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망중립성 논쟁이 또 다시 달아올랐다. 스카이프가 아이폰에서 3G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인터넷전화를 쓸 수 있는 앱을 내놓은 때문이다. '아이폰용 스카이프 2.0버전'을 놓고 국내 지사격인 옥션스카이프와 아이폰 이용자들은 '환영' 입장인 반면, 아이폰을 파는 KT는 '차단을 검토'하고 있다. 아이뉴스24는 '망중립성 긴급 진단'을 통해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망중립성 논쟁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로벌 인터넷 전화업체인 스카이프가 이동통신 시장에 태풍을 몰고 왔다. 아이폰에서 3G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인터넷전화를 쓸 수 있는 앱(아이폰용 스카이프 2.0버전)을 출시하면서 관련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아이폰용 스카이프 2.0버전'을 이용할 경우 와이파이 지역에 있는 스카이프 사용자들은 완전 무료로 통화할 수 있기 때문. 또 3G 지역에서도 기존 이동전화 통화료보다 30%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통화할 수 있다.
국내 아이폰 사용자(3G, 3Gs)가 3G 이통망을 통해 스카이프 가입자간 통화할 경우 통화비는 무료이며, 데이터 사용량만 차감된다. 이 때 차감되는 데이터량은 일반 웹페이지를 다운로드하는 용량과 비슷하다. 1분 정도 통화하면 100KB 정도가 빠지는데, 이를 10초 단위로 보면 12.6원 정도 돼 국내 이동전화 요금(10초당 18원)보다 저렴하다.
주의할 점은 상대방이 아이폰에서 스카이프 앱을 실행한 상태여야 데이터용량만으로 통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곧 출시될 아이폰4G에서는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이 지원돼 스카이프를 항상 실행상태로 둘 수 있어 영향력이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스카이프는 2010년 말까지 3G망을 이용한 스카이프 통화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혀, 별도의 통화연결비용도 당분간 내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망중립성이란? 망중립성이란 "망사업자는 모든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 콘텐츠를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게 기본 골자다. 망중립성은 인터넷 기업이나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망에 관계없이 합법적인 콘텐츠에 접근할 권리"가 되지만, 통신회사 입장에서는 "망 매출 감소나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프리라이딩"이 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의회가 망중립성 원칙 도입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
◆수익 배분 논란...해외 업체로 대부분의 수익 이전
3G 스카이프가 소비자들에게는 많은 혜택을 주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수익배분 문제를 살펴보면 논란거리가 적지 않다. 통신사들 입장에선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스카이프로 전화를 걸면 대부분의 수익은 스카이프로 가고, 국내 이동통신 회사들은 아주 적은 데이터통화료 수익만 가져가기 때문이다.
스카이프는 아이폰 이용자가 유선전화에 걸 경우 1분에 22원(주요 42개국), 통화연결료 49원을 챙길 수 있다. 여기에 2011년부터 3G망 통화료까지 유료화할 경우 더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반면 KT 등 국내 이통사들은 한 통화당 일반 웹페이지를 다운로드하는 용량의 데이터통화료인 1분당 3~5원 정도만 수익으로 들어온다.
KT가 얼마전 데이터통화료 패킷(1KB)당 요금을 2.01원에서 0.25원으로 크게 내리는 등 이통사들이 정부의 무선인터넷 활성화 방침에 따라 앞다퉈 데이터통화료를 인하해 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국내 이통사들의 수익 감소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용 스카이프, 현행 통신법으론 불법여부 못가려
당장 3G망에서도 인터넷전화 스카이프를 쓸 수 있는 휴대폰은 아이폰(아이폰용 스카이프)과 노키아폰(심비안용 스카이프)이다. 아이폰 가입자가 현재 73만 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잠재력이 있어 보인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앱스토어에서 '아이폰용 스카이프 2.0 버전'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고, 이미 스카이프 설치했다면 앱스토어 업데이트를 통해 버전 업그레이드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KT가 아이폰용 3G 스카이프에 대해 애플 측과 협의해서 서비스를 차단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스카이프를 '불법(역무침해 등)'으로 확정하기에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KT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아이폰용 3G 스카이프의 불법 여부에 대해 질의할 가능성은 있지만, 방통위의 판단이 나오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2008년 SK텔레콤은 방통위에 소프트웨어 다운로드만으로 통화료를 20~30%정도 줄일 수 있는 삼성네트웍스의 '감'서비스에 대해 역무침해 및 약관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결론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감'과 비슷한 서비스를 편법이라고 보고 SK텔레콤이 접속을 차단해도 공정거래법상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아이폰용 스카이프 무단강행 제어법 발의...통신사 투자유인 보호
이런 가운데 현재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2소위에 새로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어 주목된다. 이 법안은 지난 4월 국회 문방위를 통과해 법사위에서 자구 수정 등을 거치면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별정통신사업자가 기간통신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해당 설비를 보유한 통신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토록 했고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했다.
또한 ▲별정통신사업자(A)가 기간통신사(C)와 계약맺은 다른 통신사업자(B)와 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 계약이 C의 의사에 반하지 않아야 계약의 효력을 인정토록 했다.
주목되는 점은 옥션스카이프(별정통신사업자)가 3G망을 이용한 인터넷전화(mVoIP)를 서비스할 때 해당 설비를 보유한 통신사업자(KT 등)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점과, 계약없이 서비스를 제공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걸 금지행위로 규정한 점이다.
국내에서 아직 mVoIP는 서비스되고 있지 않지만 이동전화와 인터넷전화(VoIP)가 기간통신역무로 돼 있는 만큼, 옥션스카이프가 제공하는 3G인터넷전화는 기간통신역무로 해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럴 경우 옥션스카이프가 KT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아이폰용 스카이프 서비스를 강행했을 때 부당 이득으로 금지행위 위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때 방통위가 아이폰용 스카이프를 부당 이득이 아닌 선량한 서비스로 판단할 여지는 있지만, 국내 전기통신사업법에서 통신사들의 차세대 통신망 투자 유인을 강조하는 취지로 이같은 조문이 법에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우리나라 통신법에 이같은 조항이 담길 경우 3G 스카이프 사용에 있어 '망중립성' 주장도 불가능해 질 전망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밝힌 망중립성 원칙에도 "이용자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원하는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 법이 통과되면 KT나 SK텔레콤, LG텔레콤의 망에 무단으로 접속해 유령콜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프리라이딩해서 수익을 얻는 게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환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통신사들이 스카이프의 공포에 떨지 않으려면 속히 4G 같은 인터넷기반망(올IP)으로 설비투자를 더 하고, 생태계에 기반한 다양한 인터넷 기반 혁신서비스를 만들면서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에 직접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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