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개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보호 방안 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체제작 프로그램에 소극적인 지금같은 태도라면 개별PP들의 보호정책은 '생명연장'의 수단일 뿐, 그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와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방송사(SO)의 아날로그 채널에서 20% 내외를 한시적으로 개별PP에 의무 할당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SO 계열, 지상파 계열, 의무전송 등 PP에 떠밀려 SO 채널 편성에서 불이익을 받으면서 고사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는 개별PP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부분 영세한 개별PP들은 콘텐츠 투자 수준은 지상파나 SO계열 PP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따라서 개별PP들은 자신들이 전문 장르 채널인 만큼 문화 다양성 측면에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초기와 달리 더 이상 특화된 장르라는 인식도 줄었다. 이를테면 '리얼TV'는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로 시장에 진입했다. 진입당시에 이 채널의 경쟁자는 거의 없었지만 지금 리얼리티 채널은 흔하다.
'투니버스'가 론칭될 당시 국내 만화채널은 전무했지만 현재는 챔프, 애니원, 애니맥스, 디즈니 등등 경쟁자가 넘쳐난다. 만화채널은 더 이상 독특하지 않은 장르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다수 개별PP들의 점유율은 날로 줄고 있다. 시청률과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콘텐츠 투자역시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반면 시청자 관심이 높은 장르는 대기업이 대거 진출해 개별PP가 승부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개별PP 가운데는 몇 년 전 지상파에서 방송된 드라마를 수십 번 반복하는 곳도 적지 않다. 자체제작 비율이 10%도 채 안 되는 업체가 부지기수다.
이제 개별PP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면서 '형님 동생' 인맥으로 형성된 케이블TV(SO)들과 PP들의 관계도 달라지고 있다.
얼마 전 개별PP인 리얼TV와 MSO인 씨앤앰의 분쟁이 화제가 됐다. 씨앤앰이 올해 채널 편성에서 리얼TV의 시청가구를 대폭 줄였고, 이에 반발한 리얼TV는 법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업계는 씨앤앰이 채널 편성권을 가차없이(?) 휘두른 데 대해 "너무 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리얼TV에게 동정표를 주지 않는다. 씨앤앰이 시청가구를 줄인 건 세입자를 갑자기 거리에 내몬 것과 다름없지만, '경쟁력 있는 채널을 많이 편성해야 한다'는 씨앤앰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책당국이 개별PP들을 반드시 보호해야 할까? 콘텐츠 업계에서조차 단순히 먹고살 몫을 만들어 주는 정책이라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개별PP가 '다양성'을 주장하며 국민들로부터 존재의 필요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대작이 아니어도 좋고, 일반 시민에 귀 기울인 프로그램이면 더 좋다.
개별PP들은 더 이상 지원만 바랄 게 아니라 시청자들의 재탕 삼탕 채널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만난 방송업계 전문가는 말했다. "개별PP, 이제 살아남으려면 뭐라도 찍어야 한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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