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와 백혈병' 논란을 해명하고, 반도체 생산 2개 라인을 기자들에게 공개하기로 한 15일 오전 9시.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에서는 용인 기흥 공장으로 가기 위해 줄 서 있는버스 3대에 기자들이 나누어 몸을 실었다.
버스가 시동을 건 9시 10분께, 기자가 탄 3호차 앞쪽 출입구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내 남편이 어떻게 죽었는지 보겠다. 왜 유족들한테는 공개하지 않고 기자들에게만 공개하느냐. 1~3라인을 다 없애고 4~5라인 다 바꾸고. 직원도 기자도 못 믿겠다."
기흥 공장 반도체 라인에서 일하던 남편 황모 씨를 지난 2005년 백혈병으로 먼저 보낸 정모 씨(여·34세)였다. 정 씨는 남편과 사내 커플이었으며 본인도 기흥 반도체 라인에서 11년 일했다.
"날 기자라고 생각해라. 한 명만 끼면 되잖느냐. 아무 소리 않고 그냥 기자들 따라만 다니겠다. 내가 왜 못가느냐."
정 씨의 목소리는 타는 듯했다. 버스 안에 있던 기자 30여명은 30분쯤 그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삼성전자 홍보실 직원들이 "같이 갈 수 없다. 다음에 가시자"고 설득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공손하던 삼성 직원들도 "기자들이 객관적으로 쓰는 기회를 방해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간은 30분이 넘어 9시 45분이 됐다.
일부에서 "그냥 모시고 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지체됐다. 3호차에 탄 기자들은 버스를 포기하고 짝지어 택시를 탔다.
각자 출발한 3호차에 탑승했던 기자들 대부분 본 기자회견에 30~40분 가량 지각했다. 기자들은 반도체 생산 라인 시찰까지 마치고 나서 놓친 앞부분 발표를 다시 들었다.
기사 마감도 늦어졌다.
삼성 측은 '적당한 시기'에 유가족에게도 설비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조수인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이 이번 시찰에 참여하고자 했다"는 질문에 "오늘은 언론을 대상으로 한 자리였다. 적당한 시기에 유가족에게도 공개하겠다. 고인들이 3년 전 어느 파트에서 일했는지 아는데, 설비를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기흥=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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