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SK텔레콤이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부를 분사하기로 했다. 콘텐츠와 플랫폼 등 외형적인 통신서비스보다 무형의 콘텐츠 역량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하성민 SK텔레콤 대표는 31일 오후 3시 사내방송을 통해 플랫폼 부문 분사를 공식 발표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 4월 중순 회사내회사(CIC)조직 개편 이후 플랫폼 조직을 별도로 분사하기로 했다"며 "보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콘텐츠 육성책에 전력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현재 '네트워크 CIC'와 '플랫폼 비즈니스', 'GMS CIC' 등 세개 부문으로 운용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 부문을 분리하는 것은 콘텐츠 영역이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시의적절하게 상품화 해서 시장에 내놓을 때 비로소 경쟁력을 갖는데, 큰 조직에서는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이처럼 기민한 서비스 상품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따라서 플랫폼 조직은 분사를 통해 콘텐츠 개발 및 서비스 플랫폼 활성화 전략에 '올인'할 전망이다.
N스크린의 호핀(Hoppin), TV 포털, IPTV사업 등 뉴미디어 관련사업을 뉴미디어 부문으로 통합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업효율성과 실행력을 높인다는 전략을 마련한 바 있다.
플랫폼 부분을 분사하고 나면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순수한 의미의 통신서비스인 네트워크 CIC 중심으로 사업을 하게 된다.
◆"수익을 한바구니에 담지마라?"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분사에 대해 콘텐츠와 통신서비스 플랫폼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순수한 의도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연간 2조원 이상의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고 있는 SK텔레콤은 매출의 20%가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이렇다보니 기업의 본연의 가치인 '수익창출'을 하더라도 규제강화와 감시의 눈초리는 더해만 가기 십상이다.
SK텔레콤 관계자들이 '때만되면 국회가 영업이익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요금인하 압박을 한다'는 볼멘소리를 하는 것도 회사 내부의 인식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시민단체와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까지 나서서 서민경제를 돕기 위해 '요금인하' 압박의 근거로 높은 '영업이익'을 거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분사를 통해 100% 출자 자회사를 설립하고 콘텐츠 구입 및 R&D 등의 비용으로 이익의 상당부분을 분배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회사 경영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연결 재무재표상 이익은 동일하지만 적어도 SK텔레콤만의 단독 이익은 줄어들 수 있다"면서 "시민단체가 자회사 영업익까지 따져보고 압박하지는 않는다. 이같은 압박이 SK텔레콤의 분사를 촉진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전문가는 "같은 맥락에서 SK브로드밴드의 합병도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 SK브로드밴드가 '재판매'를 통해 SK텔레콤의 이익을 일정부분 잘 나눠주고 있는데 이를 굳이 끌어안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해 3분기까지 영업적자를 이어왔지만 SK텔레콤의 대리점에서 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과 IPTV를 재판매하면서 가파르게 영업이익이 늘어나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전문가는 "SK텔레콤 뿐만 아니라 KT 역시 부동산 계열사나 MNS 등의 마케팅 주관사, 스카이라이프 등에 이익 나누기를 하고 있다"면서 "규제 압박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