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기자] 개인정보보호법 계도기간 종료일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중소·영세 사업자들의 솔루션 구축 비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에 애를 먹고 있다. 예산이 빠듯한 데에다 자칫 정부의 개입으로 민간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주무부처인 행안부는 지난해 9월30일부터 오는 3월 29일까지를 개인정보보호법 계도기간으로 정해 단속보다는 컨설팅·교육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계도기간의 절반이 흘러가는 동안 사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솔루션 지원에 대한 계획은 정작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부처가 갖고 있는 재원 내에서, 중소·영세사업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게 행안부 입장이다.
KISA 측이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 대상이 되는 전체 350만 사업자 가운데 중소·영세 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98%인 320만에 달한다.
올해 행안부에 편성된 개인정보보호관련 예산은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던 예산안 78억원에서 8억6천만 원 정도 삭감된 70억 4천만 원. 이 예산으로 주민번호 대체수단 보급, 기술지원센터 운영, 침해신고(118)센터 운영, 개인정보보호법 교육·홍보에 솔루션 지원까지 해결해야 한다. 320만 중소·영세 사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 사업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행정안전부 유영남 개인정보보호과 과장은 "예산이 확정됐기 때문에, 이 예산 안에서 가능한 솔루션 지원 방안에 대해 검토하 있으며, 1월 안에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기술지원센터 운영예산 중 일부를 사업자 솔루션 지원에 쓸 예정이다. 기술지원센터는 지난해 10월 행안부가 50인 미만 중소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설치한 것으로, 개인 정보 접근 통제 시스템, 개인정보 암호화, 개인정보 접속기록의 보관, 보안 프로그램의 설치 등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KISA 측에 따르면 올해 센터가 행안부로부터 배정받은 예산은 6억8천만 원이다.
또한 행안부는 선의의 취지로 시작한 정부의 지원이 자칫 민간 시장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솔루션 지원 방안을 수립하는 데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행안부가 고려중인 솔루션 지원 방안에는 ▲중소·영세 업체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보안업체들의 솔루션과 사업자들을 매칭해주는 방식 ▲정부가 직접 솔루션을 개발해 이를 무료로 중소사업자에게 배포해 주는 방식의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유 과장은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에서 개인정보보호 솔루션을 직접 만들어서 배포하는 것이나 기존 업체들이 민간 시장을 잠식한다는 반발이 우려된다"며 "그렇다고 보안 업체와 중소 사업체들을 매칭해주는 방식으로 솔루션을 지원하기에도 지원사업에 참여 않는 보안 업체들로부터 불만이 나올 것 같아 지원 방식을 정하지 못한채 고민중"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주어진 예산 안에서 320만 중소·영세 사업자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시장왜곡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는 묘책을 내놓기 위해 행안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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