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 칼럼]
1+1=2다. 이건 산수다. 그러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이 당연한 명제가 반드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가끔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비즈니스 세계에는 수학으로 풀 수 없는 돌발변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놓고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혈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11일 노키아와 MS가 전략적으로 제휴했다. 경쟁력을 키우려는 게 그들의 의도일 것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기는 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둘이 하는 게 더 불편하기도 하다. 난 두 회사의 결합이 그렇다고 본다. 난 그 점에서 포춘의 유명한 칼럼리스트인 세스 웨인트로브(Seth Weintraub)의 생각이 상당히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본다.
그는 2월11일자(현지시간) 칼럼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노키아의 제휴가 안드로이드에게는 좋은 뉴스”라고 썼다. 이 제휴를 바라보는 일반적 시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맥락을 따지는 통찰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제휴를 보는 여러 방향 중의 하나일 뿐이겠지만 그게 현실이 될 가능성도 없잖다.
◆그들은 왜 손을 잡아야만 했는가?
노키아와 MS의 제휴가 앞으로 얼마나 파괴력을 보일 것인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두 회사가 손잡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파악해야 한다. 그 배경이야말로 미래 예측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세계 1위의 휴대폰 제조업체다. 하지만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고 지난해부터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면서 휴대폰의 주력 시장이 된 스마트폰 분야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최근 IDC 통계자료에 따르면, 노키아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2010년 초 39.3%에서 연말에 28%로 떨어졌다. 시장의 10%를 반납한 것이다.
아이폰이 처음 나올 때부터 비교하면 그 폭은 더 커진다. 스마트폰 시장 분석의 '재야 고수'로 알려진 호레이스 데디우(Horace Dediu)가 그의 블로그 아심코에서 제시한 그래프에 따르면 2007년 2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키아의 점유율은 50%를 상회했다. IDC 자료와 이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 노키아의 하향세는 2010년 들어 더욱 커졌다.
휴대폰의 ‘명가(名家)’ 노키아의 쇠락은 이처럼 또렷하다.
노키아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스티븐 엘롭은 그 결정적인 이유를 운영체제(OS)에서 찾았다. 그는 “우리 플랫폼(OS)이 불타고 있다”고 절규했다. “미래가 불투명하더라도 (그게 어디든) 과감하고 용기 있게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결국은 MS의 윈도 폰이었다. 이미 충분히 예측됐던 행동이기도 했다.
MS로서는 특단의 대책이 요구 됐고 그게 노키아였다. 마침 노키아의 구원투수로 간 스티븐 엘롭은 MS의 임원을 역임했던 아군(我軍)이기도 했다.
◆쇠락하는 1등과 인기 없는 5위의 결합
내가 노키아와 MS의 제휴가 가져올 파괴력에 대해 그다지 큰 신뢰를 보내지 못하는 까닭은 이 제휴가 ‘쇠락하는 1등과 인기 없는 5위의 결합’으로서 시너지를 내기에는 뭔가 엉성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시너지를 내기에 앞서 단기적으로는 그나마 두 회사가 갖고 있던 잠재력까지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먼저 노키아의 심비안이 앞으로 어떤 대접을 받을 것인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앞으로 그 운명이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OS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꺼릴 것이다. 다른 좋은 스마트폰도 많은데 굳이 앞날이 불투명한 스마트폰을 구매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포춘 칼럼리스트인 세스 웨인트로브도 이 점에 대해서 날카롭게 지적하고 나섰다.
그에 따르면 스티븐 엘롭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심비안 플랫폼을 폐쇄하기 전에 1억5천만대 이상의 심비안 스마트폰을 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IDC의 분기별 발표 자료를 종합하면, 노키아는 지난해 총 1억3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따라서 엘롭이 제시한 1억5천만대라는 수치는 지난해 판매대수에다 올해 성장률을 감안해 1년 남짓의 기간에 판매할 수치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심비안이 계속 살아남고 운영체제의 품질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소비자의 기대가 만발했을 때나 거론할 수 있는 수치로 보인다. 두 회사의 제휴로 심비안에 대한 소비자의 ‘배신감’이 커지고 심비안에 기대를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전혀 엉뚱한 게 아니라면 이런 수치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게다가 윈도폰7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엘롭이 추후 심비안 스마트폰 판매대수를 1억5천만대로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노키아의 윈도폰7 스마트폰은 최대 1년이 걸릴 수도 있다.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폰을 만드는 기업들도 제품을 내놓는 데 1년 이상 걸린 바 있다. 이 적지 않은 시간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시각은 투자자들도 갖고 있는 듯하다. 포춘에 따르면, 노키아와 MS가 제휴 사실을 발표한 뒤 노키아의 주가는 12%가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두 회사의 기대와 달리 이번 제휴를 심비안에 대한 노키아의 ‘항복 선언’으로 읽고 향후 제휴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제기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런 부정적 시각은 제휴설이 나돌 때부터 일부에서 제기되기도 했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캐롤리나 밀라네시는 "윈도폰7는 실망스런 상황이고 MS는 소비자들에게 휴대폰 관점에서 섹시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같은 제조회사에서 만든 안드로이드폰이 날개 돋힌 듯이 판매되고 있는 동안에 윈도폰7을 장착한 스마트폰 판매는 소식조차 뜸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MS로서도 이 제휴는 그다지 반길만한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 노키아가 윈도폰7을 장착한 스마트폰을 잘 팔아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그게 이번 제휴의 1차적인 이유이자 목적이겠지만 윈도폰7 장착 노키아 스마트폰이 진짜로 그럴 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반면 그동안 윈도폰7의 우군이었던 삼성전자, LG전자, HTC, 델 등의 제조업체가 이들의 제휴를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만큼은 확연해 보인다.
노키아는 이들이 추격해야 할 최대 경쟁업체인 게 분명하다. 그런 업체와 MS가 ‘특혜’에 가까운 포괄적 제휴를 하고, 특히 지도나 내비게이션 등의 솔루션에 대해서는 노키아 제품을 쓰기로 했을 때 같은 윈도폰7 스마트폰이라면 노키아 제품이 더 경쟁력을 가질 것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삼성전자 등이 이를 달거워 할 이유가 없고 윈도폰7에 대한 연구개발을 줄일 것이라는 사실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야 노키아가 얼마나 버텨줄 것이냐가 관건이 되겠지만 적어도 향후 1년은 MS로서는 원치 않았던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노키아와 MS 연합군은 앞으로 상당 기간 제품을 준비한 뒤에도 고가 제품 시장에서는 여전히 애플의 아이폰 및 일부 안드로이드폰과 버거운 싸움을 해야 할 것이고, 중저가 시장에서도 파죽지세로 올라오고 있는 각종 안드로이드폰과 혈투를 벌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의 경우 OS가 공짜라는 점에서 윈도폰7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만약, 노키아가 MS가 아닌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선택하고, 오랫동안 축적한 하드웨어 제조 경쟁력과 대규모 물량을 기반으로 한 가격 경쟁으로 승부하는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면, 시장 상황은 또 지금과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이 점에서 구글 부사장인 빅 군도트라(Vic Gundotra)가 8일 밤 본인의 트위트 계정에 올린 메시지가 이제 더 의미심장하게 읽힐 수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트윗했다. "2월11일 Two turkeys do not make an Eagle." 이제와 명확해진 것이지만 두 마리 칠면조는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이고 한 마리 독수리는 구글이다. 스마트폰 전쟁이 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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