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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업계 "블랙리스트, 반갑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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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폰에 집중하는 국내선 수익성에 도움 안돼"

[강현주기자]국내 휴대폰 업계 일각에서는 내년 5월부터 실시될 일명 '블랙리스트'라 불리는 '개방형 IMEI' 제도가 달갑지만은 않다는 분위기가 감돈다.

프리미엄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저가폰 유통을 촉진할 이 제도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휴대폰업계의 반응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4일 개방형 IMEI를 내년 5월부터 도입하겠다는 내용의 '이동전화 단말기 식별번호(IMEI) 제도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개방형 IMEI 제도는 도난이나 분실 등 문제가 생긴 단말기의 IMEI만 따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는 제도다. 그동안 국내에선 이통사에 등록된 폰만 개통이 가능한 '화이트리스트' 제도가 시행돼 왔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은 이통사 대리점이 아닌 곳에서 구입한 단말기도 원하는 이통사에서 자유롭게 개통할 수 있게 된다. 해외에서 저렴하게 들여온 제품이나 중고폰, 구모델 등의 자유로운 개통이 가능해져 저가 휴대폰 공급 확산을 이끌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고가폰 주력하고 있는데 저가폰 확산 달갑지 않아"

하지만 '최신 고사양' 경쟁을 벌여온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약정'을 비롯한 이통사 중심의 기존 유통 체계는 휴대폰업계가 이통사에 주도권을 내어주는 원인이기도 했지만 고수익 프리미엄 모델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 휴대폰 업체들 중 가격대별 제품군이 가장 다양해 블랙리스트 제도에 대응하기에 비교적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팬택 등 프리미엄폰에 집중하는 업체들은 블랙리스트제도가 맞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미엄폰을 공급하는데 이통사의 유통시스템에 의존해온 LG전자도 블랙리스트 제도는 자체 유통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 등으로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휴대폰업체 관계자는 "고사양 제품을 공급하는 데 이통사의 유통력이 도움이 됐던 게 사실"이라며 "블랙리스트제도가 실시돼 저가 제품들이 확산되는 게 우리 입장에서 달갑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통사 대리점이 아닌 제조사 자체 유통점 및 유통 협력업체를 통해 약정없이 판매될 제품은 주로 보급형 제품이나 구모델이 될 것이므로 수익성에 큰 기여는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유통 주도권 찾는다? 글쎄…"

또 국내 시장은 최신 고사양폰에 치우친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값비싼 제품을 부담없이 구입하기 위해선 이통사 약정을 선호하게 돼 사실상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한 휴대폰업체 관계자는 "제조사 입장에서 블랙리스트제도에 대해 언급하긴 부담스럽다"면서도 "미국도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제조사의 주력 모델 유통에 있어선 사실상 버라이즌과 AT&T의 영향력이 강하다. 국내에 이 제도를 도입해도 비슷한 양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고, 이통사 요금 인하 경쟁을 유발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는 상황이다.

방통위는 "이용자의 단말기 선택권이 확대되며 단말기보다는 요금과 서비스를 통한 경쟁이 유발되는 등 통신비 부담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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