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미기자] 농심이 지난 4월 신라면 탄생 25주년을 맞아 고급화 전략으로 내놓은 신라면 블랙이 과장광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농심의 신라면 블랙에 대해 허위·과장의 표시와 광고를 한 것으로 인정, 시정명령을 하고 1억5천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제재 조치를 내리는 것은 1999년 이후 12년 만이다.
농심은 신라면 블랙에 대해 '우골을 듬뿍 함유하고 있어 원기 회복에 좋은 우골보양식사입니다', '설렁탕 한 그릇의 맛과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이 가장 이상적인 영양균형을 갖춘 제품입니다'라는 홍보 문구를 사용했다. 특히 제품 앞면에는 '우골보양식사'라는 문구를 써 넣었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이 신라면 블랙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단백질과 탄수화물은 설렁탕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인 데다 지방은 오히려 두 배가 넘었다.
나트륨도 설렁탕보다 더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트륨은 1930mg이나 된다. 나트륨 수치는 성인 기준 1일 영양소 기준치의 97%에 육박하는 등 '블랙라면은 설렁탕 한 그릇은 아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농심측은 "공정위 조사가 실시되고 소명 기회를 줘 자료를 재출했다. 이번 시정명령과 과징금이 부과에 우리가 제출한 소명 자료가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의 의견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동종 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리뉴얼을 핑계로 가격을 인상했던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일벌백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알겠지만 제품의 가치를 단순 성분 표시로 다 평가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품질에 맞게 가격의 적정성을 판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품의 가치를 단순하게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이번 정부의 조치로 업계가 신제품에 대한 다양한 시도나 개발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가치는 소비자가 판단할 일이라고 본다. 제품이 사실과 다르다면 소비자에게 당연히 외면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15일 판매를 시작한 신라면 블랙은 가격이 2배 이상 높음에도 불구하고 두 달 만에 160억원 넘게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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