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모바일 게임업체와의 점심 미팅,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한 K팀장은 아이패드속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
그가 하고 있던 게임은 14살 '천재소년' 로버트 네이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버블볼'. 지난달 29일 출시 후 2주만에 다운로드 건수가 200만건을 넘어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게임이다.
직원이 회사 아이패드에 받아둔 게임을 가져갔다가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의기양양하게 10단계까지 깬 게임화면을 보여준다.
기자도 직접 게임을 실행해 봤다. 공 하나와 깃발 하나가 화면에 뜨고, 공이 움직이는 방향을 예측해 블럭을 설치해 깃발까지 닿게 하는 단순한 게임이다. 아무래도 개인 개발자가 혼자 만든 게임이다 보니 터치감이 둔탁하다.
그런데 재밌다. 살짝 엉성하기까지 한 조작 환경이 오히려 승부욕에 불을 붙인다. 게임 본래의 재미에 충실한 것이다.
K 개발팀장도 '버블볼'의 게임성을 높이 샀다. 그러나 이내 한숨을 내쉰다.
"한국에선 어림도 없는 얘기죠."
'버블볼'처럼 무료 애플리케이션인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지만 0.99달러라도 돈을 받는 유료 애플리케이션이 될 경우, 우리나라에선 출시가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애플, 구글 등 스마트폰 콘텐츠 유통 사업자들은 게임 콘텐츠의 경우 게임위의 등급분류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전심의제에 부담을 느껴 게임 카테고리를 막아놓은 상태다. 따라서 국내에서 출시되는 스마트폰용 게임은 모두 게임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 등록되고 있다.
최근 '일명 주차장 지붕 사건'으로 알려진 게임개발자 정덕영씨의 사례가 그렇다. 정 씨는 아이폰용 게임인 'ROSM'을 미국 앱스토어에 출시한 데 이어 국내 앱스토어에 등록하기 위해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 심의를 받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후의 절차가 굉장히 복잡했다. 일단 회원가입을 위해 공인 범용 인증서, 인감증명서, 사업자등록증 스캔본 등의 서류가 필요했고, 이후엔 게임제작업 등록증이 있어야 했다.
개발자 정씨의 경우 회사가 입주한 오피스텔의 주차장 지붕이 불법 건축물로 단속돼 게임제작업에 등록할 수 없었다. 이 모든 절차가 후속작으로 유료 애플리케이션 제작을 구상 중인 14세 천재소년에게도 녹록치 않은 일일 것임은 분명하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모바일 게임업체에 다니고 있는 K팀장에겐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중인 '셧다운제'가 새로운 고민거리다. 밤 12시부터 6시까지 청소년의 게임이용을 제한하는 이 법안에는 중독성이 없는 모바일 게임도 그 대상으로 포함된다. 해외 게임들까지 규제 대상이 되기 때문에 글로벌 유통망을 가진 애플·구글에서 게임 카테고리를 열어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명박 대통령이 연설에서 컴투스의 박지영 대표와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를 아무리 거론해도 그가 수장으로 있는 정부 부처가 합의 끝에 내놓은 법안은 이 땅에서 새로운 박지영, 주커버그, 로버트 네이가 탄생하는 데 있어 크나큰 장애물이다.
K팀장은 외쳤다. "국회 앞에서 머리라도 깎고 싶은 심정입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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