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미기자] 지난달 CJ제일제당이 설탕가를 인상한데 이어 1일 동아원이 밀가루 출고 가격을 8.6% 올렸다.
연초부터 물가잡기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는 정부가 제당·제분업계를 압박했지만 국제 원당과 곡물의 가격 상승에 관련업계는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겠다며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제당·제분업계는 설탕과 밀가루 등이 소비자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0.1%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빵, 라면, 음료 및 유제품 업계 역시 재료가 상승 등으로 압박을 받았던 만큼 설탕, 밀가루 가격 인상에 따라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여 식품업계의 도미노식 가격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더 이상은 못버티겠다"…제당 이어 제분업계 가격 인상
동아원이 오는 5일부터 밀가루 출고가를 평균 8.6% 인상한다. 이에 따라 업소용 포장제품 20kg을 기준으로 중력1등급은 1만5천300원에서 1만6천620원, 강력1등급은 1만6천800원에서 1만8천250원, 박력1등급은 1만4천600원에서 1만5천860원으로 각각 8.6%씩 오른다.
이에 대해 동아원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러시아의 수출금지조치를 시작으로 주요 생산국들의 기상악화에 따른 수급불안 등의 이유로 국제 원맥가격이 동년대비 평균 50% 이상 급등하고 있으며, 국내 통관가격 역시 큰 폭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토로했다.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다른 제분업체들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인상 시기와 폭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도 버틸 만큼 버텼다"며 조만간 가격을 조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업계는 설탕 가격을 평균 9.9% 인상했다.
가격인상에 대해 CJ제일제당 측은 "그동안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협조하려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지만 국제 원당가격이 폭등하면서 지난 2008년부터 영업이익이 매년 감소해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21% 줄었다. 삼양사와 대한제당과 같은 제당업체의 영업이익 역시 크게 줄었다. 제당업체의 수익성의 최악"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도 오래 기다렸다"…제빵, 라면 등 줄줄이 가격 인상 예고
제당·제분업계는 가격인상을 실시하며 설탕과 밀가루 등 원물은 물가 비중이 매우 적은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물가인상을 유발시키는 주요 품목으로 꼽고 압박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CJ제일제당 고위 관계자는 "설탕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는 0.03%에 불과하다. 소비자물가 가중치 조사품목 489개 중 372위에 그친다. 설탕이 빵, 과자, 음료 등 주요 가공식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여서 설탕 값이 10% 올라도 이들 제품의 가격인상요인은 0.45%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는 몇 개 안되는 제당업계를 압력함으로써 물가잡기에 나서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동아원 역시 "밀가루 가격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일부 과장돼 알려져 있다"며 "실제 밀가루 가격이 소비자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0.1%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제당·제분 업계는 이같은 발언에는 설탕과 밀가루를 쓰는 가공식품 가격이 도미노식으로 인상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함이지만 식품업계 역시 "기다릴만큼 기다렸다"는 분위기이다.
유제품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구제역에 따른 원유 공급 부족과 설탕 가격 인상 등으로 오는 5월을 전후로 가격 조정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베이커리업계 1위 SPC 그룹은 "제빵의 경우 설탕과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며 향후 가격 조정을 예고했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은 "당장 가격 인상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최근 증권가에 퍼진 농심의 가격 인상 소문만으로 주식이 오르는 등 최악의 영업 이익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은미기자 indi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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