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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민]융합 기술 시대와 대학 IT 교육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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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컴퓨터 구조 분야의 대가인 UC버클리의 Patterson 교수는 2006년도에 '21세기의 컴퓨터 공학 교육'이라는 글에서 IT 기술과 관련 교육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빠르게 변하는 IT 관련 기술과 대학 교수들의 실무 경험과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를 지적하면서, 고급 프로그래밍 개발 경험이 없고 최신 개발 툴을 사용하지 못하는 강의자로 인해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문제 해결 능력과 기초를 중요시해야 하는 대학 교육의 본질과 기술의 흐름을 대학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다. Patterson 교수의 지적과 같이 강의자들의 새로운 기술에 대한 배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스마트폰 열풍이 불던 2010년 초, SK텔레콤의 T아카데미(현 SK 플래닛 T아카데미)는 스마트폰 전문가에 의한 전문 교육을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업체 전문가에 의한 실무 교육, 교육 대상을 개방한 열린 교육 등을 통한 새로운 노력은 관련 분야의 수준을 한단계 올려 주었다.

반면, 스마트폰 시장 초기에는 대학에서 관련 교육을 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대학 내의 제도 적인 부분은 둘째로 하더라도 강사의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게 주요한 이유였다.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대학에서도 스마트폰 앱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초/중급 수준의 강사진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다.

#3

최근 NHN은 최신 기술에 부합하는 교육 기관 'NHN NEXT'의 설립을 발표했다. 2013년도로 예정된 이 NHN NEXT는 기존의 대학 교육에서 회사가 원하는 교육을 해 주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필요한 인재를 스스로 양성해 나가겠다라는 점을 강조한다.

#4

2010년 초, 사석에서 만난 삼성 전자 연구원은 이번이 모바일 관련 기술을 따라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다는 말을 던져 주었다. 구글이 개방한 플랫폼을 분석하면서, C/C++/Java/Javascript/Python 등등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조합해서 개발된 플랫폼들을 분석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다.

그동안 소스코드가 공개되면 진입 장벽이 없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었지만, 지금과 같이 멀티 랭귀지/멀티 플랫폼 환경 하에서는, 공개된 소프트웨어에서도 진입 장벽이 생기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연구원이 제일 어려움을 겪었던 언어는 파이썬(Python)이다. 최근 일부 미국 대학들이 학부에서 파이썬 강의를 시작하고 있다.

기술의 흐름이 빠르게 변하면서, IT 분야의 인재 양성은 다양하게 진행되어 왔다. 사내 교육, 산학 협력 교육, 그리고 기존 대학 교육이 어우러지고 있다. 삼성 전자 공과대학, SK텔레콤 미래 경영 연구원, 현대 자동차 NGV 센터 등 사내 인재 양성을 위한 독자적인 교육 기관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SK플래닛 T아카데미, KT 에코노베이션센터, 삼성 SDS 멀티 캠퍼스 등의 일반인 대상 교육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대학에서는 기술 흐름의 반영을 위해서 산업체와 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다양한 산학 트랙 (산학 교과과정)이 여러 대학의 교육 과정 내에 추가되고 논의되고 있다.

대학 IT 교육 면에서 가장 고민 되는 부분은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의 역할을 어디에 둘 것인가' 라는 부분이다. 최근까지는 문제 해결 능력과 기초를 다져 주는 교육과 기술의 흐름을 따라가는 교육 사이에서 고민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인문, 사회, 예술 관련 등 융합 지식을 제시하는 교육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비스와 콘텐츠가 융합된 기술이 필요한 시점에서 많은 교양 지식의 습득도 더불어 요구된다.

현재의 대학 교육 과정은 문제 해결 능력과 기초를 다져 주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최신 기술의 흐름과 융합 지식 강화를 배가하는 형태로 볼 수 있다. IT 분야의 대학의 4년 교과과정 측면에서 보면, 새롭게 도입한 과목이 졸업 시에는 필요 없는 상황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교육 과정의 빠른 변화를 꾀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면이 존재한다. 따라서, 현재의 교육은 최선이라기 보다는 차선의 선택이며 동시에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최신 기술의 반영에는 모자랄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IT 교육 현재의 이면에는, 이공계 기피 및 출생률 저하로 인한 대학 신입생의 수학/과학 부분 학력저하, 관련 산업 성장의 정체 및 취업률의 저하, 늘어난 정원에 따른 취업률의 저하, 대학원 및 교육 관련 제반 인프라의 쇠퇴에 따른 실무 교육의 저하 등 교육 과정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측면도 동시에 존재한다.

현실적으로, 너무 빠르게 변해가는 현재의 기술 흐름에서 대학의 교육은 기초에 충실한 학생을 배출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다만, 그러한 흐름에 대한 교육과 개발 실무에 대한 교육 부분을 반영하는 데 대학은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강의 교수의 기술 흐름에 대한 습득 노력 및 강의 교과목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동시에 산업계와 학계가 모여서 대학의 교과목을 토론하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과 더 나아가 강의자에 대한 최신 기술이나 실무 개발에 대한 교육도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에서는 필요한 교과목에 대한 수요 및 실제 개발 경험, 대학에서는 기존 교과과정 및 교육에 대한 교육 성과 자료와 최신 관련 논문에 대한 정리 등을 공유하여, 실제 강의에 사용할 수 있는 교재, 강의자료 및 교과과정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하에 있는 IT산업은 우리나라 산업의 중요한 밑받침이 되고 있다. 급속도로 변해가는 기술 및 시장에 대한 교육을 위해서 학교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시급히 요구되며 이를 통한 글로벌 인재양성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최근 CES 2012의 기조연설에 패널 토의자로 참석한 제록스의 CEO 어슬라 번즈는 '국가의 혁신적인 전략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는 질문에 교육 시스템, 그 중에서도 특히 과학 기술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특히, '자격을 갖춘 선생님, 열의 있는 학생,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가능하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분야에 대한 정책 및 초중고 및 대학 교육 과정에 대한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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