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통신 요금을 더 내리라는 사회 전반의 압박이 거세다. 통신사들은 '인위적 요금인하는 기업 활동의 방해'라며 맞서는 형국이다.
입장은 갈리지만, 방향성은 일치한다. 정부나 산업계 모두 '경쟁'을 통한 자율적 요금인하는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렇다면 '자발적' 요금인하를 유도할만한, 제대로 된 경쟁 환경은 조성되고 있는 것일까.
오는 7월부로 SK텔레콤과 KT 등의 이동통신망을 임대해 자체 브랜드의 통신사업을 할 수 있는 '이동통신 재판매(MVNO)' 사업이 첫 삽을 뜬다. 아이뉴스24는 현재 3사로 고착화된 통신시장에 '경쟁자' MVNO가 제대로 마련된 무대에 오르는지 긴급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MVNO "적어도 20% 더 싼 요금제 가능"
24일 현재 통신요금을 내리기 위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기본료를 아예 받지 말아야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부터 현행 스마트폰 정액 요금제를 수정해 이용 형태별 맞춤형 요금제로 변환해야 한다는 소극적 인하안까지 의견도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요금을 내린다는 의미는 통신사 매출이 뭉텅 날라간다는 얘기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받아들일리 만무하다.
이석채 KT 회장은 이와 관련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저해하는 인위적인 요금인하안은 합당치 않다"며 "통신산업의 특성상 기간망에 대한 선행투자를 해야하는 사업자들의 투자의지를 꺾어버릴 수 있다"고 정부에 직격탄을 날린바 있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도 강제적 요금인하에 대해 "경쟁을 통한 자율적 요금인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경쟁 활성화'의 대안으로 이동통신 재판매(MVNO)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을 필두로 복수의 MVNO들이 오는 7월부터 사업을 본격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MVNO는 망을 임대해 재판매한다고는 하나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외에 또 다른 이동통신 사업자가 등장하는 격이다. 즉 경쟁자가 늘어나는 셈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미 국내 이동통신 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시점에서 MVNO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시장 확대'보다 '경쟁활성화'에 목표가 있다고 설명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관계자는 "MVNO 도입으로 기존 망 임대(MNO)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이동통신 이용자 확대를 꾀하자는 것이 정책목표는 아니다"면서 "경쟁을 통해 고착화된 현 통신 3사 구조에 변화를 주고 각 사간 공격적인 요금 및 서비스 경쟁이 일어나게 되면 소비자들은 자연히 그 이익을 취할 수 있고 기업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 MVNO들은 사업 시작부터 "기존 이동통신사와의 차별화 경쟁력으로 20% 저렴한 요금을 선보이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장윤식 KCT 대표는 "노인이나 소액 사용자들을 위해 기본료가 아예 없는 상품, 기본료 반값 상품 등을 기획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현행 이동통신사의 요금보다 20% 저렴한 요금제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스프리트 김현우 MVNO 팀장은 "요금제는 기본적으로 현행 이통사보다 20% 저렴하게 구성할 것"이라면서 "이에 더해 교육, 대형 유통 등 협력사와 결합해 산업에 특화된 통신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200만명이 이동하면 전체 4% 인하효과
MVNO가 활성화 돼 요금에 민감한 계층이 MVNO로 옮겨간다면 전체적인 요금인하 효과도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MVNO가 제대로 시장에 안착해 수준있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선보일 경우 향후 5년간 전체 이용자의 4%정도가 이동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신업계 전문가는 "해외 선례를 보면 10년간 10% 정도의 가입자가 MVNO로 이동했었다"면서 "국내에서도 MVNO가 제대로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노인층이나 학생, 또는 투폰 사용족이나 기타 법인폰 등 요금에 민감한 고객층 중 약 200만명 정도가 MVNO로 옮겨갈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만명이 20% 저렴한 MVNO의 통신요금을 사용하면 시장 전체 요금 평균은 약 4%정도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또 "아무리 현재 시장우위 사업자라 하더라도 후발 사업자에게 가입자를 지속적으로 빼앗기면 내부적으로 더욱 공격적인 요금상품을 내놓거나 파격적인 서비스 상품을 묶음으로 제공하는 등 경쟁이 일어나게 된다"면서 "이같은 상황을 모두 고려할 때 4% 정도 요금을 내린 효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전망을 제시하며 한국케이블텔레콤이 7월부터 MVNO 사업을 시작한다. SK텔레콤의 선불전화 서비스를 빌려 이를 재판매하는 형태다.
KCT는 선불전화 사업을 시작으로 10월에는 후불이동전화서비스를, 내년 상반기에는 번호이동까지 가능한 자체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지난 해부터 KT와 와이브로 기반의 데이터 재판매 계약협력을 맺어왔던 인스프리트도 자회사인 엔스퍼트의 단말 라인업을 앞세워 음성까지 모두 제공하는 MVNO를 이르면 9월부터 시작하겠다고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그밖에도 온세텔레콤과 아이즈비전, SK텔링크 등도 하반기 MVNO 개시를 예고하고 있다.
MVNO가 요금인하에 실질적 효과를 줄 수 있다는 명제는 이 제도가 '성공'했을경우를 전제로 한다. 예비사업자들도 법적 제도가 마련됐기 때문에 일단 사업 가능성을 보고 덤벼들고 있다.
하지만 MVNO 출범을 불과 1개월 앞둔 시점에서 진통이 적지 않다는 점이 이같은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예비 사업자와 망 임대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MVNO 전담반까지 꾸려가며 양자간 의견 조율을 하고는 있지만 어느 한쪽의 의견에 중심추를 달아주지 못하고 있어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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