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임기 5년차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이 급격한 레임덕에 휘말리고 있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특성상 권력 말기 레임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경우 양극화 등 민생위기와 측근·친인척 비리 등 도덕성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과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임기 마지막 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당을 떠났다. 아니, 떠나야만 했다는 표현이 걸맞다. 자의가 아닌 '쫓겨나듯' 당을 나갔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도 이들 전직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무엇보다 자고 일어나면 터져나오는 측근·친인척 비리 의혹이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은 설 연휴 직후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이 의원 보좌관이 SLS그룹 이국철 회장 등으로부터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것과 관련해서다. 만약 검찰 조사에서 이 의원의 연루 사실이 밝혀질 경우 이 대통령에게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또 다이아몬드 광산개발 관련 CNK인터내셔널 주가조작 파문과 관련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이 대통령 측근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고,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은 저축은행 비리사건과 관련해 구속됐다. 내곡동 사저 매입 사건과 관련해선 이 대통령 부부 뿐만 아니라 아들 시형씨까지 거론되고 있다.
친정인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 대통령의 힘은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친이(친이명박)계는 지난 2011년 7월 홍준표 전 대표가 선출됐던 전당대회 때 비주류로 전락했고 '박근혜 비대위' 출범 이후 당내 입지가 더욱 위축된 상태다.
작년 10.26 재보궐 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과 지난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살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칼끝'이 친이계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박근혜 비대위' 출범 이후 한나라당이 정책·정치쇄신을 통해 현 정부와의 '선 긋기'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공개적으로 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8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살아 돌아오려면 임기 말 실정과 각종 의혹으로 얼룩진 대통령의 '손'을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대통령 탈당 요구도, 이에 반발하는 친이계의 목소리도 수면 아래에서 끓고 있을 뿐 내분 양상으로까지는 번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당 쇄신 국면에 내분을 비쳐선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 자신도 "레임덕은 없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하는 대통령으로 남겠다"고 밝힌 만큼 탈당 요구가 본격화되더라도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향후 검찰의 친인척·측근 비리 수사가 본격화되면 탈당론이 더욱 거세지고, 자의든 타의든 이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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