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4·11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 탈당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럽다. 당내 일각에서는 총선에서 직면할 야당의 '정권심판론' 공세를 피하려면 이 대통령의 탈당을 통해 현 정부와 단절해야 한다는 요구가 불거지고 있고, 이에 친이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형국이다.
'대통령 탈당' 논란은 김종인 당 비상대책위원이 최근 이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요구하면서 본격화됐다.
쇄신파인 권영진 의원도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나라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대통령이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대통령 탈당론'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친이계는 거세게 반발하며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김 비대위원의 해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까지 진행하고 있다.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은 작심한 듯 "아버지가 잘못한다고 자식이 아버지를 호적에서 빼겠느냐"며 "그런 것은 패륜아들이 할 짓이지 정상적인 가족관계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또 "비대위원이든 누구든 대통령을 탈당시켜야 이득을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당을 나가면 된다"며 "비대위원들이 (박)위원장을 모시고 나가 '우리는 이 대통령과 단절했으니 이제 정부의 실정에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게 더 선명하지 않느냐"고도 했다.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MB 탈당으로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이익을 보겠다는 마음이 있으면 꼼수다. 또 다시 배신과 무책임의 계절인가"라며 "'김종인 주연에 박근혜 연출'인가"라고 꼬집었다.
진수희 의원은 2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말하자면 공동 운명체이고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금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대통령을 내쫒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전형적인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차명진 의원은 김 비대위원에 대한 해임요구안을 들고 의원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친박계가 진화에 나섰다. 쇄신 국면에서 당의 화합이 요구되는 마당에 '대통령 탈당론'으로 내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민심을 되돌리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 대통령 탈당 요구는) 논의된 적 없으며,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를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이 대통령의 탈당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당이 깨지는 빌미를 박 비대위원장이나 비대위가 제공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고, 윤상현 의원은 트위터에 "MB 탈당 요구는 비겁한 행동"이라고 적었다.
이 처럼 친박계가 사태 확산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통령 탈당론'을 놓고 친이·친박계가 당장 충돌할 여지는 적어 보이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다이아몬드 광산개발권과 관련 CNK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의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등 청와대와 친이계의 연루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각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로 현 정권의 실정이 부각되는 상황이 되면 '선 긋기' 요구가 더욱 거세지면서 탈당론에 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또 총선 국면에서 친이계가 공천 탈락 등에 반발해 대거 탈당하면 이 대통령도 자연스레 탈당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탈당한 친이계가 박세일 한반도재단 이사장이 추진 중인 중도신당(가칭 국민생각)에 합류하고, 한나라당에 남은 친박계 등의 세력이 당명 변경 등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하는 식으로 당이 분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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