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작년 말 타결된 한미 FTA 추가 협상에 대한 서한 교환안을 의결해 공이 국회로 넘어왔지만 쉽지 않은 국회 비준 절차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한미 FTA가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회 비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따라서 비준까지는 쉽지 않은 길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여야의 입장차가 크고, 강행처리를 위한 여당 내 결속도 어렵다. 한미 FTA 반대 입장을 정한 야권은 한미 FTA 비준 자체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박지원 원내대표가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협상 내용이 우리에게 불이익이기 때문에 국익을 위해 국민과 함께 반대하겠다"며 "한미 FTA는 미국을 위한 FTA가 돼서는 안된다"고 한미 FTA 저지 방침을 밝혔다.
◆여, 단독 강행처리 쉽지 않아
정동영 최고위원 역시 "한미FTA는 국민 특히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수출시장 확대라는 명분으로 대한민국의 기준과 표준을 신자유주의 시장 만능국가인 미국식으로 수용하는 한미 FTA에 대한 성찰과 전면적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반대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한미 FTA 재협상은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굴욕 양보 협상"이라며 "심각한 구제역으로 축산농가가 황폐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산 돼지고기 관세를 2016년에 전면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한미 FTA 재협상안을 의결한 것은 천인공노할 짓'이라고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축산업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는 정부의 한미 FTA재협상 의결은 분명 만행"이라며 "민주노동당은 야권과 국민 전체의 힘을 모아 한미FTA 원안 전체를 다시 심의하고 이를 부결해 경제 주권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반대가 거세지만 여당이 이를 강행처리할 동력도 없다. 지난 해 12월 8일 2011년 예산안과 법안을 몸싸움 끝에 강행처리한 여당은 후폭풍으로 엄청난 비판에 직면했다.
이제 국회 정상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미 FTA를 다시 강행하기는 어렵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9일 당정회의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처리와 관련해 "당당하게 그러나 시기에 맞게 처리할 것"이라며 "강행처리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남경필 국회 외통위원장과 소장파가 강행처리에 합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관건이 되고 있다. 남 의원장은 "한미 FTA는 반드시 여야 합의를 통해 처리하겠다. 물리력을 동원한 단독 처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 21명도 날치기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모았다.
◆여야 비준 동의 절차 놓고도 '갈등' 예고
한나라당은 기존 비준된 안과 지난해 말 재협상을 통해 변경된 안을 따로 비준 받는 안을 준비하고 있어 야당과의 절차 논쟁이 불가피해보인다.
정옥임 한나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정부에서 한미FTA 추가 협상 결과 조문화 작업이 완료돼 3개의 합의 문서가 작성됐다"며 "한미 FTA와 직접 관련된 서한은 헌법 60조에 따라 새로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나머지 2개의 의사합의록은 비준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미 본회의에 올라간 기존 한미 FTA 재협상 비준 동의안은 그대로 놔둔 채 재협상문에 대한 비준 동의안만을 처리하자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날치기 예고이자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한나라당의 비준 절차를 맹비난했다.
전 대변인은 "한미 FTA 협정문 제24장 최종 규정 제24.1조는 '부속서 부록 및 각주는 이 협정의 불가분의 일부를 구성한다'고 돼 있다"며 "이는 기존 외교통상위를 통과한 한미FTA 협정문과 추가로 협상한 재협상문이 불가분의 일부로서 양자를 분리해서 처리할 수 없음을 규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한미 FTA 재협상안을 FTA 원안과 함께 별도 비준을 받겠다고 했지만, 작년 12월 정부가 타결한 FTA 재협상은 자동차 관세 철폐 시기를 변경해 기존 협정문을 명백히 수정했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정부가 심의 의결한 재협상안은 기존 협정문을 수정하는 것으로 한미 FTA 재협상 결과를 국회에서 비준 받고자 한다면, 재작년 1월 한나라당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기존 협정문 원안까지 반드시 전면 재심의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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