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민주통합당 한명숙 신임 대표가 17일 취임 인사차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했다.
정당사상 처음으로 여야 모두 여성 대표 체제가 출범했다는 점과, 대통령의 딸로 권력의 중심에 있던 박근혜 위원장과 민주화 운동으로 옥살이까지 했던 재야 출신 한명숙 대표의 만남이 갖는 상징성 만큼이나 두 사람의 첫 회동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박 위원장과 한 대표는 회동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오고 가는 말 속에는 두 사람 간 미묘한 신경전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박 위원장은 한 대표에 축하 인사를 건넨 뒤 "국민의 삶을 우선한다는 정치목표가 같으니 앞으로 여야가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의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서로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한 대표는 "저도 같이 잘해봐야겠다는 각오"라고 화답했다.
이어 한 대표는 "민주통합당은 80만명에 달하는 엄청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역동적인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했다. 너무 어깨가 무겁고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전당대회를 거치지 않은 채 전국위원회 의결만으로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은 박 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대표는 또 "모바일 투표를 실시해 많은 시민들이 접근하기 쉬웠다. (4월 총선) 공천 때도 모바일 투표를 할 것이다. 이것이 정착되면 낡은 정치, 동원 정치, 조직 정치, 돈 정치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최근 한나라당을 흔들고 있는 '전당대회 돈봉투' 논란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특히 한 대표는 모바일 투표 도입을 위한 정보통신법·선거법 개정 관련 자료를 직접 준비해 와 박 위원장에 건네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하려면 공천이 힘 있는 몇 사람에 의해 되는 게 아니라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한나라당도 국민경선을 도입하려 한다"고 응수했다.
회동 말미 한 대표는 박 위원장에게 "많이 어려우시죠?"라고 했고, 박 위원장은 "(한 대표님이나 저나) 같은 것 같다"고 답했다.
한 대표는 "대표로 선출된 기쁨은 한순간이고 이제부터 어려움이 닥칠 것이다. 여성 여야 대표로서 앞으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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