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이나 빌딩은 에너지를 잡아먹는 하마입니다. 스마트그리드 개념이 확산되면서 에너지 절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겁니다."
2008년 모 중공업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에너지 사용 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결국 회사는 대우정보시스템의 에너지관리솔루션(EMS) 도입을 선택했다. 이후 그 회사는 현재까지 약 14억 원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대우정보시스템 융복합연구팀 김석민 부장은 자사의 EMS솔루션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그린 EMS의 차기버전인 'EMS 4.0'버전 개발을 준비하는 등 그린IT 솔루션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린IT 시장 선점을 노리며 달려온 지난 4년의 노력은 현재 회사의 EMS솔루션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 총체적 난국 '신사업'으로 해결, 결론은 '그린IT'
대우정보시스템이 그린IT시장 공략을 처음 결정한 때는 지난 2008년이다. 당시 대우정보시스템은 모 회사인 대우그룹의 해체 후 IT 아웃소싱(ITO), 시스템 매니지먼트(SM)사업 등에서 고전하며 새로운 활로 모색이 필요했다.
정성립 대우정보시스템 대표는 "IT분야가 아닌 전혀 새로운 분야라도 괜찮으니 신성장 동력을 찾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이후 약 20명 정도의 인력이 모여 '신 사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김 부장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던 도중 스마트그리드 라는 개념을 알게 됐고 에너지와 IT를 결합한 무언가를 만들어보자고 결정됐다"고 말했다.
스마트그리드라는 개념이 국내에 알려지게 된 때는 2008년쯤이다. 당시 미국은 계속되는 일반 가정 및 시설의 정전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스마트그리드라는 개념을 통해 전력공급 시스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대우정보시스템은 그린IT, 특히 에너지와 데이터센터의 효율적 운영을 타깃으로 삼고 본격적인 사업모델 구상에 착수했다. 김 부장은 "제조업, 교통·물류, 빌딩, 가정이라는 4개의 타깃을 정했었다"며 "이 중 제조업과 빌딩의 에너지 효율화를 최종 낙점하고 개발연구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일반인들이 가장 체감할 수 있는 분야는 '가정'의 에너지 효율화인데 이것을 선택에서 배재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만한 수익상의 문제가 존재했다.
김 부장은 "대체적으로 가정에서 지출하는 에너지 사용 비용은 5~10만 원 정도인데 솔루션을 도입하면 몇 천원 정도의 절감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솔루션 구축비용이 대략 100만원 정도인데 굳이 누가 자기 집에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겠느냐"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 에너지 절약 'EMS'출시, 반응은 '후끈'
그리고 회사는 에너지 관리 솔루션 초기버전인 EMS 1.0을 2008년 출시했다. 당시 출시 된 EMS는 제조업체의 에너지 사용량을 통합 모니터링 해주는 기능이 탑재됐다. 김 부장은 "당시 모델은 공장 내에 있는 모든 시설의 전력 사용량을 통합해서 보여주는 기능만 있었다"고 말했다. 사용량 확인만 될 뿐 실질적인 절약 기능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EMS 1.0을 도입한 제조업체들은 하나같이 솔루션 구축을 통해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개별적으로 전력검침을 해야 하는 일이 없어지면서 생긴 인건비 감소에 따른 것이었다.
회사는 단순 모니터링 기술만 탑재된 EMS 1.0에 실질적인 제어기능을 얹은 'EMS 2.0'을 2009년 말 출시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자동 에너지 관리'가 가능해졌다.
처음 이 솔루션이 구축된 곳은 대우조선해양의 조선소였다. 당시 조선소에서 가장 많은 전력이 사용되는 부분은 도색공정에서 필요한 '팬'가동 부분이었다. 도색 과정에서 생기는 열과 도색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습도 조절은 필수다. 그리고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팬인데 시도 때도 없이 돌아 비용절감이 시급했다.
회사는 팬과 도색공정에 사용되는 기기에 센서를 부착했다. 그리고 이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열과 습도를 감지, 적절한 열과 습도일 때는 자동으로 팬이 멈추게 만들었다. 결과는 '대 만족'이었다.
김 부장은 "EMS 2.0부터 이를 도입하기 위한 문의가 시도 때도 없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자신감이 생겼다. 시장에 대한 확신은 덤이었다. '융복합연구팀'이라고 이름 붙여진 EMS연구팀은 다시 새로운 연구에 돌입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EMS에 온실가스 관리 기능까지 탑재한 'GEMS(그린-EMS)'를 출시하게 됐다.
◆ 축적된 노하우의 'GEMS', 그린IT 공략 '첨병'
현재 에너지와 온실가스 관리 솔루션 시장 선점을 위해 많은 IT업체들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때마침 대우정보시스템에서 출시한 GEMS. 과연 거대기업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밀병기가 될 수 있을까? 김 부장은 자사의 GEMS가 가진 차별성으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가 자신감을 나타낸 이유는 바로 축적된 노하우와 수많은 데이터베이스다. 특히 에너지 사용량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는 '산정식' DB가 대우정보시스템의 자신감을 대표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타 업체는 기업에서 솔루션 구축 의뢰가 들어오면 기업의 전력소비 패턴을 일일이 컨설팅 한 후 그에 맞는 모델을 새로 개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우정보시스템은 이미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현재 출시 된 GEMS의 환경설정만 바꿔주면 바로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부장은 "일반 기업은 물론이고 에너지관리공단 같은 공기업에서도 제품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미 출시 전에 구축계약이 진행된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솔루션 구매가 아닌 '빌려 쓰는'개념의 SaaS모델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및 온실가스 관리를 원하는 중소기업 구축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현재 대우정보시스템은 GEMS의 후속 모델인 EMS 4.0버전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기존 GEMS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 될 예정으로 올해 중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GEMS 출시 후 25명 정도로 구성된 대우정보시스템 연구팀원 대부분은 휴가를 떠났다. 설 연휴도 반납한 채 연구에 매진한 보상이다. 김 부장은 "휴가가 끝나면 다음 버전을 위한 밤샘연구가 계속될 것"이라며 "회사의 주력 사업인 만큼 앞으로도 에너지관리 분야의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주기자 kbj021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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