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윤기자] 약 10년을 끌어온 하이닉스 매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관심을 갖고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하이닉스가 새 주인 찾기에 성공할지 관심을 모은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채권단은 오는 20일께 하이닉스 매각 공고를 낸 뒤 7월초에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시작할 계획이다.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역시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나 "하이닉스에 대한 실사 작업이 내주 끝난다"며 "20일 또는 21일에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이어 "9월초에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한 뒤 10월말, 11월초에 최종 인수자를 선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내 하이닉스 매각작업을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까지 하이닉스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현대중공업의 인수가능성이 불거지는 등 새국면을 맞는 형국이다. 채권단의 계획대로 하이닉스의 주인찾기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될 지 주목된다.
◆현대중공업 부상, 하이닉스 M&A 새국면
그동안 하이닉스 매각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여러 기업이 인수업체로 거론됐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인수가격도 부담이지만 사업상 시너지를 찾는 것 역시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이닉스 권오철 사장 역시 "반도체 사업의 위험성, 이해구조, 투자 위험 등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각 기업이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인수주체로 현대중공업이 거론되는 등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아지는 분위기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지난 8일 하이닉스 인수설과 관련한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부인하기 보다 가능성을 열어둬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 형국. 이에 더해 다른 기업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등 하이닉스 매각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이름을 알 만한 대기업 대부분이 실무진 차원에서 검토는 해봤을 것"이라며 "문제는 오너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 하는 것"이라 말했다.
유력 인수업체로 현대중공업이 거론되고 있는 배경도 관심사. 미래먹거리 확보와 옛 현대가의 영토 회복 차원의 접근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이 한 때 하이닉스의 주주였고 옛 현대 계열사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업 시너지 보다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안전성이 높아진 만큼 사업 다각화 차원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태양광, 스마트그리드 등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를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신사업 간 시너지 창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얘기다.
하이닉스 관계자 역시 사견임을 전제로 " 인수 기업은 새로운 미래 신성장사업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가격이 비싸지긴 했지만 하이닉스가 반도체 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하이닉스가 옛 현대그룹의 계열사인 만큼 현대중공업이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9년 현대종합상사, 2010년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면서 옛 현대그룹 재건에 나선 상태. 올 상반기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성공하기도 했다.
◆5조원 딜, 연내 주인찾기 성공할 지 '주목'
하지만 하이닉수 인수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야 하는 만큼 변수도 만만찮은 상황.
업계에선 하이닉스 인수에 5조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분 투자 3조원, 시설 투자 2조원이 있어야 한다는 평가다. 하이닉스 채권단이 인수 자금의 일부를 시설투자에 쓸 수 있도록 매각을 진행한다고 해도 3조원은 필요하다.
권오철 사장 역시 "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커진 만큼 최소 3조원은 들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거론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올 1분기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2조8천억원. 자금 조달에 큰 문제는 없지만 3조원이 넘는 차입금 규모를 고려할 때 당장 재무위험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채권단이 제시할 구체적인 매각 방식 등 조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하이닉스 채권단은 매각 방식을 검토중으로 인수 부담을 덜기 위해 보유 지분 15%를 구주와 신주를 병행해 매각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유재한 사장이 "단독 응찰일 경우 재입찰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한 만큼, 경쟁입찰을 통한 몸값 상승도 예상되는 대목.
더욱이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LG, SK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 지도 미지수여서 연내 매각작업이 마무리 될 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10년 정도 끌어온 사안"이라며 "연내 성사될 지 여부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 먼저 인수를 제안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어떤 기업이 인수에 참여할지는 아직 모른다"며 "매각 공고를 낼 때 인수 방식 등에 대해 확실한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윤기자 money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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