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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제값주고 사면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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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 주춤했던 보조금 주머니 다시 열어…

[강은성기자] 강남역 인근 통신사 대형 대리점. 전면 쇼윈도에는 '최신 스마트폰 공짜'라는 현란한 피켓이 어지럽게 붙어있다.

안으로 들어가 최고 사양 스마트폰이라며 줄줄이 전시돼 있는 제품 가격을 물으니 직원은 계산기부터 꺼내든다. "원래 가격은 00만원인데, 매달 00천원씩 할인해 드리고요, 24개월 하시면 요금할인 55만원에...." 말만 듣고 있으면 돈 한푼 안들이고 저 스마트폰은 그냥 '내 것'이 될 수 있다. 이것저것 끼워주는 사은품도 많다. 오히려 돈을 벌어가는 기분이다.

인기몰이 중인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라 하더라도 제값 그대로 사면 그야말로 '바보'가 된다. 적어도 10만원 상당의 갤럭시 전용 케이스나 보호필름과 같은 액세서리를 받아내거나 유료 콘텐츠 상품권을 대신 받는 등 각종 혜택이 '공짜'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출시 시점이 지난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돈 한푼 안들이고 손에 넣을 수 있다. 아예 단말기 가격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통신 3사가 대놓고 소비자에게 쥐어 준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마트폰에 대한 통신사들의 보조금 지급이 늘어나면서 공짜 스마트폰도 부쩍 늘어났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가입자 증가로 통신사 마케팅비 집행이 다소 줄었었지만, 최근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면서 경쟁이 다시금 보조금 전쟁으로 회귀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한다.

◆70만원짜리 스마트폰, 공짜로 얻는다

SK텔레콤과 KT가 최근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통신사들은 2년 약정을 했을 때 각 통신사별로 50여만원의 요금 할인을 해 주고 최대 20만원의 단말기 보조금을 소비자에게 구입과 동시에 지급한다. 덕분에 소비자는 출시 시기가 조금 지나 가격이 떨어진 70만원대 스마트폰 쯤은 그냥 공짜로 얻을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해 가장 마음이 급한 LG유플러스가 먼저 이 전쟁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변변한 스마트폰 라인업을 마련하지 못했던 지난 3월까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110만명 정도의 가입자를 유치하는데 그쳤다. 10% 점유율인데, 이 회사의 본래 이동통신 점유율 18%에도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이에 LG유플러스는 4월 삼성전자의 갤럭시S2 동시출시를 계기로 본격 보조금 투입에 나섰다. 영 '존재감'이 미약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단기간에 회복하려면 차별화된 서비스도, 뛰어난 통화품질도, 저렴한 요금도 아닌 한번에 20만원씩 쥐어주는 보조금이 '최고'라는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효과는 있었다. LG유플러스는 4월부터 빠져나가는 가입자보다 들어오는 가입자 더 많아지기 시작해 5월까지 두달만에 1만8천여명의 가입자가 순증했다.

5월이 되자 KT도 이 전쟁에 동참했다. 재고 스마트폰을 공짜로 팔기 시작하면서 이 회사도 5월 한달동안 6천여명의 가입자가 순증했다.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도 이 경쟁에 손을 놓고 있진 않았다. SK텔레콤은 KT와 LG유플러스가 과다한 경품과 보조금을 지급해 이동통신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밝혔지만, KT는 같은날 SK텔레콤이 동일한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폈다고 반박했다.

업계는 6월들어 SK텔레콤의 가입자 유치 실적이 4, 5월에 비해서도 더 낮았고, 결국 경쟁사 신고와 보조금 투입이라는 '양동작전'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실상 이같은 보조금 경쟁은 누구 한 사업자만의 일이 아니라 3사 모두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별 손해도 없는데..." 보조금 많이 쓴다고 '생색'

통신사들이 스마트폰에도 본격적으로 보조금을 투입하기 시작하면서 스마트폰이 '공짜'가 됐지만, 그렇다고 통신사들이 크게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통신사들은 스마트폰을 제값 다 받고 팔다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거 펑펑 써 오던 보조금을 살짝 다시 풀었다고 보는게 맞다.

한 통신 전문 애널리스트는 "지난 1분기 통신3사는 모두 예상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마케팅비 집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인데, 이는 보조금이 아닌 요금할인 방식의 스마트폰 가입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2분기 들어 마케팅비(보조금) 집행이 다시 예년 수준으로 회귀하는 추세인데, 그러나 통신사 입장에서 마케팅비가 크게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2분기 이익에 타격을 입힐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가격이 최저 60만원에서 최고 90만원대로 워낙 비싸기 때문에 이를 공짜로 지급하려면 통신사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야할 것 같지만, 요금할인으로 빠지는 50여만원을 제외하면 대당 20만원 안팎의 수준이라는 것.

이는 아이폰에 대응하기 위해 피처폰에 수십만원의 보조금을 쏟아붓던 2010년 1분기보다도 오히려 적은 수치라는게 이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결국 가입자는 요금할인을 많이 해줘도 결국 보조금에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그동안 묶어놨던 보조금을 조금만 풀어도 70만원씩 보조금을 주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신 폰은 경품 형태로, 재고폰은 보조금을 지급해 '공짜'로 주면서 가입자를 끌어 모으는 것이 요금인하나 LTE 구축보다도 효과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자조적으로 설명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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