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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제 개편' 실현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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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이해관계로 순탄치 않을 듯…반발 예고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선거제도 및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 여야가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단 한나라당은 박희태 대표가 직접 나서 "한나라당은 총력 지원체제를 갖추고 강력한 뒷받침을 하겠다"면서 여야 대표회담을 제안했고, 야당도 제안 자체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위기는 좋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여야 정치권에서는 복잡한 심경을 보이고 있어 실제로 현실화되기까지는 많은 진통이 예고된다.

일단 전체적으로 봤을 때 '선거제도 및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주제 자체가 100년 여 동안 뿌리박혀 있는 13도 지방행정체제를 손봐야 하는 것인지라 수많은 이해관계 조율이 필요한 어려운 난제다.

특히 중대선거구제 개편이 논의될 경우 일부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몫을 내놓아야 하는 경우도 생겨 여당 의원들부터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 영남권 의석수 감소…친朴계 타격 커 반발 예고

한나라당의 경우 일단 적극적 후속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계파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어 내부 정리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일 선거구제를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1개 거대 선거구에서 순위별로 2명 이상 국회의원 선출)로 바꿀 경우 특히 차츰 야당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영남에서 여당의 의석수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여당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이는 또 계파 간 이해관계에도 직결된다.

상대적으로 영남지역보다 수도권 비율이 높은 친李계 측에서는 타격이 덜하지만 수도권보다 지방 비율이 높은 친朴계의 세력은 적잖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제안이 당내 사전 조율을 거친 것인지 의심하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아무래도 현역 의원의 지역구 문제가 직결된 만큼 반발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내용 자체는 좋을 수 있지만 현실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수도권 의원들은 선거구제 개편에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나타내면서 공천개혁 등 당 쇄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당내 논란을 의식한 듯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도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의 경축사가 꼭 선거구제 개편만을 말한 것은 아니다"며 "(이 대통령은)너무 잦은 선거로 인한 폐단을 말씀하신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워낙에 민감한 사안인지라 당내 논의 과정에서부터 적잖은 파열음이 발생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 진정성 의심…'先 미디어법 무효화-後 선거개편 논의'

반면, 민주당의 경우 선거구제 개편 자체는 참여정부 당시부터 주장했던 내용이라 환영의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자칫 여권의 제안에 쉽게 응할 경우 미디어정국으로 인한 정부여당 비판여론이 희석될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특히 여당이 선거구제 개편으로 야당을 국회로 유인한 뒤 변죽만 울리다 없던 일로 만들 수 있어 이 대통령의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제안이 야당의 등원을 촉구하는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한심한 발상"이라며 "진지한 것이라면 언론법 국면 해법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전제조건을 단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서는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실질적으로 진행될 경우 현 여대야소(與大野小) 구도를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바꿀 수 있는지라 은근히 기대감도 함께 드러내고 있다.

우 대변인은 "언론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행정구역, 선거구제도 개편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며 "우리가 오랫동안 준비해오고 국민을 설득해온 만큼 나름의 안을 준비하겠다"고 논의 준비에 나설 뜻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先 미디어법 무효화'를 전제로 여당의 논의제안에 응할 뜻을 역 제안함과 동시에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한 당의 입장을 정리한 뒤 여당의 반응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 측은 선거제도 개편 문제와 관련, 여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생산적인 정치문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여당이 좀 손해를 보더라도 꼭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희생 없이 뭔가 바꾸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소신이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박정일기자 co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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