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여전했다. 이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해 사회가 충분히 알고, 공감하고 있으니 이를 기반으로 한 'IT 생태계' 복원에 대한 혜안을 나눠달라고 질문을 했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는 눈을 부릅뜬다. '이제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사회가 자각했을 뿐, 무엇을 연구하고 대비해야하는지, 어디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아는 이도, 행하는 이도 '아직은' 없다고 일침을 놓는다.
◆"모바일 생태계 조성 '과정'에 집중하라"
지난 24일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KAIST 소프트웨어 대학원에서 김진형 앱센터지원본부장을 만났다. 교수로서 후학 양성에 힘써오면서도 한편으론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해 정부와 사회에 오롯이 외쳐오길 10년.
이제 그는 교수이자 앱센터지원본부장으로서 빠르게 복원되고 있는 모바일생태계 중심에 서 있다.
어떻게 하면 모바일 세상에서 일어난 생태계 복원을 사회 전반에 끌어낼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무엇일까.
그런데 김진형 본부장은 "모바일 생태계는 해답이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그의 말을 풀이하자면 이렇다. 지금의 모바일 생태계는 마침 정부와 민간과 학계가 혼연일체가 돼 집중투자한 결과 형성됐다는 얘기다.
한국의 대표 1등 기업이 한순간에 애플이라는 경쟁업체에 무너지게 될 위기에 처했고, IT 강국이라는 자존심은 모바일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상 앞에 체면을 구겼다.
회복할 방법은 '생태계 복원'을 통한 소프트파워를 되살리는 것이라는 것에 대해 정부도, 기업도 공감했다.
기업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다는 대전제가 받아들여졌다.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민간 기업의 앱 센터 개소식에 장관급 인사가 가서 격려와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홍보대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같은 대대적인 지원에 개발자들은 몰렸고, '팔릴만한 상품'이 결과물로 나왔다. 전 국민은 주머니를 열어 '돈을 주고' 제품과 콘텐츠를 샀다. 이렇게 회복하고 있는 것이 모바일 생태계다. "그렇다면 가정해볼까요? 의료 업계에 이같은 민-관 협동의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뤄진다면? 그로 인한 소프트파워가 힘을 얻고 현 의료기술과 접목한다면, 아직은 소원한 '유비쿼터스 헬스케어'가 이뤄지는 것도 순식간입니다."
교육에 소프트파워가 집중된다면 사교육이 판치는 대신 공정하고 효율적인 u러닝이 자리잡게 될 것이고 업무현장에 소프트파워가 적용되면 야근과 휴일근무에 시달리는 대신 '스마트워크'가 실현되리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인식과 이를 산업 전반에 적용해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은 전혀 별개로 진행되고 있으며 제대로 인지조차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김 본부장의 지적이다.
◆"'시간' 필요한 투자를 정부가 해줘야"
그는 "이제 모바일이 아닌 사회 전반에서도 이같은 소프트파워가 발현되도록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프트웨어가 살아야 생태계가 살아나고, 그래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모바일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 문화와 의료, 교육까지 모든 부분에서 회복돼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돈만 투자한다고 다 되는 산업이 아니라는게 소프트웨어의 특징이라고 그는 못박는다.
"장치나 반도체, 통신은 투자하면 되는 산업입니다. 인프라가 기반이 돼야 하니까요.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돈만 갖고 되는 산업이 아닙니다. 소프트웨어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키울 '시간'도 필요합니다."
이 부분에 정부와 민간이 할 일이 나뉜다.
인력 양성과 장기적 관점의 연구개발, 이같은 '긴 호흡'의 투자는 바로 정부가 해줘야 한다고 김 본부장은 강조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마냥 '미래투자'만 할 수는 없기에 시간이 걸리는 투자는 정부가 담당하고, 기업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는 과감한 자본 투자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참 우스운 일입니다만, 10년을 그렇게 얘기해도 모르더니, 그 일을 애플이 해줬어요.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우리 사회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알게 해줬으니까요."
계면쩍은 웃음 뒤로 그의 식지 않는 열정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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