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한미 FTA와 관련된 민주당 온건파 의원들의 중재안이 무위로 돌아갔다.
강봉균·김성곤·최인기 의원 등 관료 출신 온건파 의원들이 주도한 이 중재안은 정부가 한미 FTA 비준안이 발효되는 즉시 ISD(투자자-국가 소송 제도) 존치 여부에 대한 협상을 시작한다는 약속을 미국에서 받아오면 비준안 처리를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9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미국 측은 ISD의 존재 여부에 대한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이후 민주당 내부 분위기도 급속하게 정리됐다.
김진표(사진) 원내대표는 10일 고위정책회의에서 "10월 31일 의원총회의 결론은 ISD 폐기를 위한 재협상에 대해 최소한 한미 양국 정상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이후 한미 FTA 처리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모든 논의의 출발은 ISD폐기를 위한 재협상에 양국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른바 서명파 의원이라는 분들의 입장도 10.31일 의원총회의 결정 내용에 대해 확인하는 것이었다"며 "이제 이 문제의 공은 한나라당과 정부에 넘어갔다"고 의원들의 중재안이 민주당 당론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어제 외통위에서 김성환 장관이 'ISD폐기를 위한 재협상은 어렵다'고 했는데 이해할 수 없다"며 "USTR(미 무역대표부) 자문기관이 미 의회에 제출한 자문에서조차 한국에 ISD를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후보시절 ISD의 해독에 대해 잘못이라는 이야기를 누차 했다"고 반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ISD 폐기를 위한 재협상 약속을 받아오는 것은 우리 외교부가 조금만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면 달성 가능하다"면서 "그렇게 하면 우리는 한미 FTA 처리를 위한 노력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대표적 강경파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른바 서명파 의원들에 대해 "45명이 서명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면서 "이것으로 인해 당에 분명한 피해가 왔다. 이 부분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는 당론도 아니다. 당론은 10+2라는 독소조항을 걷어내는 재협상하라는 것이 민주당의 당론"이라며 "이에 대해 개인으로서 불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이런 집단행동을 통해 당에 피해를 준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서명파 의원들의 중재안을 계기로 민주당이 ISD 폐기 재협상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여야의 한미 FTA 갈등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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