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통신 3사가 지난 해 '절약'한 마케팅 비용이 실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규제기관이 관여할 수 없어 결국 통신사 배만 불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을동 의원(미래연대)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 3사는 매출대비 24.3%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 전년 대비 2.1% 포인트 줄어든 마케팅비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지난 해 5월부터 마케팅비 총액 규제 가이드라인을 시행하면서 통신사가 신규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보조금 등의 명목으로 집행하는 마케팅 비용을 매출액 대비 22%를 넘지 못하도록 행정지도 해왔다.
통신 3사는 비록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인 22%를 지키지는 못했지만 2009년 26.4% 대비 2.1% 포인트 줄어든 24.3%의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면서 마케팅비를 소폭 줄이는데 성공했다.
방통위는 이와 관련, 스마트폰 확대로 격화된 통신시장에서 마케팅 소모전을 다소 완화하는 성과를 도출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줄인 마케팅 비용의 용처에 대한 부분이 도마에 올랐다.
김을동 의원은 방통위에 "(총액규제 가이드라인이)마케팅비 상승 억제에 일정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되는데, 마케팅비 억제가 시설투자 또는 요금인하에 영향을 미쳤는지 아니면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를 공식 질의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 측은 "마케팅비 억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파악하기는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또한 방통위 측은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은 행정지도로써, 가이드라인 위반을 이유로 제재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위원회에서는 사업자들의 자발적인 가이드라인 준수를 유도하여 마케팅비가 축소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의원실에 답했다.
마케팅비란 통신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대리점에 판매촉진 비용 등을 지급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광고 및 홍보비용은 마케팅비에서 제외된다.
통신사의 마케팅비가 늘어났다는 얘기는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그만큼 많은 수준의 보조금이나 경품 등을 지급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 해 5월 "통신사가 늘어난 마케팅 비용만큼 차세대 투자 및 요금인하, 차별화된 서비스 연구개발 등의 노력에 소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적정 수준의 마케팅비 소모 제한이 필요하다"며 총액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었다.
김을동 의원은 이와 관련 "마케팅비 상승 억제 효과에 따라 통신사들이 지난 2010년 한해동안 '절약'한 2.1% 포인트의 마케팅 비용은, 당초 정책 의도대로라면 설비투자나 요금인하, 서비스 개발에 투자되어야 맞다. 하지만 방통위는 그 비용의 용처를 밝힐 수도, 관여할 수도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이 줄면 영업이익은 당연히 늘어나게 되는데, 이 이익을 실제 설비 투자나 요금 인하 등 소비자 혜택으로 돌렸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방통위가 인정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방통위 측은 "통신사업자의 2010년도 연간 투자계획 대비 투자실적이 107.4%로 4천384억원 증가했다"며 절약한 마케팅 비용이 설비투자에 집행됐다고 간접적으로 답변했다.
김을동 의원은 "당초 정책의 의도는 마케팅비를 줄여서 투자를 확대하고 요금인하 여력을 마련하자는 거였는데 이런 효과가 실제 나고 있는지 와닿지 않는다"면서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가이드라인이 왜 있는지조차 의문스러운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