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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주파수 경매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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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엇박자' 비틀기에 SKT '지르기'로 맞서

[강호성, 강은성기자] "이제 1조원을 넘길 지 결정해야 합니다."

지난 26일 오후. 1.8기가 주파수 경매에 참여한 KT 담당임원이 긴급히 전화를 돌렸다. SK텔레콤이 적어낸 마지막 입찰가격이 9천950억원. 공은 KT로 넘어왔다. 그는 오늘의 마지막 호가에서 1조원이 넘는 금액을 적어내느냐 포기하느냐를 결정해야 했다.

결국 KT는 이날 '입찰유예'를 선택했다. 입찰유예란 '시간연장'을 신청하는 것으로, 경매는 월요일로 넘어갔다.

KT가 1.8기가 20메가 폭을 확보하면 기존 보유 주파수를 합쳐 LTE에 50메가 폭의 주파수 대역을 쓸 수 있다. 이를테면 5차선의 고속도로에서 막힘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LTE 시대에서 경쟁사들을 따돌릴 수 있다는 기회를 잡는 것이다.

그러나 SK텔레콤도 전세계적으로 몸값이 뛰고 있는 1.8기가를 놓칠 수 없었다. 더욱이 KT에 날개를 달아줄 수는 없다는 판단을 했다. 1.8기가 대역이 없는 SK텔레콤은 2.1기가 대역이 LG유플러스 단독입찰로 정해지자 이번 경매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1.8기가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나선 바 있다.

양 사는 경매 초반부터 극도의 탐색전을 폈다. 두 회사 모두 시초가의 딱 1%씩 입찰가를 높여갔다. 상대방의 진을 빼놓겠다는 뜻. 9일 동안 진행된 경매는 총 83라운드. 매일 10라운드 가량을 소화했다.

경매가 시작되자 4천455억원의 시초가격은 금새 6천억, 7천억을 넘어갔다. 1차 심리적 마지노선은 8천억원 가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8천억원도 어렵지 않게 넘었다. 그러자 '1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왔다.

낙찰가격이 '승자의 저주'를 불러올 것이라는 언론 보도는 사업자와 방송통신위원회 모두가 이번 경매에서 실패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게 했다. 1조원을 돌파한다면 1조5천억원까지 내달릴 수도 있다. 그리된다면 방통위도 과도한 주파수 장사를 했다는 뭇매를 맞을 수 있다.

호가 1조원을 눈앞에 두자 경매는 점점 '치킨게임'의 양상으로 돌아갔다. '누가 먼저 포기할 것인가.' 26일 경매장의 치열한 눈치싸움은 양사의 심리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경매시작 8일째인 지난 26일 1%씩 높게 써 내던 '룰'이 깨졌다. KT가 라운드가 시작된 지 5분만에 경매가를 제출했다. 통상 30분씩 걸리던 시간 패턴에 엇박자를 준 것이다. KT는 라운드를 빨리 돌려 마지막 순간, SK텔레콤이 1조원이 넘는 금액을 써내고 경매를 마감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경매가 1조원 돌파의 책임을 SK텔레콤이 지라는 의도가 깔렸다.

SK텔레콤 역시 KT의 전략을 읽고 있었다. SK텔레콤은 경매가격을 높이는 방식으로 되받아쳤다. 50억원 가량씩 올라가던 경매가를 세배 가량 높였다. 한 차수가 더 돌아 KT 차례가 되자 1조원 이상을 쓸 수밖에 없는 순서를 만들었다.

결국 마지막 공은 KT에 넘어왔고, KT는 시간연장을 통해 주말내내 장고했다. KT가 내린 결론은 1조원을 넘겨 입찰을 계속하는 것보다 800메가 대역을 선택하는 '플랜-B' 카드였다. 800메가 대역은 회절성이 뛰어난 저주파 대역이면서도 2천610억원이면 낙찰 받을 수 있었다.

경매가 끝나자 금액이 너무 올라 경매에서 이기고 주파수를 따 내더라도 재무 부담가중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1조원 안팎의 낙찰가격에 대해 '싸다 비싸다'의 평가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사업자들은 경영전략에 따라 경매에 참여한 것으로, 시초가격의 두배 가량을 비싸다고만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KT는 기존 보유중인 1.8기가와 합쳐 광대역의 폭을 확보하는 동시에 투자비용을 4천~5천억원 가량 아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입찰가를 올려갔을 것"이라며 "LTE에 최적화된 속도로 서비스를 한다면 마케팅비용도 수천억원 가량을 아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SK텔레콤 역시 1.8주파수를 뺏겨, 가입자를 방어하는 데만 수천억의 마케팅 비용이 들어갈 것을 예상했다면 1조원 규모가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양사 모두 1조원 자체가 부담이라기보다 과열을 우려하는 시각에 걱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낙찰받은 800메가 역시 지금까지는 SK텔레콤만 보유한 대역으로, 과거 '황금주파수'로 불린 바 있다. 결국 글로벌 지형도의 변화에 따라 어떤 주파수가 더 대접을 받을 지 쉽게 알 수 없다. '1조원'을 사이에 둔 양 사의 결정이 누가 옳았는지 역시 시간이 좀 더 지난 뒤에서야 정확한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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