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공방전에서도 두 회사는 한 치 양보 없는 논쟁을 벌였다. 터치스크린 기술을 둘러싼 공방에서 삼성은 '밀어서 자금 해제'를 하는 방식이 애플의 전유물은 아니라면서 공세를 폈다.
그 뿐 아니다. 북미 기업인 노텔이 특허를 내놨을 땐 애플, 구글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모두 달려들었다. 최근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 역시 '특허 확보'를 위한 조치란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야흐로 특허가 칼이요, 창이요, 방패인 시대가 됐다.
그럼 왜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렇게 특허 전쟁을 벌이는 걸까?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전쟁에서 핵심 쟁점은 뭘까? 두 회사 간의 공방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기업을 흥하게 하려면 어떤 특허 경영전략을 펼쳐야 할까?
현직 변리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우성 등이 쓴 '특허 전쟁'은 이런 문제의식을 담은 책이다. 저자들은 삼성과 애플의 특허 전쟁을 '불확실성의 증대'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특히 애플은 삼성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싸우고 있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삼성이 완전히 성공하기 전에, 삼성과의 비즈니스가 악화되기 전에, 안드로이드 진영의 세력이 더 거세지기 전에 싸움을 감행할 필요가 있다"(32쪽)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저자들은 삼성과 애플의 소송 전략도 분석해주고 있다.
"소송 전략으로 보자면 애플은 전략적으로, 판단하기 쉬운 쟁점으로 소송을 단순화시키려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싸움을 시작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중간 생략) 그러나 삼성은 불확실성을 증대시킴으로써 애플을 고민에 빠뜨리게 하려는 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질 수도 있지만 당신들은 더 크게 질 수 있다는 불안감과 그 불안감의 현실화가 가져오는 불확실성의 파급력을 키우는 것이다." (29쪽)
예단하기 쉽진 않겠지만, 저자들은 이번 소송이 최종심급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럼 협상으로 갈 경우 어떤 쪽이 더 유리할까? 저자들은 "미국에서 제시된 권리만을 놓고 말하자면, 애플이 다소 유리해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물론 '특허 전쟁' 삼성과 애플의 공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책은 아니다. 비즈니스에 특허가 왜 필요한지부터 특허가 무엇인지, 또 삼성과 애플이 확보한 특허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그처럼 무서운 권리가 됐는지에 대해서도 찬찬히 설명해주고 있다.
또 특허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며, 특허 활동이 기업에 미치는 창의적인 힘과 에너지에 대해서도 찬찬히 다루고 있다.
저자들이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소송에 관심을 갖는 건, 이번 사안 자체가 특허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인 듯 하다.
실제로 저자들의 주된 관심은 삼성과 애플이란 두 기업의 특허 전쟁보다는 '왜 특허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쪽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완성된 해답'을 찾으려는 독자들에겐 이 책을 읽어나가는 여정이 다소 멀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삼성과 애플이란 두 기업의 전투가 아니다. '특허 전쟁'이란 일반 명사 속에 내포돼 있는 21세기 기업 환경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되면 또 다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허의 스펙트럼은 비단 삼성과 애플 사이의 특허전쟁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웅변하듯이. 그리고 부디 여러분이 비즈니스에서 결코 길을 잃지 않도록." (18쪽)
(정우성-윤락금 지음/ 에이콘, 1만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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