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서기자] HP가 프린터도 이제는 '콘텐츠'를 신경써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얼마나 빠른 속도와 뛰어난 해상도로 출력할 것인지, 즉 '어떻게'(HOW)에만 매진하던 시절을 지나 '무엇을 출력할 것인지'(WHAT)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
HP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열심히 답을 찾고 있다. 전세계 프린팅 시장 선두주자인 HP가 불투명한 프린팅 업계의 활로를 찾는 것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7~8일 중국 상해에서는 'HP 이노베이션 포 임팩트 2011' 행사가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웹 연결성'이 화두로 자리잡았다.
HP는 보통 상반기에 컨슈머 행사, 하반기에 커머셜 행사를 따로 진행해왔다. 올해는 이번 행사 하나에 컨슈머와 커머셜, 솔루션을 모두 포함시켰다. 이에 행사 규모도 예년보다 더 커졌다. HP가 아시아에서 처음 진행하는 글로벌 론칭행사인 만큼 이 자리에는 770여명의 각국 클라이언트 및 미디어가 참석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콘텐츠 담은 '능동적' 프린팅으로 차별화 추구
HP IPG 비요메시 조쉬 수석 부사장이 기조연설을 맡았다. 클라우드 및 웹 접속이 가능한 프린팅 솔루션으로 컨슈머 및 커머셜 시장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게 발표의 뼈대가 됐다. 여기에 'HP e프린트' 기능이 자연스레 살로 붙여졌다.
'HP e프린트'는 고유 이메일 주소가 부여된 HP 프린터로 파일을 전송해 출력하는 클라우드 프린팅 기술. 전세계 어디서든지 무선 출력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이메일을 보낼 수만 있으면 PC가 없어도 프린팅 할 수 있다.
하지만 e프린트 하나만으론 이목을 집중시키기 부족했다. 지난해 이미 다 공개됐던 내용이기 때문.
올해 주 관심사는 e프린트의 실제 성과와 미래 비전이었다. 실제 각 세션별 질의응답 시간에는 e프린트의 효용성과 장기적인 가능성, 그리고 이것들을 입증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실제 사용량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렇지만 HP는 그동안 e프린트 기능을 통한 모바일 출력량 공개를 거부했다. '노코멘트'는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말의 완곡어법으로 해석됐다.
여기에 HP가 제시한 것이 '콘텐츠'다. 프린터를 PC의 자료를 대신 출력해주는 수동적 기기에서 스스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능동적 기기로 재정의한 것. 이번에는 특히 감성에 소구하기 위해 교육 콘텐츠를 보강했다. e프린트에 달아줄 '감성' 날개인 셈이다.
HP는 이날 교육 분야 애플리케이션 확보를 위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교육 콘텐츠 업체 5곳과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마법천자문과 애니스쿨를 비롯해 중국의 세서미 스트리트와 메이시 차이나, 홍콩 현대교육협회가 HP와 손을 잡았다.
이로써 아태 지역 일반 가정에서는 글로벌 교육 콘텐츠가 포함된 새로운 16개의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HP는 지난해에도 베네세(일본), 선물 공룡 디보·지니키즈(한국), ABC 비하인드 더 뉴스(호주) 등을 출시한 바 있다.
HP는 교육 분야 외에도 각종 출력 애플리케이션을 마련하고 있다. HP 프린트 앱스는 현재 아태 지역에서만 100여개가 제공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5%는 현지 콘텐츠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SK M&C, NHN 등이 HP와 제휴를 맺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물론 교육 콘텐츠가 e프린트의 날개가 될 수 있을지, 나아가 e프린트가 모바일 프린팅 시대를 개척할 첨병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평가는 시기상조다. 그러나 단순히 무선 출력만을 지원하고 있는 다른 프린팅 업체들과는 달리 프린터 전용 '콘텐츠'까지 신경쓰고 있는 것은, 분명 HP의 한발 더 앞선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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