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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력이 '상생'이다]함께 만드는 세계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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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면 더 멀리, IT생태계를 살리자-1부]

[박영례기자] 세계 경제가 통합되면서 글로벌 경쟁력은 기업들에 피할 수 없는 화두가 됐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TV, 가전 분야에서 우리 기업이 세계 IT시장의 리더로 떠오르면서 이를 견제하려는 글로벌기업들의 파상공세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합종연횡과 극심한 무한 경쟁 속에서 스타플레이어 하나로는 1등이 될 수 없다.

이제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부품에서 세트, SW에서 콘텐츠로 이어지는 IT산업의 생태계에서 모든 플레이어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생존 무기이자 1등의 조건이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야말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한국의 IT군단이 세계무대에서 승자가 될 수 있는 진정한 '상생'이다.

이를 위해 노력하는 IT기업들과 성공사례 소개를 통해 최근의 화두가 되고 있는 대중소 동반성장의 길을 모색하고자한다.<편집자주>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지난해 여름. 갤럭시S와 옵티머스Q를 내놓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휴대폰 마케팅 담당 임원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물량을 달라는 사업자 전화는 빗발치는데, 줄 수 있는 양은 턱없이 부족했다.

AMOLED나 일부 부품에서 공급부족(쇼티지)이 발생한 탓이다. 이 때문에 일선 대리점에서는 제품 품귀로 한달을 기다려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진땀이 난다. 마케팅 담당이 사업자보다 부품업체 눈치를 더 봤을 정도다." 담당 임원의 후일담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세계 IT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애플도 부품업체 앞에서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다. 애플은 최근 일본 지진으로 낸드플래시 주요 공급처인 도시바가 타격을 입으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물량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핵심 부품의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선수금을 주기도 한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디스플레이를 공급중인 LG디스플레이가 지난 한해 애플에서 받은 선수금만 우리 돈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바야흐로 소프트웨어와 부품이 서비스와 완제품(세트)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세계 휴대폰 시장 경쟁이 막강한 애플리케이션을 앞세운 애플과 구글 진영의 대리전 양상이 됐고, 레티나(LG)와 AMOLED(삼성) 싸움이 된 아이폰과 갤럭시S의 경쟁이 이를 방증한다. 국내에 IT산업을 덮친 애플 '아이폰 쇼크' 만큼 부품 공급에 따른 막대한 반사이익, 즉 '아이폰 효과'가 공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1등 부품과 SW가 1등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다는 뜻도 된다. 이같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통한 '함께 만드는 1등'이야 말로 최근의 화두가 되고 있는 대중소 동반성장 또는 상생 전략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기업은 물론 IT 산업의 생태계를 이루는 중소기업의 기술력 등 경쟁력 강화가 급선무가 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이 이같은 기반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휴대폰만 하더라도 중소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것은 안테나, 케이스, 힌지, PCB 등 범용부품이 대부분. 이들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PCB 기구 16%, DMB 모듈 11% 정도를 제외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반대로 원가 비중이 25%에 달하는 베이스밴드모뎀 & RF를 비롯해 메모리칩(14%), 디스플레이(10%), 카메라모듈(7%), 배터리(6%) 등 핵심부품의 경우 수입 또는 대기업 중심의 수급구조를 취하고 있다.

저가 중국제품 및 복수벤더 공급 등 심화되는 가격경쟁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고사하고 안정적인 매출처 확보, 수익성 개선조차 쉽지 않은 실정인 것.

이들 업체가 차별적인 기술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연구개발(R&D), 인력 등에대한 지원 및 이를 통한 기반 마련이 급선무다.

대기업의 제품개발과 연계한 공동 기술개발 및 핵심부품의 국산화, 중소기업의 유망 기술의 조기 상용화 등 다각적인 지원의 강화와 확대에 민관의 상생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는 뜻이다.

◆"함께 1등 합시다"

최근 들어 제조 대기업들이 1차 협력사 기회를 확대하고, 협력사 현장을 챙기며 공동 기술개발, 자금지원, 혁신 컨설팅까지 중소기업과 1등의 노하우, 가치공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미 이를 통한 성공사례도 잇따르면서 이의 확산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협력사의 경쟁력이 삼성의 경쟁력이다. 삼성전자의 미래 준비 역시 협력사가 앞서 나갈 때 함께 발전 한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최지성 부회장이 1~3차 협력사와 가진 '대토론회'에서 강조한 말이다. 삼성전자는 '혁신기술협의회(이하 혁기회)'를 중심으로 거래 여부와 상관없이 중소기업과 핵심기술과 아이디어를 공유, 공동 기술 개발 등의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오픈 소싱'을 통해 수입에 의존하던 장비 국산화로 수입대체 및 원가경쟁력 확보를, 중소기업에는 1차 협력사 기회는 물론 핵심기술력 확보, 신규 비즈니스 창출 등 효과를 거둔 것.

실제 삼성전자는 한때 반도체 전공정 장비인 금속막 식각장치(Metal Dry Etcher)를 전량 해외업체에 의존해 왔다. 당장 품질 및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장비 국산화가 시급했다. 이에 중소장비업체 아토와 전담 TF를 구성, 국산화에 뛰어들었고 마침내 2009년말 장비 양산에 성공했다.

디스플레이용 전력 반도체(PMIC) 역시 삼성전자가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부품. 반도체 전문 업체인 실리콘마이터스와 공동 기술 과제를 통해 역시 국산화로 이어졌다. PMIC는 TV, 모니터를 넘어 모바일, 에너지, AMOLED, LED 등으로 사용처가 확대되면서 실리콘마이터스 매출도 2배 가량 뛰었다.

지난해 최단기 텐 밀리언셀러에 오른 갤럭시S 역시 협력사와의 상생을 통해 거둔 값진 성과. 갤럭시S 인기비결 중 하나였던 도트(Dot)패턴의 배터리 커버가 바로 협력사인 인탑스의 작품이다. 1981년 설립초기 매출 1억원대 중소기업이던 인탑스는 이제 매출 4천억원대를 자랑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인탑스 김재경 대표는 "삼성전자로부터 기술, 자금, 설비 자동화, 경영컨설팅까지 지원받아, 인탑스의 역사는 말 그대로 동반성장의 역사"라 강조했다.

현재 삼성전자 혁기회 1기 회원사는 24개에 달한다. 이들 회원사의 지난해 매출은 60% 가량 늘었다. 올해는 31개사로 구성된 2기 혁기회가 출범한 상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은나노 코팅 기술 등 까지 대상도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오픈 소싱'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기회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이하 SMD)의 세계 1위의 AMOLED 경쟁력은 이른바 '크레파스(CREative PArtner Ship)에서 나온다. 협력사 상생 프로그램의 일종인 크레파스는 협력사에 무보증, 무회수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개발 성공시 장비 구매를 보장해준다. 이를 통해 NCB네트웍스가 선보인 테스트 장비는 SMD의 AMOLED 수율을 5% 가량 끌어올렸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AMOLED는 수율의 싸움이다. SMD가 일본 업체를 제치고 AMOLED 첫 상용화에 성공한 것도 이같은 수율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때문. 양측이 상생을 통해 글로벌경쟁력을 끌어올린 셈이다.

NCB네트웍스 이창근 사장은 "SMD와 7개월여의 노력 끝에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며 "SMD측의 인력 및 자금 지원, 성공에 따른 장비 구매가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MD는 이같은 상생효과 확대를 위해 크레파스에 이어 협력(Cooperation)과 성장(Growing-Up)을 뜻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의 상생협력 프로그램 'Co-Up'을 도입했다. AMOLED 관련 부품·소재 기술 국산화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신규 사업 아이템을 제공, 사업화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LG 역시 협력사와 제품 품질과 생산성 혁신을 제품 경쟁력 확보에 적극 활용하고, 이를 확대하고 있다.

"제품의 경쟁력은 부품에서 나온다." LG전자 구본준 부회장이 연구개발(R&D), 생산력, 품질과 함께 평소 강조하는 얘기다.

LG전자는 이에 대한 투자 등 자체 노력과 함께 협력사에도 완벽한 품질확보를 위한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협력사에 신기술 개발은 물론 혁신 컨설팅 등까지 지원하고 있다.

가령 혁신전문가(Factory Innovator 이하 FI) 제도가 대표사례. 협력사에 FI를 상주시켜 지속적으로 현장을 지원케 한다. FI는 반장 중 상위 30% 인원을 선발, 사내외 협력업체 생산성 향상 지원, 현장 이슈 해결 업무 등 추진을 맡는다.

사출성형업체인 삼천산업은 LG전자의 이같은 기술지원 및 FI제도를 통해 사출장비를 무인화, 생산성과 품질 개선효과를 많게는 50% 까지 끌어올렸다.

가전제품 케이스를 만드는 이코리아산업은 지난해 생산평준화로 업계 최고 수준의 'Level4'를 달성했다. 당시 LG전자 이영하 사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 성과를 함께 축하했다. 이같은 LG전자의 지원은 이코리아산업이 3년만에 매출 규모를 2배 가량 끌어올리는 데 뒷심 역할을 했다.

지난 1981년 금성사와 첫 거래이후 30여년간 LG전자에 세탁기, 냉장고, TV 부품 등을 공급해온 신성화학은 해외 동반진출에 까지 성공한 경우.

지난 2005년 동반 진출 협력사로 선정되면서 LG전자가 마련한 단지 내 협력사동에 입주, 현지 법인 '신성나노루스' 설립부터 법무 생산, 관리 등 전반에 걸친 지원을 받았다.

신성나노루스는 현재 세탁기 도어 사출 및 조립, 냉장고 사출부품, TV Back Cover사출, 등 LG Ruza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 제품의 주요 부품을 공급 하고 있다. 지난해 세탁기 80만대, 냉장고 45만대, TV 170만대 분의 부품을 공급했다. 신성화학은 2006년 300 만달러를 시작으로 지난해 2천500 만달러 매출을 올렸다.

LG전자는 그룹차원의 R&D 지원과 함께 신사업 분야에서 부품과 장비를 개발해 국산화한 중소기업에 대해 1차 협력회사 기회 등을 확대 키로 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협력사와 함께 '동반 1등'을 강조하고 있다. 협력사와의 장비 공동개발을 통해 생산라인별 국산화율을 15%에서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도 거뒀다.

특히 권영수 사장은 지난 2007년부터 협력사들과 '경영실적 공유회'를 갖고 있다. LCD업계 특히 LG디스플레이의 경영 현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향후 사업계획에 충분히 반영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권영수 사장은 올초 열린 공유회에서 "LG디스플레이가 차별화된 1등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는 바탕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협력회사가 있다"며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권사장은 이날 협력사와 올해 추진 과제와 전략을 공유하고, 2차와 3차까지 지원을 대폭 늘리는 등 '1등 협력사'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하이닉스 역시 협력사와의 반도체 장비 공동개발은 물론 지난해에는 1천196억원의 국산장비를 구매했다. 지속적으로 이같은 상생을 통해 국산화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최근의 글로벌 경쟁과 산업패러다임의 주도권이 부품과 SW 등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대중소 기업간 공동기술개발 및 기술력 확보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수요대기업과 장비․부품업체간 공동 R&D 등을 통해 중소기업 기술개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며 "올 상반기 중 SW-시스템반도체 동반육성전략 수립, SW융합 채용연수사업 등 중소기업 자생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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