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서기자] 태블릿PC 출시를 앞둔 국내 중소업체들의 가격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가격인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그동안 가격을 앞세워 경쟁의지를 다졌던 중소업체들의 가격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졌다. 애플, 삼성전자 등에 비해 브랜드와 사양 등에서 역부족인 중소업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스테이션, 엔스퍼트, 빌립, 아이리버, 코원 등 태블릿PC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 모두 태블릿PC 가격 인하를 검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도업체인 애플, 삼성전자 등이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기존 모델의 가격 인하 등에 나서면서 가격경쟁력의 위축이 불가피해진 때문이다.
실제 애플코리아는 아이패드2 출시를 앞두고 기존 아이패드를 최대 18만원 가량 할인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아이패드와 같은 가격으로 출시된 아이패드2에 따른 애플의 글로벌 정책의 일환이다. 이와 관련 지난 3일 홈페이지를 통해 기존 아이패드의 할인판매 실시를 공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아이패드는 와이파이 모델의 경우 최대 13만5천원, 3G 모델은 최대 18만6천원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16GB 와이파이 모델의 경우 50만원이면 아이패드를 구입할 수 있게 된 것.
애플코리아 홍보팀 박정훈 부장은 "이번 할인은 아이패드2가 국내 출시되기 전까지 지속된다"며 "아이패드2가 출시되면 기존 모델은 단종시키는 게 애플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도 조만간 출시하는 갤럭시탭 와이파이 모델의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예약 판매가인 59만 9천원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게 삼성 모바일의 입장이다.
◆브랜드 이미지도 문제인데, 가격마저 비싸면…
이같은 할인정책에 가장 타격을 받을 곳은 단연 태블릿PC를 만드는 국내 중소 제조사들.
중소업체의 태블릿PC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대기업 제품에 열세인데다가 최근에는 사양에서도 격차가 커지고 있다. 가령 삼성전자나 LG전자, 애플 등이 듀얼코어 CPU를 장착한 태블릿PC를 연이어 공개하고 있는 반면 중소업체 제품은 아직 이만큼의 하드웨어 성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대기업 제품과의 차별화, 특히 가격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왔던 중소업체들은 최근의 아이패드, 갤럭시탭 인하 움직임에 맞춰 가격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아이스테이션(대표 채종원)은 지난해 8월 '버디' '듀드' Z3D' 등 태블릿PC 3종을 선보였다. 이중 전략 제품인 7인치 3D 태블릿인 'Z3D'의 당초 책정 가격은 60만원대.
아이스테이션 홍보팀 설명환 팀장은 "Z3D은 3D에 특화된 제품이기 때문에 아이패드와는 시장 자체가 전혀 다르다"며 "3D가 얹혀지기 위한 제조 과정에서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어쩔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이패드보다 비싼 가격에 제품을 내놓을 수는 없기 때문에 가격 인하 부분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출시 전인 듀드와 Z3D에 대해서는 스펙 상향과 관련한 기술 검토도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스퍼트(대표 이창석)는 지난달 8일 두번째 태블릿PC '아이덴티티 크론'을 공개했다. 이 제품의 예상 출시 가격은 50만원대. 기존 모델인 '아이덴티티탭' 역시 와이파이 모델도 49만 5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엔스퍼트 관계자는 "최근 회의에서 아이패드가 50만원까지 가격이 내려간다는 이야기가 거론됐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가격적인 부분을 포함한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 출시될 예정이었던 아이덴티티 크론은 현재 출시 시기도 뒤로 밀린 상태다.
아이리버(대표 이재우)는 태블릿PC 출시시기를 3월말에서 4월 정도로 예정하고 있다. 빌립 브랜드의 유경테크놀로지스(대표 유강로) 역시 4월말 7인치 태블릿PC 'X7'을 출시할 예정이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최근의 상황이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 아이패드의 가격 인하도 그렇지만 특히 아이패드2와 국내 출시시기가 겹칠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이리버만의 디자인이 특히 강조된 태블릿PC를 준비하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 부분도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빌립 관계자는 "아직 가격이 확실히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아이패드보다는 낮게 나오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며 "애플뿐 아니라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도 태블릿PC에 총력도 다하고 있는 시점에서 중소기업으로서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코원시스템(대표 박남규)은 태블릿PC의 상반기 출시를 포기했다. 태블릿PC 출시 전에 MP3플레이어, 안드로이드 PMP 등 예정돼 있는 제품들이 밀려 있기 때문이다.
코원 관계자는 "생각보다 출시시기가 많이 늦어져 상반기 출시는 어려울 것 같다"며 "가을이 되는 8월쯤을 목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 차별화할 수 있는 것들 가운데 하나가 가격 경쟁력"이라며 "제품을 출시할 때 기존에 나와있는 제품들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웅서기자 cloud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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