야 90년대 말 '점유율 제로'의 수모를 겪어야 했다. 수출시장에서도 한국 휴대폰 군단은 날개를 달았다. 해마다 30~4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0년 45.4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올해는 36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부동의 2위를 굳혔다. 2000년 14위였던 LG전자는 올해 판매대수 기준 5위(수익기준으로는 3위)까지 올라섰다. 기사회생한 팬택계열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휴대폰산업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유아이엘(키패드)·KH바텍(힌지) 등 수많은 중소 부품기업들도 동반 성장해 나가고 있다.

외환위기 전후로 비약적으로 성장한 인터넷과 휴대폰산업은 IT산업의 생태계 곳곳에 골고루 혜택을 뿌려댔다. 인터넷과 통신서비스, 단말, 디스플레이, 솔루션기술 등이 서로 결합하면서 신기술, 새로운 서비스가 개발됐다. 이제는 인터넷으로 공중파TV를 보고(IPTV),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그에 힘입어 과거 반도체·백색가전 등에 치우쳐 있던 한국의 IT산업은 전반적으로 풍요로워지고 경쟁력 또한 크게 향상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IT코리아'의 힘은 이렇게 길러졌다.

# 역시 믿을 건 IT

IT산업은 위기에 강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빠진 97년 전후로 IT산업의 성적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6~99년 IT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21.4%를 기록했다. 이 기간 비(非) IT산업은 평균 성장률이 2.4%에 머물렀다. IT산업 성장속도가 9배를 넘은 것. 2000년대 들어서도 IT산업은 고속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IT산업 평균 성장률은 17.6%였다. 비 IT산업 평균 성장률 3.5%의 5배를 넘었다.

IT수출도 마찬가지. 98년 305억달러였던 IT수출은 2000년 500억 달러를 넘었다. 2005년에는 1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IT무역수지 흑자액은 98년 123억달러, 99년 135억달러, 2000년 156억달러를 기록했다. IMF체제 직후 3년간 IT산업은 무역으로 414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결정적 위기국면에서 IT산업이 한국경제를 앞장서서 구원했다는 증거다. 우리는 IMF 외환위기를 'IT코리아의 힘'으로 벗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한국경제는 IT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IT는 우리나라 수출의 40%, 국내총생산(GDP)의 17%를 차지한다. 올 상반기 6개월간 IT수출은 700억달러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 수지는 57억달러를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IT부문은 지난해보다 늘어난 298억달러 흑자를 올렸다. IT산업 혼자 고군분투하는 형국이다.

미국發 금융위기로 전세계에 경제암흑기가 시작됐다. '사상 최악'이라고들 한다. 단순한 수사법이 아니다. 기업들은 감산·구조조정·폐업에 떨고 있다. 청년들은 실업, 직장인은 실직과 급여 삭감의 악몽에 운다. 이명박 대통령조차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경제위기'라고 했다.

IT가 또 다시 부름을 받고 있다. 절체절명의 상황, 다시 구원투수가 돼 달라는 기대다.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IT인 까닭이다. 믿을 건 IT다. 반도체, TFT-LCD 등 IT품목은 여전히 세계 1위이다. 삼성휴대폰은 세계시장에서 '명품'으로 인정받는다.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한국처럼 인터넷 발달한 나라가 없다"고 한다.

IT코리아의 엔진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한동안 침체해 있었지만, 한국 특유의 신바람이 살아나면 IT산업은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IT는 위기에 빠진 한국을 떠받치며 힘차게 일어서야 한다. [특별취재팀(이재권 논설실장, 강호성·권해주·이지은·정병묵기자)]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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