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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슈퍼엔 박카스가 없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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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생산량 부족·소매점 유통망 전무"…복지부 조급한 탁상행정 '부작용'

[정기수기자] "우리 동네 슈퍼마켓에는 '박카스'가 없네요?"

오늘(21일)부터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박카스, 마데카솔 등 48개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가 가능해졌지만, 정작 이날 서울시내 슈퍼마켓과 편의점,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서는 이들 제품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 서대문구 A편의점을 찾은 직장인 한모씨는 "박카스 등 드링크제를 구입할 수 있다는 소식들 듣고 방문했지만, 진열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며 "편의점 직원으로부터 '박카스 판매는 불법'이라며 가게 옆 약국에 가보라는 말을 들었다"고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서울 중구 B슈퍼마켓 주인 김모씨는 오전부터 박카스와 마데카솔 등을 찾는 고객이 두 세차례 있었지만 모두 돌려보냈다. 김씨는 "박카스, 마데카솔 등이 슈퍼판매가 가능해졌다는 뉴스보도를 접했지만, 도매업체 측에서 해당 제품을 공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날 서울 시내 슈퍼마켓과 편의점, 대형마트 등 소매점 곳곳에서는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박카스 등을 찾는 시민들의 헛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간간히 이들 의약품이 판매되는 슈퍼마켓은 주인들이 약국에서 해당 제품을 직접 사다가 진열해 두는, 소위 '알아서' 판매가 진행되는 경우로 확인됐다.

불법이었던 약국외 판매가 합법으로 바뀌었는데도 우리 동네 슈퍼에 '박카스'가 없는 이유는 뭘까?

보건복지부와 편의점업계 등에 따르면 다음주 중에는 슈퍼 등 소매점에서 이들 제품이 실제 판매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제품을 생산하는 제약업체의 경우 슈퍼 판매를 위한 준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전망에 무게감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를 위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정되는 액상소화제, 정장제, 외용제, 파스 등 48개 일반의약품을 슈퍼 판매가 가능한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를 거쳐 확정, 21일 공포·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액상소화제와 정장제, 자양강장 변질제 등 48개 일반의약품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돼 약국뿐 아니라 슈퍼마켓과 편의점,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서도 판매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복지부 등은 새로운 상품 등록에 따른 공급가 등에 대한 제약사와 도매업자와의 거래계약 체결, 상품코드 등록, 행정상 준비절차가 일주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다음 주 정도 판매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편의점연합회,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은 국민의 편의 제고를 위해 준비를 최대한 빨리 마치겠다는 입장을 복지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복지부는 앞서 지난 19일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 개정안 시행 이후 조속한 유통과 의약품 구매 불편해소를 위해 해당 제약사 실무진들을 만나 이번 의약외품 전환 대상 품목의 슈퍼 및 편의점 판매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의약외품 전환 품목을 생산하고 있는 18개 제약회사 대부분은 이날 현재까지도 해당 품목의 슈퍼판매에 대해 공식 입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정책과 현장이 따로 노는 탁상행정의 부작용이 발생한 셈이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에서는 의약외품 전환 품목을 슈퍼 등에서 판매할 경우 '약'이 가진 신뢰도 훼손과 약사들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만약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제품을 슈퍼 등에 판매했다가 약사회가 다른 의약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등 압박을 가하면 타격이 너무 크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해당 제품의 생산량 부족과 소매점 유통망의 부재도 이들 약이 슈퍼 등에 조속히 판매될 수 없는 이유다. 해당 제약사들은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매출이 급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량 증가에 따른 설비 증가와 유통망 확대 등에 따른 비용 추가를 간과할 수 없는 입장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천안 생산공장을 증설하지 않는 이상, 약국 이외 장소에서 판매할 물량은 물리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설비 증설 역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박카스의 실제 슈퍼판매는 장기간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마데카솔을 판매하고 있는 동국제약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마데카솔연고가 마데카솔케어로 리뉴얼되면서 기존 제품은 매출이 미미해 생산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한 상태"라며 "소매점 유통망 역시 전무해 정확한 슈퍼판매 시기에 대해서 답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외 다른 제약사들도 해당 제품들의 슈퍼판매에 대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설비를 증가해 생산량을 늘린다는 발상은 기업이 비용 투자를 부담해야 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며 시간도 상당히 소요될 것"이라며 "무리를 해 생산량이 확보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대부분의 제약사가 소매점 유통망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민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은 좋지만 판매를 해야 하는 제약사의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아 슈퍼 등에서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이들 제품을 판매되기에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제반 여건을 고려치 않고 너무 서둘러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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