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누구나 필요하면 개방, 공유 등으로 상징되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의 연장선에서 인터넷의 표현의 자유, 이용의 자유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유무선 인터넷의 글로벌 확산, 트래픽 증가와 맞물려 동시에 전세계적 관심을 끄는 것이 망중립성에 대한 논쟁이다. 망 투자를 해야 하는 통신사들은 망을 많이 쓰는 사용자들을 제한하는 등 트래픽 관리의 중요성을, 이용자들은 어떤 경우든 인터넷 제한을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팽팽히 맞서 있다. 더욱이 PC 중심의 '유선'에서 스마트폰 중심의 무선으로 인터넷 환경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망중립성 논쟁은 우리 사회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우리는 망중립성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P2P의 데자뷰..."망을 사수하라"
인터넷 확산으로 망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자 개인간네트워크(P2P)사이트가 속도 저하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바 있다. 통신망 체증의 주범이라는 시각으로, 지난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이 넘는 55%가 파일공유 P2P가 유발했다.
동영상이 주를 이루는 P2P 이용증가에 따라 초고속인터넷의 속도를 보장할 수 없게 되면서, 통신사들은 P2P 사이트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주장하고 있다.
상위 5%의 과다 사용자(heavy user)가 전체 트패픽의 절반, 많게는 70% 가까이를 차지하면서 전체 인터넷 이용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 그래서 P2P 등 네트워크 과부하를 일으키는 특정 사이트 등을 관리해야 한다는 시각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유선인터넷을 넘어 모바일 인터넷의 트래픽 폭증도 경험하고 있다. 음성통화 위주의 통신망은 동영상같이 고용량 데이터 처리가 늘어나며 서비스 1년여 만에 데이터 '이용량'이 수백 배나 늘어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2012년말 2천만 가량의 가입자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이용한다면 이동통신 망은 과부하로 인해 막대한 정체를 겪을 수도 있다"며 "이제 유선, 무선 등 인터넷 망에 대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이용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는 바꿔 말해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망중립성'에 대한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는 것을 의미한다.
망중립성이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의 내용, 유형, 제공사업자, 부착된 단말기기 등에 대한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관점을 의미한다. 망중립성이라는 의미처럼 '어떤 망이나 기기든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과 '일부를 제어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유선 트래픽 제어 논쟁, 무선으로 넘어오다
최근 들어 통신사들은 특히 3G 이동통신의 도로확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파수'라는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야 하는 무선통신은 유선처럼 무한정 도로를 확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고 와이파이, 와이브로 등의 우회도로를 만드는 한편,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4G LTE를 도입함으로써 교통대란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통정체를 '유발'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제한' 조치까지 취하려 들고 있다. 통신사들은 몇몇 서비스나 과다 이용자들을 제한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모바일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불과 1~2년 전의 유선 인터넷 망중립성 논쟁이 무선에도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나성현 박사는 "중립성이라는 말은 인터넷 이용자의 권리와 이익에 충실한, 가장 강한 개념"이라며 "이 원칙에 따르면 '네트워크 관리자'인 통신사에는 어떤 권한이나 통제력도 부여하지 말자는 것"이라면서도 "한편으로 '트래픽 관리'의 측면을 등한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이어야 하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도로 '유지보수 및 확충'도 필수적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올해 말이면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2천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모바일 방송 등 3G 인터넷을 이용한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제는 단순한 '데이터 증가'를 넘어 '비디오 폭발' 시대를 맞고 있다.
스마트TV를 포함한 n스크린 서비스, 클라우드 서비스 등 통신망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만한 대용량 서비스도 줄줄이 나타날 전망이다.
정책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망중립성 문제가 일부 사업자나 이용자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난해부터 망중립성 연구반을 운영하고 있다.
방통위는 우선 망중립성 논쟁 자체가 규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규제 정책을 마련하기 전에 산업의 현 주소를 충실히 파악하는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신용섭 상임위원은 "망중립성은 매우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숙제"라면서 "해외 사례에 대한 충분한 학습은 물론 국내 특수성도 감안해 업계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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