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개인정보 유출 및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유망 분야로 주목받고 있는 보안관제 시장에 재편바람이 거세다.
보안관제란 기업·공공 등의 기관이 정보자산에 대한 보안을 전문업체에 맡기고, 중앙관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이를 감시·분석·대응하는 서비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영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주요 IDC인 SK브로드밴드IDC(구 하나로 IDC) 고객이 관제서비스업체를 넷시큐어테크놀러지에서 SK인포섹으로 교체하는 등 업계 지각 변동이 본격화 되고 있어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넷시큐어테크놀러지, 인젠시큐리티서비스 등 주요 보안관제 업체가 각각 적대적 인수합병(M&A)·내부 조직 변화로 입지가 흔들리는 등 보안관제시장 경쟁구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M&A 등 외풍으로 선발업체들의 공세가 주춤해진 사이 고객사 뺏기 등 경쟁업체들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
실제 하나로 IDC의 경우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서 이름도 SK브로드밴드 IDC로 바꿨다. 또 입주 고객도 계열사인 SK인포섹으로 관제서비스 업체를 변경하고 나선 상태.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 IDC에 입주한 고객을 독점하던 넷시큐어테크놀러지는 SK인포섹에 고객사를 뺏기며 직격탄을 맞은 형국 이다.
◆SK인포섹, SK브로드밴드 IDC 윈백 '가시화'
SK인포섹은 이같은 SK 계열사라는 이점을 십분 활용해 보안관제 1위 굳히기에 나섰다.
SK브로드밴드 IDC 입주 고객에 대한 보안관제서비스를 경쟁업체에서 자사로 바꾸는 '윈백 전략'도 본격화하고 있는 것.
그동안 SK브로드밴드 IDC는 넷시큐어측이 독식해왔다. 넷시큐어테크놀러지의 텃밭이나 다름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하나로텔레콤이 SK텔레콤에 인수되면서, SK텔레콤 계열사인 SK인포섹으로 관제 신규 물량이 몰리고 있다.
SK인포섹 조래현 본부장은 "관계사 이점을 살려 SK브로드밴드 IDC의 보안관제서비스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서비스 업체 결정은 고객의 선택 사항이므로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업체 변경을 강요할 수는 없는 상황이며, 넷시큐어는 선의의 경쟁상대"라고 말했다.
반면 넷시큐어측은 위기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벌써부터 매출 급감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상태다.
이미 신규 고객 상당수가 SK인포섹을 선택한데다, 기존 고객의 계약 갱신기간이 다가오면서 업체 변경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 그만큼 기존 고객 사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현재 회사가 적대적 인수합병(M&A) 위기를 맞으면서 총력을 기울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넷시큐어테크놀러지 천성훈 상무는 "주변의 우려만큼 아직 윈백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비스 질을 높여 차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쟁업체 '틈새노리기' 본격화
관제 시장을 주름잡던 인젠시큐리티서비스도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그룹사인 인젠이 내부 조직 변화를 겪음에 따라 보안사업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인 것. 최근 최해철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홍용환씨가 신임 대표로 왔다.
또 해외 자원 개발업과 기계 설비 및 제조 분야를 업종에 추가한다고 공시해 항공권 사업 이후 또 다른 사업에 뛰어들 계획임을 밝힌 상태. 이에 따라 계열사인 인젠시큐리티서비스 사업에도 지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인젠 김준기 이사는 "보안사업을 접는 게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은 근거없는 소문"이라며 "새로 추진한 항공권 판매사업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나 기존 보안 사업은 그대로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넷시큐어테크놀러지, 인젠시큐리티서비스 등 보안관제 시장을 주도하던 업체들이 M&A나 업종변경 등 '외풍'에 시달리면서 이를 기회로 경쟁업체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최근 서비스사업본부 내 보안관제팀을 정비하고, 급증하는 보안관제 수요에 적극 대처할 뜻을 밝혔다.
보안관제업체 안랩코코넛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조직 융합 문제가 발생, 일부 핵심 인재가 퇴사하는 등 내부 진통을 겪었지만, 전열에 이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주요 고객인 국민은행, LG데이콤 내 게임사들을 위주로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그간 규제가 많아 진입이 어려웠던 금융권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안철수연구소 김주형 팀장은 "올해는 솔루션과 컨설팅을 접목해 관제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관제 관련 툴을 개발하고, 기존 프로젝트 고객 만족을 높여 고객수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솔루션+서비스 시장 '뜬다'
이글루시큐리티의 경우 통합보안관제(ESM) 솔루션을 기반으로 파견관제 시장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 ESM 솔루션 고객이 자연스레 관제서비스 고객이 되는 형태다.
올해 대전·광주 등 정부 통합전산센터 사업과 지식경제부 에너지 정보공유분석센터(ISAC)와 교육부 교육 ISAC 등 ISAC 구축 계획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공부문 시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글루시큐리티 조창섭 이사는 "ESM 패키지화를 통해 관제툴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최근 소프트웨어 역시 SaaS 등 임대 방식의 서비스가 서서히 각광받고 있어 제품 뿐만 아니라 인력 역시 임대하는 형태의 서비스 모델 등을 추가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사회 전반적인 여건 등에서 보안관제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무르익고 있다. 그동안 보안에 소홀하던 기업들이 최근 해킹과 개인정보유출사고가 잇따르면서 보다 전문적인 보안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이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
또 지난해 연이어 터진 개인정보유출사고 여파로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특수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 한 보안전문가는 "보안관제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성장율 12%가 예상되는 주목받는 분야"라며 "보안 시장이 점차 제품 위주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탈바꿈하면서 이 분야 매출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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