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기자]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가 내려가면서 당초 내수 자동차 시장에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예상과는 달리 시장이 쉽게 열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모두 9천116대로 전월 신규등록대수 8천859대에 비해 2.9%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8월말 현재 7.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점유율은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더라도 큰 폭의 증가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진단했다.
지난 7월 한-유럽연합 FTA 발효로 5% 가량의 관세 인하가 발생한 유럽 자동차의 같은 달 국내 판매량은 6천836대(시장점유율 77.1%)로 한-EU FTA 발효 직전인 6월(77.8%)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여전히 차량 유지비가 비싸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이들 차량을 구입하기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풀이했다.
중고차 판매 업체와 차량 정비소 등이 밀집돼 있는 서울 장한평에서 앞뒤 충격완화 장치(범퍼) 케이스 교체 비용의 경우 일본 혼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2WD, 2천354cc, 3천90만원)는 100만원(공임비 제외) 선이다.
◆범퍼 케이스 교체 비용, 혼다 CR-V가 소렌토R 보다 450%↑
반면, 비슷한 차급의 기아자동차의 쏘렌토R TLX(4WD, 2천199cc, 3천129만원)는 18만1천원이다. 혼다 CR-V가 쏘렌토R 보다 452.48%(81만9천원) 비싸다.
또 같은 곳에서 뒷 범퍼 도색 비용은 벤츠 320 CDI(디젤, 2천987cc, 1억3천390만원)가 30만원, 5세대 그랜저HG240(2천999cc, 3천112만원)이 13만원으로 벤츠가 그랜저 보다 130.76%(17만원) 비싸다.
이와 함께 5천km 주행 시마다 교체하는 엔진오일의 경우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수입차는 최소 14만원선으로 국산차 최소 3만원선 보다 4배 이상 비싼 편이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제차의 평균 수리비는 건당 277만7천원으로 국산차의 3.5배(건당 79만6천원) 정도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장한평에서 수입차 범퍼케이스를 주로 판매하고 있는 D상사 한 관계자는 "혼다 CR-V의 경우 중고 범퍼케이스 가격이 6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면서 "중고 제품이라도 국산 신제품 보다 세배 이상 비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국산 보다 비씨지만 신제품 가격의 2/3 수준이기 때문에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라며 "차량 유지비가 낮아지지 않는 한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가 괄목할만한 신장세를 기록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 학과)는 "국내에서 수입차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공임비와 함께 수리비용을 낮추는 작업이 선결돼야 한다"면서 "수입차 업체들은 이를 위해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우리나라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방안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향후 수입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최대 12% 선으로 예상된다.
한편, 유럽 수입차 관세는 향후 2∼5년 안에 모두 철폐되고, 자동차부품의 경우 지난 7월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됐다.
정수남기자 perec@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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