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1'이 역대 최다 관람객 29만여명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4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특히, 주말인 12일과 13일은 각각 9만3천여명, 9만9천여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장과 각 게임사 시연부스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은 여전했으나 사전예매 시스템을 도입하고 동선 배치를 변경해 지난해 지스타처럼 특정 장소에 관람객이 몰려 안전 문제가 불거지는 일은 없었다.
'지스타'로 인해 단기간 부산 지역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벡스코 행사장과 해운대 인근 지역 숙박업소는 지스타에 참가하는 업체 관계자들과 바이어들이 몰리면서 '숙소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스타, 국내외 업계 '비즈니스' 장으로 성장중
게임으로 세상과 접속하자는 취지의 이번 행사는 우선 B2C(소비자관)에 참가하지 않은 기업들도 B2B(비즈니스관)에는 부스를 마련하는 등 지스타가 실질적인 비즈니스 장으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업들은 지스타에서 당장 계약을 체결하기보다는 지스타를 통해 해외 바이어와 친분을 쌓고 자사 브랜드나 게임의 인지도를 차츰 높여 나가겠다는 장기 목표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28개국 266개 기업이 참가한 '지스타 2011'의 B2B(비즈니스관)에선 약 6천800여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이는 지난 2010년 3천550건의 상담실적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B2B관에 참가한 유료 바이어수도 전년 대비 24% 증가한 490여명이 등록했다.
주최 측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실질적인 계약추진 성과는 아직 집계 중에 있지만 상담건수가 늘어난 만큼 상담실적의 금액면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지스타 2010'은 총 3천550건의 상담실적과 166건의 계약추진 성과를 달성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각각 8억7천만 달러(한화 9천700억원), 1억9천800만달러(한화 2천200억원)에 달한다. 2009년의 수출 실적은 상담건수 1천591건, 상담금액 4억3천만달러(한화 4천800억원), 계약건수 53건, 계약금액 2천800만달러(한화 313억원)였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키에이지'를 개발 중인 엑스엘게임즈의 김정환 사업개발이사는 "아시아 지역 파트너는 이미 찾은 상황이라서 북미·유럽·러시아 등지의 시장조사도 하고 업체들도 만나서 인사하는 차원에서 50여건 정도의 미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김정환 이사는 "주요 해외업체의 바이어들과는 이미 만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스타에서 '대박계약' 같은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며 "다만 바이어들이 업체의 연락할 곳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 지스타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이번 B2B관 참가는 계약을 염두에 뒀다기 보다는 부스를 통해 이미 친분이 있는 해외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사랑방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지스타에서 약 45개 정도의 업체와 미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게임으로 소통하자'…예년과 차별화 시도
특히 이번 행사는 ‘게임으로 소통하자‘는 주제 아래, 게임의 순기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부산시와 지스타 사무국은 개막 당일인 10일 일반 입장에 앞서 소외계층 입장행사를 마련하고, 1박2일 일정으로 20가족을 초청하는 가족캠프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계층이 지스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이번 개막 행사에는 부산 지역 소년의 집 알로이시오 초·중·고 학생들과 해남 특수학교 학생들, 부산시 사회복지재단을 통해 참가를 신청한 조손가족·다문화가족 200명이 초청됐다.
각 업체들도 부산 지역 청소년을 초청해 전시회를 참관하고, 야구게임 '마구마구'를 개발한 김홍규 애니파크 사장 등 유명 개발자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게임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부대행사 마련을 위해 힘쓰는 모습이었다.
CJ E&M 넷마블(부문대표 조영기)은 지난 11일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임수정 팀장을 연사로 초청해 올바른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학부모 게임문화교실을 진행했다. 12일에는 부산 지역 중학생 50여명을 대상으로 CJ E&M 넷마블 서비스 개발실 심철민 이사와 애니파크 김홍규 대표가 직접 연사로 나와 '청소년 진로 강연회'를 개최했다.
넷마블 심철민 이사는 강연을 통해 "전 국민이 편의점에서 쓴 비용이 6조원인데, 게임산업의 규모는 7조4천억원으로 그보다 크다"며 "전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이 16조원인데 그 중 26%가 한국게임으로 게임산업은 한류스타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게임산업에 꿈을 가져, 게임을 해외에 수출하는 개발자나 대표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홍규 애니파크 사장은 청소년들에게 "회사가 어렵던 시절, 라면만 먹어도 괜찮을 정도로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자고 생각하다가 '마구마구'를 만들게 됐다. 나는 게임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있고, 나와 똑같은 꿈을 가지신 분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소외계층 나눔행사가 200명을 일반인 입장시간에 1시간 앞서 초청하는 데 그치는 등 준비가 부족하다는 인식을 떨치기 어려웠다. '보여주기 위한 행사'를 넘어 실질적으로 계층을 넘어 소통의 기능이 자리할 수 있는 준비와 노력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부산지역 사회복지단체에 연락을 돌려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단체나 개인에 한해 초청했다"며 "아무래도 게임전시회이기 때문에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로 대상이 한정된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대형-중소업체간 양극화 해소 문제 풀어야
해가 갈수록 지스타에 참가하는 업체들의 비용부담이 늘어나면서 지스타가 대형 게임업체의 게임만 주목받는 '그들만의 축제'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것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B2C관(소비자관)은 최소 30~40부스 규모로 참가하는 추세가 일반화되면서 각 게임사마다 주최 측인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부스 참가비로 내야 하는 돈만 수 억원에 달한다.
지스타 메인스폰서인 네오위즈게임즈는 벡스코 전시회장 맞은 편인 센텀 호텔에 내건 현수막과 해운대 일대에 설치하는 광고물 일체 비용으로만 2억원을 지출했다. 30부스 규모로 참가한 영국 게임회사 워게이밍넷의 빅터 키슬리 사장은 "이번 지스타에만 100만달러(한화 약 11억원)가 들었다"고 밝혔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10~20부스 정도 규모로 참가해서는 대형 게임사들의 부스에 밀려 주목받기가 힘들다"며 "(지스타 참가에) 돈이 적게 드는 것도 아니고 기대했던 마케팅 효과를 거두지 못할 바에는 안 나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전시회에 불참한 이유를 설명했다.
더욱이 지스타를 위해 업계가 준비하는 비용은 훨씬 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 지스타에서 신작 '리니지 이터널'을 공개한 엔씨소프트의 경우, 약 80여명의 개발진이 이번 동영상을 위해 두 달간 꼬박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팀이 두 달간 통상적인 게임 개발을 하지 않고, 지스타 동영상을 위해서 작업했다면 사실상 이들의 인건비까지 모두 지스타를 투입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스타에서 선보이는 영상이나 시연 버전은 관람객들이 짧게는 몇 분, 길게는 30~40분간 체험한 뒤 게임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게임의 핵심 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한 별도의 작업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실제 플레이 영상을 담지 않고 그래픽 작업을 따로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 이용자들에게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방법이다. 지스타용 시연버전, 동영상 준비를 위해 각 업체가 쏟아붓는 비용까지 합하면 지스타는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들 사이에 중소 개발사들이 관심을 끌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전시회에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하고 활성화할 수 있도록 업계의 관심과 양극화 문제해결에 대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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