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소셜 커머스 업체인 그루폰의 미국 주식시장 기업공개(IPO)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성장성은 높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한 상황에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2의 닷컴 거품 논란'의 진앙지에 이 업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7억1천3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적자 규모가 4억5천만 달러에 이른다. 또 올 1분기에만 1억4천65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올 1분기 매출이 6억4천47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매출의 90%에 이를 만큼 성장성은 높은 편이다. 성장성에 대한 기대와 수익성에 대한 불안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거품 논란도 이 남자가 돈을 버는 데는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루폰은 지난 2일 IPO를 신청했고, 이를 통해 1조원 가량의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며, 시가 총액은 최소 200억 달러(한국 돈 약 2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돈 잔치의 최대 수혜자는 올해 나이 41살의 에릭 레프코프스키 그루폰 이사회 의장이다.
그는 이 회사 지분 21%를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시가총액이 예상대로 될 경우 4조원이 넘는 자산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이는 그루폰 최고경영자(CEO)인 앤드류 메이슨보다 3배 많은 것이다. 에릭 레프코프스키가 2008년 그루폰을 설립할 때 투자한 자금은 100만 달러였다. 3년 만에 자산이 4000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 돈이 그의 인생을 특별히 바꾸어 놓을 것 같지는 않다. 이미 그는 충분히 많은 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루폰 이전에 운영했던 회사를 공개해 수백만 달러의 돈을 벌었으며 그루폰 주식을 외부 투자자에게 팔아 3억 달러 이상을 현금화한 상태다. 더 이상 돈이 현실 생활에 필요한 것은 아닌 셈이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실제로 "(경제적 상황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돈의) 숫자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며 "어느 순간부터 (돈의 액수를) 세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돈의 숫자를 계산하기보다는 사업 그 자체의 성공 여부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는 지금 그루폰 외에 친구이자 동료인 브래드 케이웰과 같이 설립한 1억 달러 규모의 투자회사인 라이트뱅크를 통해 20여개 회사에 투자한 상태다.
에릭 레프코프키는 미국 미시간주 사우스필드의 단란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는 엔지니어였고 어머니는 교사였다. 고등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 IT와 사업에 대해서는 거의 흥미가 없었다.
그의 인생이 크게 변한 것은 대학 1학년 때다. 미시간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는데 재미 삼아 아버지 친구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버려지는 카펫을 모아다 팔기 시작했다. 주로 값싼 제품을 원하는 대학생들이 고객이었다. 그러다 사업이 재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카펫 판매 사업을 다른 대학으로 확대했다.
레프코프스키는 대학 재학 중에만 연간 10만 달러를 벌었다. 그는 "그 때부터 내가 사업에 대해 취미와 재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그는 친구인 브래드 케이웰과 함께 기업 투자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수백만 달러를 빌려 어린이 옷을 제조하던 '브랜드 어패럴 그룹'은 인수했다. 결국 이 회사는 판매부진과 부채 때문에 문을 닫게 됐다. 두번째 사업은 판촉용품회사인 '스타벨리'였고 어느 정도 하다 다른 회사에 매각했다.
레프코프스키와 케이웰은 2001년 이후에도 프린트 아웃소싱 회사인 '이너워킹스', 배송회사인 '에코 글로벌 로지스틱스', 광고대행업체인 '미디어뱅크' 등을 운영했다. 이중 이너워킹스와 에코는 기업 공개를 해 상당한 수익을 남겼다.
레프코프스키가 그루폰의 CEO 앤드류 메이슨을 만난 것은 메이슨이 이너워킹스에서 근무할 때다. 그는 이때부터 메이슨의 후원자가 됐다. 메이슨은 당시 소셜 커머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고, 레프코프스키는 이 회사에 1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루폰이라는 회사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것이다.
기업을 만들고 매각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레프코프스키는 사업에 성공하기 위한 나름대의 원칙을 발견하게 됐다. 먼저 급변하는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또 일이 잘 안될 때는 진로를 바꿀 줄 알아야 하며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점도 배웠다.
레프코프스키는 "오늘날 사업과 고객은 과거에 비해 너무 빨리 변한다"며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보 처리 능력이 사업 성패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레프코프스키를 잘 아는 친구들은 그가 분석적인 사람이며 때론 엉뚱하리만치 모든 것을 해체해 변화의 본질과 방향을 파악하려는 태도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