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새 약가인하 정책으로 제약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새 정책이 강행될 경우 대부분의 제약사가 상당한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업계 전체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복지부안에 따르면 특허가 만료되는 신약과 제네릭(복제약)의 가격은 현행보다 큰 폭으로 인하될 전망이다. 신약의 가격은 기존 판매가 대비 현행 80%에서 70%로, 제네릭은 68%에서 56%로 각각 떨어진다. 게다가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신약과 제네릭 모두 원래 가격의 50.4%로 조정된다.
이같은 약가인하 정책의 세부사항이 밝혀지면서 제약업계는 연이은 추가 약가인하 정책에 따른 제약산업의 고사를 우려하는 한편, 정부에 적극적으로 정책 도입 철회를 건의하고 나섰다.
한국제약협회는 7일 "추가 약가인하는 건강보험과 제약산업을 공멸시킬 것"이라며 "제약업계에 과중하고 가혹한 부담을 지우는 추가 약가인하 조치의 철회를 보건복지부와 관련 단체에 공문 형태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또 "이미 진행되고 있는 약가인하 정책의 충격을 감안해 추가 인하방안은 현 기등재목록 정비사업이 종료되는 2014년 이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협회에 따르면 제약업계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추진된 기등재목록 정비사업과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로 이미 최소 1조원에서 최대 2조원의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여기에 복지부가 추진 중인 새로운 약가인하 정책은 업계에 또 다시 3조원의 피해를 발생시킨다는 주장이다.
특히 최근 제약업체들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약가인하 조치는 제약산업의 존립기반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협회는 강조했다.
현재 진행중인 약가인하 조치로 제약산업의 순이익률은 2008년 7.31%에서 지난해 5.56%로 감소했으며, 원료가 상승으로 매출원가 비율은 51.59%에서 54.12%로 증가하는 추세다. '판매관리비'를 아무리 축소해도 추가 약가인하 방안을 감내할 여지가 없다는 게 협회의 판단이다.
협회는 "제약기업 연구개발비의 원천인 약가를 인하하면 R&D(연구개발) 활동을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면서 "정부의 획일적 약가인하 부작용으로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 기반이 무너지면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약사 관계자들 역시 정부가 심도있는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막무가내식으로 제약업계를 몰아붙이고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새로운 약가인하 정책이 강행되면 영업과 유통이 악화돼 시장이 엄청나게 위축될 것"이라며 "약가인하는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제약사마다 크게는 매출액의 절반 가량 감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책도 마련해 주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추진하는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업계를 고사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B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마다 매출에 따라 R&D 투자를 결정하는데 약가 인하로 매출하락을 겪게 되면 어느 회사가 R&D에 투자해 신약을 개발하겠느냐"면서 "R&D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매출 통로를 막아 놓고 혁신신약개발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정부방침은 앞뒤가 맞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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