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직장인 정모(35)씨는 언제부터인지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한두 잔씩 술잔을 기울이는 버릇이 생겼다. 취할 정도로 마시는 것이 아니었기에 별 걱정 없이 즐겼던 정씨. 하지만 언젠가부터 술을 먹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아 병원을 찾은 정씨는 '알코올 의존성 수면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경우 알코올이라는 대상이 존재할 때는 정상인과 다를 바 없지만 그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는 불면증의 양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잠재적으로 불면증을 겪게 되며, 술을 끊지 못하면 점점 더 악화될 가능성 역시 크다.
술은 초기 입면만 도와주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수면을 위한 음주를 하게 되면 수면의 질은 점점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점점 증가하는 알코올 섭취량...부작용 노출
물론 소량의 음주를 통해 자연스럽게 몸의 이완을 찾아가는 방법이 도움은 될 수 있다.
하지만 술이 주는 긴장의 완화라는 장점만 보고 잠자리에 들기 위해 마신다면 더 큰 위험 부담을 안게 된다.
잠을 자기 위해 술을 마시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처음에 한두 잔 마시던 술의 양이 늘어나 나중에는 한 병이 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술의 양에 내성이 생겨 그 양과 종류가 늘어나면서 2차적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 되고 얼굴이 붓는 작은 부작용에서부터 간 손상, 위장 장애, 고혈압 등과 같은 여러 질환에 노출된다.
◆술과 수면은 각성주기가 동일
술을 마시면 아예 잠이 안 온다는 사람도 더러 있다. 이런 사람들은 술이 주는 알딸딸한 취기보다 술이 주는 열기를 더욱 강하게 느끼는 사람이다.
이 경우 원래 몸에 열이 많은 것이 원인일 수도 있고, 주량이 약한 사람이 지나친 음주로 오장육부가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 밤새도록 활동하는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또 시간이 지나 정신이 번쩍 드는 각성주기가 찾아와 술과 잠이 같이 깨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보통 많이 취한 날 취기로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잠이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런 경우다.
보통 이 경우는 치료를 요하진 않지만 만약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새벽에 자꾸 잠이 깨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허정원 자미원한의원 원장은 "술은 어쩌다 한 번씩 잠이 안 와서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며 가볍게 긴장을 푸는 방식으로 마시는 것은 괜찮지만 잠을 자기 위한 목적으로 마시는 것은 수면제의 복용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며 "자칫 술에 대한 의존성만 높여 알코올 중독에 이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원장은 이어 "만약 알코올 의존성 수면장애가 의심된다면 술을 줄이면서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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