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부터 추진해 온 '포이즌필' 등 적대적 M&A(인수합병) 방어 수단 법제화에 속도를 붙이겠다고 공언했다. 재계의 오랜 바람을 들어주는 대신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는 계산이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2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3차 민관합동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포이즌필'이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독소조항을 이른다. 기업이 적대적 M&A 위협에 처할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싼 값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콜옵션) 주는 방식이다. 법무부와 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재계의 줄기찬 요구에 따라 지난해 4월 '경영권방어 법제개선위원회(일명 포이즌 필 TFT)'를 구성해 법제화를 검토해왔다.
정부는 이번 방안을 발표하면서 포이즌필 도입 시점 등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법무부와 달리 외자 유치 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온 경제부처가 적극적 추진으로 입장을 바꾼 상태여서 적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제도 도입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재정부 구본진 정책조정국장은 "기본적으로 경영권 공격 수단에 비해 방어 장치가 부족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며 "그동안 관계 부처간 논의가 상당히 진전됐다"고 설명했다.
도입 시점에 대해서는 "국회 일정상 연내 도입은 어렵겠지만, 구체적인 법제화 작업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권리 남용이나 주주평등의 원칙 훼손, 투자 저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여러 조정 장치가 마련될 것이므로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며 "통상 관련 분쟁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포이즌필 도입 논의가 본격화 된 것은 이른바 'SK사태'를 겪으면서부터다.
지난 2003년 4월 소버린 펀드는 SK지분을 집중 매수한 뒤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대규모 분식회계와 최태원 회장 구속 등을 문제삼아 집요하게 경영권을 공격했다. 2005년 10월에는 KT&G가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과 헤지펀드 스틸파트너스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기도 했다.
재계는 이 같은 사례를 들어 경영권 방어 수단이 지나치게 취약하다며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 등 강력한 경영권 방어 '방패'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미국의 경우 지난 80년대에 포이즌필과 '황금낙하산(인수 대상 기업 최고경영자의 주식 매입권 등을 보장해 기업의 인수 비용을 높이는 방식)' 등 경영권 방어 제도를 도입해 23개 주에서 포이즌필 제도를 명문화 한 상태다.
또 미국 외에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은 특정 주식에 수십, 수백배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영국과 일본 등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황금주(주식 보유 수나 비율에 관계 없이 특정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 주식의 특수한 형태)'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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