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애플과 삼성전자의 양자 대결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두 회사의 성장세가 다른 경쟁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 특히 노키아와 리서치인모션(RIM)에 대한 두 회사의 추격전이 맹렬하다.
2위 애플은 점유율 측면에서 1위 노키아를 가시적인 추격권으로 끌어내렸고, 4위 삼성전자도 3위 RIM과의 거리를 바짝 좁힌 상황이다.
5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인 I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총 9천960만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79.7% 성장했다. 지난해 1분기의 시장 규모는 5천540만대를 기록한 바 있다.
1분기 시장에서 가장 큰 특징은 애플과 삼성의 약진이다.
애플은 시장 점유율에서 스마트폰 시장의 '전통의 강호' 리서치인모션(RIM)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섰고, 삼성은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최대 경쟁상대인 대만의 HTC를 제치고 4위에 올라섰다. 애플의 전년대비 판매 증가율은 114.4%였고, 삼성전자의 증가율은 무려 350%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높은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판매량인 240만대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앞으로 그 폭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은 사상 처음 점유율을 두 자릿수(10.8%)로 끌어올리는 쾌거를 기록했다.
노키아는 1위를 유지하긴 했지만 여전히 하락세가 또렷하다. 올 1분기에 2천420만대를 팔아 지난해 1분기 2천150만대에 비해 12.6% 성장하기는 했지만, 점유율은 작년 38.8%에서 올해 24.3%로 급락했다.
애플의 상승과 노키아의 쇠락은 최근 몇 분기 동안 지속적인 추세였다.
이 추세에 중요한 흐름으로 새롭게 등장한 것은 리서치인모션이 눈에 띄게 약해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점과 삼성전자가 애플을 추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후보로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올해 스마트폰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과연 애플이 노키아를 제치고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냐가 첫번째이고, 삼성의 추격이 어느선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냐가 그 두번째다.
◆애플, 마침내 스마트폰 왕좌 차지할까
애플과 노키아의 판매 대수 차이는 지난해 1분기 1천280만대에서 올해 1분기에는 550만대 규모로 줄어들었다. 점유율 차이 또한 지난해 1분기 23.1% 포인트에서 올 1분기에는 5.6% 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추격하기에 까마득한 거리가 현실적인 차이로 좁혀진 셈이다.
특히 노키아는 지난해 1분기 대비 올 1분기 성장률이 12.6%(270만대 증가)에 불과하지만 애플은 114.4%(1천만대 증가)를 기록했다. 애플이 토끼처럼 성큼성큼 뛰고 있는 반면 노키아는 거북이처럼 기고 있는 것이다.
포춘 인터넷판은 이런 결과를 놓고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7 운영체제로의 이전을 기대보다 더 매끄럽게 하지 못한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애플이 노키아를 따라 잡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노키아가 윈도폰7으로 얼마나 성공적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수도 있는 최대 관건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와 함께 애플이 소문처럼 클라우드 기반의 중간 가격대 아이폰(속칭 '미니 아이폰')을 내놓을 것인지도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이 노키아가 강점을 가진 시장을 급속히 잠식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키아의 경우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집중하는 반면 애플은 지금까지 고가 시장만을 공략해왔기 때문에 만약 중간 가격대의 아이폰을 내놓는다면 노키아로서는 시장 방어가 그만큼 더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윈도폰7과 미니 아이폰은 지역적인 문제와도 관계가 깊다.
애플은 북미 시장을 최대 거점으로 하고 있는 반면 노키아는 유럽-중동-아프리카와 아시아 태평양 시장을 거점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노키아는 윈도폰7를 기반으로 북미 시장을 공략하려 할 것이고, 애플이 미니 아이폰을 통해 중동 아프리카 남미 시장을 공략하며 맞불을 놓을 수 있다. 아이폰은 이미 유럽과 아시아의 고가 시장에서는 노키아의 점유율을 상당히 잠식한 상태다.
◆삼성, 리서치인모션까지 제칠 수 있을까
1분기 애플의 실적이 경이로운 것이긴 하지만 삼성 또한 엄청난 잠재력을 바탕으로 그야말로 활화산처럼 폭발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HTC를 제치며 선두 자리를 확고히 했다는 점이 강조될 만하다.
지난해 1분기에 HTC는 27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4.9%의 점유율로 삼성전자(4.3%)를 근소하게 앞선 상태였다. 삼성에 비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발빠르게 움직인 덕분이었다. 하지만 삼성의 저력이 빛을 발했다.
올 1분기에는 1천80만대를 팔아 10.8%의 점유율로 890만대를 팔아 8.9%의 점유율을 챙긴 HTC를 따돌렸다. HTC에 비해 휴대폰 제조 역사가 길고 세계 각국의 이동통신 사업자와 폭넓게 제휴한 게 강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 힘이 실린 만큼 이 추세는 앞으로 더 또렷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의 목표는 이제 안드로이드 내부 경쟁이 아니라 iOS, 블랙베리, 심비안 등 경쟁 OS로 초점이 옮겨져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1차 목표는 당연히 블랙베리일 수밖에 없다. 1분기 기준으로 블랙베리와의 판매대수 차이는 310만대다. 점유율 차이로는 3.2% 포인트다. 애플과 노키아의 차이보다 더 좁다. 블랙베리의 연간 성장률이 31.1%인 반면 삼성의 성장률은 350%인 점을 감안하고 이런 추세가 급격히 바뀌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삼성전자가 블랙베리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봐도 될 것이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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