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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vs 애플 특허전쟁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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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에 특허권 9개 제공…전면전 비화 가능성도

[김익현기자] '안드로이드 진영의 맹주' 구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직접 총을 잡진 않았지만 동맹군에게 무기를 공급하면서 적진을 간접 조준했다.

구글이 택한 동맹군의 선봉은 대만 휴대폰 업체 HTC. HTC는 안드로이드폰 첫 공급업체로 확실한 '구글 라인'으로 꼽히는 기업이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 시간) HTC가 구글로부터 받은 특허권 9개를 앞세워 애플을 제소했다고 보도했다. 그 동안 관망하던 구글이 안드로이드 군단 간접 지원에 나섬에 따라 IT 시장의 두 절대 강자가 정면 승부를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난 해 3월 이후 치열한 힘겨루기

HTC는 이날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의 소트프웨어 무선 업그레이드 방식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델라웨어 법원에 제소했다.

이번 소송에서 HTC는 애플이 자사 특허 4개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아이클라우드 등에서 무선으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칩 간의 데이터 전송 방식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성향을 저장하는 방식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와 무선 모뎀이 지속적으로 접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 등을 문제 삼았다.

이번 건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구글 때문이다. 적과의 전투에 나선 HTC에 구글이 직접 실탄을 공급해 준 것.

블룸버그에 따르면 HTC는 지난 달 29일 구글로부터 총 9건의 특허권을 매입했다. 그 중 4건은 이번에 새롭게 제기한 소송에 사용됐으며, 나머지 5건은 지난 해부터 진행 중인 특허 공방을 위해 제출됐다.

HTC와 애플 간의 특허 공방이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 해 3월이었다. 당시 애플은 안드로이드폰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HTC를 전격 제소했다. 애플이 제소한 것은 HTC였지만 사실상 구글이 이끌고 있는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를 겨냥한 셈이다.

이에 HTC도 맞제소를 하면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폰 간의 특허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HTC는 올 들어서도 애플을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하면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HTC는 지난 7월엔 애플과의 소송을 염두에 둔 듯 그래픽 카드 전문업체인 S3그래픽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S3는 애플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해 ITC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날 애플을 또 다시 제소한 HTC는 지난 해 제기했던 소송에도 구글로부터 매입한 특허권 5개를 추가로 제출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밀리면 끝장" 위기의식 작용했을 수도

그 동안 안드로이드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연이어 애플에 제소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던 구글이 간접지원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선 애플과의 특허 전면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일단 구글이 움직인 것은 애플과의 특허 소송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이 밀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애플과 분쟁 중인 HTC의 입지가 탄탄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HTC는 지난 해 애플과의 분쟁에서 이미 한 차례 패배했다. 미국 ITC가 지난 해 7월 HTC 측이 두 건의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정한 것. 안드로이드 진영의 선봉장이나 다름 없는 HTC가 전투에서 패배한 것은 구글에게도 위협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HTC는 지난 7월 애플과의 특허 분쟁에 지쳤다면서 화해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S3를 매입하면서 새롭게 공세로 나서긴 했지만 HTC가 혼자 맞서기엔 애플은 버거운 상대가 아닐 수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상황을 토대로 "구글이 HTC가 애플과의 분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판단을 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애플과의 특허 전쟁에서 완전히 밀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제기됐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안드로이드 진영 내에서 구글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군'이 무차별 포격을 당하고 있는 데 맹주가 방관만 하고 있다는 것. 이번에 구글이 HTC에 특허권을 넘기면서 사실상 간접 지원에 나선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약 1만 7000건에 달하는 특허를 손에 넣은 점 역시 구글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했다. 전투를 위한 실탄을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이다.

IDC의 윌 스토페가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안드로이드 특허 방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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