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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게임 등급분류 현장 직접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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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파동 5년, '대박꿈' 여전

따로 난방을 하지 않아도 가운데 통로만 남기고 게임기로 채워진 실내는 각 게임기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후텁지근하다.

게임물등급위원회 아케이드분과에서 일하는 8명의 전문위원들은 몰려드는 아케이드 게임기에 복도까지 다 내주고 한쪽 구석에 책상 몇 개가 들어갈 공간만 겨우 사수하고 있었다.

이들 전문위원은 아케이드게임물의 내용, 기능 등을 검토해 결과를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보고한다.

지난 2010년 522건이던 아케이드 게임물의 등급분류 심의신청은 올해 683건으로 25% 가까이 늘었다.

청소년 이용불가 아케이드 게임물의 경우, 통상적인 등급분류 심의기간인 2주에서 추가심의기간 45일이 더 주어지지만 8명의 팀원들은 한 사람 당 보통 30여대의 심의대상 게임기를 떠안고 있다. 법원이 게임의 결과를 저장할 수 있는 점수보관증에 대해 합법 판결을 내리면서 심의신청이 급증했다.

200여대가 넘는 게임기 중 한두대를 빼고는 모두 '바다이야기'와 유사한 그래픽을 채택하고 있었다.

한 게임기에선 업계에서 일명 '뻥밤'이라 불리는 황금고래가 화면을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2006년 '바다이야기' 파동 이후 6년 가까이 흘렀지만 한국 아케이드 게임산업은 아직도 '바다이야기' 시절 대박의 꿈을 좇고 있다.

한 전문위원은 "왜 굳이 포커를 바다 위에서 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아직 국내 아케이드 게임업계는 업체도, 이용자들도 모두 '바다이야기'의 추억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다이야기' 이후 슬롯머신류의 릴 게임은 모두 불법 게임물로 분류되지만 고스톱·포커류는 시간당 1만원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두고 허용하고 있다.

심의과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각 게임기가 시간당 1만원이라는 게임확률통계를 지키고 있는지 여부다. 게임위는 운영정보표시장치(OIDD)를 통해 1시간 당 게임기에서 평균적으로 소진되는 금액을 확인한다.

게임위 관계자는 "'바다이야기'와 유사한 게임기들이 어떤 목적으로 제작됐는지는 짐작 가능하지만 게임위에서 이들의 사행화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정확한 등급분류 사유가 없는 경우 사전검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행성 게임물을 등급분류할 때는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슬롯머신 게임은 아니지만 사이버 포커는 상대방의 표정이나 수읽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기에서 확률적인 조작을 할 경우 얼마든지 비정상적인 사행성 게임물로 돌변할 여지가 있다.

게임위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게임의 내용이 이용자의 조작보다 기기의 우연성에 의존할 경우 등급분류 거부 판정을 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바다이야기'에서 화면에 무작위로 출현해 200만원 상당의 경품을 안겼던 '황금고래'는 대개 업자들은 '뻥밤', 게임위에선 '예시'라고 부르며 실제 게임 내에선 구동되지 않는 화면이다.

그러나 아케이드게임장을 찾는 이용자들에겐 '바다이야기'와 비슷한 대박을 노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실행되면 불법이기 때문에 대박 아이템에 대한 암시를 주는 형식으로 손님을 끄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위에 내용수정 신고를 하지 않는 불법 개·변조를 통해 이 같은 대박 콘텐츠를 게임 내에서 구동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케이드분과 전문위원과 전국에 배치된 30여명의 불법게임물감시팀이 짧게는 100시간에서 400시간까지 게임기와 사투를 벌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케이드분과 전문위원은 "등급분류 거부 사유에 해당하는 콘텐츠를 사운드파일이나 이미지파일 등에 코딩 내용을 숨겨서 심의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 나중에 숨겨둔 콘텐츠를 활성화시켜서 적법하게 심의를 받았는데 왜 단속 대상이 되냐며 항의가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편법이 성행하면 등급거부율은 계속 높아지고 게임위의 업무 역시 과중될 수 밖에 없다.

2011년 11월 게임위 통계에 따르면, 전체 등급분류 심의 신청 4천778건 중 12.2%인 521건이 등급분류 거부판정을 받은 데 비해 아케이드게임물의 등급거부율은 60.4%에 달한다. 등급분류 신청 683건 중 413건이 등급분류를 거부당했다.

게임위 관계자는 "등급분류를 거부당한 게임 중 약 80%가 아케이드게임물"이라며 "업체들이 게임성을 고민하기 보다는 '바다이야기'와 최대한 비슷하게 가려고 노력하며 사행심을 유발하는 한 국내 아케이드산업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게임위의 등급분류 업무 일부를 민간으로 이양하면서, 게임위의 예산지원을 1년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 본회의 과정에서 큰 변수가 없는 한, 게임위는 1년 더 국고 지원을 받아 파행 운영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이 날 법사위를 통과한 게임법 개정안은 아케이드 게임,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제외한 게임물 등급분류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법사위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 없다'는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등급분류 업무를 주관하는 민간 심사기관에 게임사 관계자가 3분의 1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게임위의 예산 지원은 1년 연장됐지만, 문화부와 게임위는 앞으로 1년 안에 현재 게임위가 하고 있는 사행성 게임 관리·감독 기능을 이어받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문화부는 지난 2010년 경찰청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업무 이관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으나 두 기관 모두 인력과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제안을 고사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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