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에 걸쳐 계속됐던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극심한 공급과잉과 '치킨게임'의 생존싸움이 종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요업체의 퇴출, 업계 1위 삼성전자의 물량 축소 등 업계의 주요 난제가 일거에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D램 5위의 독일 키몬다는 23일(현지시간) 독일 뭰헨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고 발표했다. 업계 1위의 삼성전자는 같은 날 7년만에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키몬다 회생 어려워…삼성도 D램생산 합리화
키몬다는 지난 2007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선두기업들에 비해 원가절감 기술이 뒤떨어졌던 키몬다는 이미 2007년 1분기부터 매 분기별 -100% 안팎의 영업손실률을 기록하며 위기를 맞았다.
키몬다는 지난달 말 독일 주정부, 포르투갈 투자은행(IB), 모회사 인피니언테크놀로지로부터 3억2천500만유로의 투자를 유치하며 회생을 모색했다. 그러나 4분기 급격히 하락한 D램 가격은 키몬다를 채무초과 상황에 이르게 함으로써, 파산으로 몰아넣었다.
킨 와 로우 키몬다 최고경영자(CEO)는 "법원 및 회사 이사회와 협의해 자사 신공법('베리드 워드라인')을 활용한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회사를 재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키몬다가 화의나 워크아웃이 아닌 파산으로 직행했다는 점에서, 재고처리 후 도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3일(한국시간) 2008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반도체 부문이 지난 2001년 4분기 이후 7년만에 적자로 전환됐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6천900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극심한 메모리반도체 침체기 속에서 흑자를 이어오며 전 분기 반도체 부문 1천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4분기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얼마나 급락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업계평균 D램 비트그로쓰(Bit Groth, 비트 기준 출하량 증가율)가 2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홍완훈 전무는 "아직 경영계획을 수립하지 않았으나, 반도체 출하량은 업계 평균보다 높게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자 역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지난해처럼 공격적으로 물량을 늘리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D램 공급초과가 지속되는 가운데, 연간 생산량을 전년 대비 2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러나 연말 삼성전자의 연간 D램 비트그로쓰는 8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남은건 경기회복뿐"…삼성·하이닉스 더큰 수혜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키몬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D램 순위에서 삼성전자(30.2%), 하이닉스반도체(19.3%), 일본 엘피다메모리(15.8%),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10.3%)에 이어 5위(9.8%)를 차지했다.
아이서플라이의 김남형 메모리 부문 수석연구원은 "키몬다의 D램 점유율은 10% 정도였으나, 여기엔 협력사였던 대만 이노테라메모리스 등의 생산량이 포함돼 있는 것"이라며 "키몬다 파산으로 감소할 실질적인 물량은 업계 전체의 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키몬다는 지난해 11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노테라 지분을 마이크론에 넘겼다.
김 연구원은 또 "키몬다 관련 물량 감소는 올해 D램 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특히 서버·그래픽용 D램 부문에서 이번 파산의 영향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키몬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그래픽용 D램에서 26%, 서버용 D램에서 15~20% 점유율을 차지했다. 그래픽·서버용 D램 등 특수제품은 국내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집중 공략하고 있는 품목이기도 하다.
하이닉스 김정수 상무는 "업계 선두그룹에 속했던 키몬다가 파산하면서 시장의 D램 공급 감소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경기침체만 해소되면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대만에선 정부 원조와 함께 마이크론, 엘피다를 중심으로 한 2개 그룹과 현지 D램 기업 간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 이와 같은 통합이 이뤄질 경우 효율성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과 함께 추가 물량 감소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올해 업계에서 가장 앞선 40나노미터급 공정기술을 적용해 D램을 생산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이미 50나노급 공정을 적용해, 60~70나노 공정을 활용하는 해외 경쟁사들과 비교해 원가 및 생산 경쟁력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키몬다의 파산과 D램 시장의 회복은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PC에 쓰이는 범용 D램과 고부가가치 특수제품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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