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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RPG의 아버지, 송재경이 말하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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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에이지', 새로운 MMORPG 가능성 제시할 것"

[박계현기자] "'쉽고 편한 게임', 제가 지금 막 이 업계에 뛰어든 개발자라면 만들수도 있겠죠. 하지만 MMORPG라는 시스템을 만든 개발자라면 뭔가 다른 걸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아니면 누가 이런 도전을 하겠습니까."

그는 초기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금처럼 레벨업 코스와 각 직업별로 할 일이 뚜렷하지 않던 초기 게임에선 이용자들이 모여서 게임 내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논하는 과정이 있었다. NPC(이용자가 조종하지 않는 캐릭터)와 게임 내 몬스터들과 시름하는 것 외에도 할 일이 있었고, 할 일이 없으면 이용자들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아키에이지'는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하고 웃고 즐기는 '가상세계'에 가까운 게임입니다. '울티마 온라인'·'리니지' 같은 초기 MMORPG들에 가깝죠. 처음 MMORPG가 나왔을 때의 커뮤니티는 사람들이 그 안에서 생활을 한다는 느낌이었는데, 요즘 나오는 게임은 이용자들이 개발자가 제시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소비가 끝나면 '더 콘텐츠를 내놔라'하고 악플을 달면 끝인 경우가 많죠. 제가 생각하는 MMORPG와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아키에이지'를 통해 원래의 본류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아키에이지'의 이용자들은 일정 레벨에 도달한 이후부터는 새로운 대륙에서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집을 짓고 나무를 심고 배를 만들고 집 안에 들여놓을 가구나 배의 돛에 내걸 그림까지 고민하면서, 굳이 '경쟁'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 물론 공성전·함대전 등을 통해 전장을 누비며 몹이 아닌 아군과는 협력하고 적군과는 대립하는 실감나는 전쟁도 가능하다. 레벨업 외에도 다른 길이 열려 있다는 이야기다.

"MMORPG는 말 그대로 여럿이 모여서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입니다. 모여서 몹 잡고 아이템 먹는 게임이 아닙니다. 개발자가 콘텐츠를 만들어서 소비를 하고 더 이상 할 게 없는 그런 게임보다는 이용자들이 같이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기본적으로 이용자들이 개발자가 시키는 것 외에 다른 걸 많이 할 수 있는 분위기의 MMORPG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MMORPG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레벨 노가다'는 없다는 이야기일까.

송재경 사장은 "100시간을 투자한 이용자가 10시간을 투자한 이용자보다 더 높은 레벨이 되고 더 좋은 장비를 지닐 수밖에 없는 건 현실세계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송 사장은 이를 "게임 속 경제 또한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모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은 많지만 돈이 별로 없는 사람과 아이템을 구해서 더 빨리 강해지고 싶은 사람 간에 거래가 일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죠."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MMORPG)과 FPS, RTS 등 콘트롤로 경쟁하는 게임의 차이는 경쟁이 다양한 형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덕분에 '레벨업' 이외의 다른 게임성이 추가되면 현금을 동원해서라도 아이템을 사려는 구매욕은 오히려 사라질지도 모른다. 반면 이용자들이 장비 아이템보다 훨씬 더 다양한 카테고리의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지갑을 열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이지'를 부분유료화 모델로 갈 것인지, 정액제 모델로 갈 것인지를 두고 아직 고심 중이다.

'아키에이지'는 연내 공개 서비스를 목표로 현재 3차 비공개 테스트(CBT)를 목전에 두고 있다. 개발팀이 전날(5일) 막 3차 CBT 분량의 콘텐츠 개발을 마치고 하루의 대체휴가를 얻은 날이라 엑스엘게임즈 사내는 한가로웠다.

송재경 사장은 "3차 CBT에선 초반 레벨의 콘텐츠와 전장 등을 선보이게 된다"고 소개했다.

앞서 말한 자유도 높은 콘텐츠들은 마을 건설 등에서 일부 선보이지만 이용자가 전체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때까진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송 사장은 "개발 일정이 빡빡하긴 하지만 차근차근 잘 진행하고 있다"고 짧게 상황을 언급했다. MMORPG나 현재 게임계가 안고 있는 이슈에 대해서 거침없이 말하던 송재경 사장도 '이용자가 사는 또 다른 세계'를 목표로 개발 중인 원대륙 콘텐츠를 설명할 때만큼은 조심스러웠다.

"지스타 때 콘텐츠를 공개한 이후 너무 매니악한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들었습니다. 불친절한 게임이 되지 않도록 이용자들과 속도를 맞춰가면서도 MMORPG라는 장르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송재경 사장은 종종 인터뷰 중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DNA'·'인간의 본성'·'세대간 갈등' ·'사다리 걷어차기' 같은 용어들을 사용했다. 그가 단지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의 사장이 아니라 게이머들이 뛰놀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하는 사회공학적 설계자라는 증거다. 그리고 그는 그와 철학이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경쟁게임들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블레이드&소울'이나 '테라'나 훌륭하게 만든 게임인데 철학이 다르다고 해서 어느 게임은 성공하고 다른 게임은 실패해야 하는 건 아니죠. 다 잘 돼서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 우수한 한국 문화를 알리고 '블레이드&소울'을, '아키에이지'를 하면서 자란 세계의 아이들이 '한국' 하면 MMORPG 잘 만드는 나라로 인식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최근 통과된 '셧다운제'에 대해 물었다. 게임업계에선 만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이번 입법을 게임이 곧 유해매체물로 인식되는 사회적 규제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송재경 사장은 단호했다.

"저와 비슷한 동년배인 40대들은 아직도 게임하면 '애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30대는 절반이, 20대는 80%가, 10대는 100% 게임을 하면서 자라납니다. 게임은 첨단 문화 매체입니다."

"인류가 엔터테인먼트를 개발하는 건 인간 DNA에 잠재된 본성 중 하나이고 당연히 본능적으로 놀이 문화를 즐기게 됩니다. 책·소설·연극에서부터 근래에는 영화·만화, 최근에는 온갖 테크놀로지의 총집합체인 엔터테인먼트로 게임이 등장한 거죠. 게임을 즐기면서 자란 세대들이 곧 주류가 될 겁니다.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10대·20대가 언젠가 2011년의 셧다운제를 70년대 통행금지를 회고하듯이 떠올릴 때도 분명 올 거라는 믿음. 그에게 게임은 그 자체로 사회이자 문화이자 놀이다.

◆'아키에이지'는?

'아키에이지'는 '리니지' 개발자로 잘 알려진 송재경 대표를 비롯해, 시나리오에는 전민희 작가, 게임음악에는 신해철, 윤상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300억원 이상의 개발비용이 투자된 프로젝트로 지난 비공개 테스트에서 기존 MMORPG에서 찾아보기 힘든 마을 건설·해상전 등의 콘텐츠를 선보이며 이용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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